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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로 짓밟힌 ‘민주주의’
시민들이 지켜낸 ‘대한민국’

12월3일 밤 10시28분 ‘비상계엄 선포’

 

용인신문 | 대한민국 역사의 비극적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10여 일 남겨 놓은 지난 3일 새벽. 공교롭게도 필자는 소설 끝에 실린 에필로그까지 다시 읽고 먹먹해진 가슴을 추스르기 힘든 날이었다. 45년 전의 슬픈 역사를 문학작품을 통해 회고했던 그 날 밤, 평온한 일상을 깨부수며 들이닥친 비상계엄 선포는 꿈속에서 역사의 타임머신을 거꾸로 탄 줄로 착각하게 했던, 그야말로 충격의 밤이었다.

 

# 친위 쿠데타 6시간 만에 끝나

12월 3일 밤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계엄군의 국회 봉쇄를 뚫고 들어온 국회의원 190명에 의해 다음 날 새벽 1시 02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어 효력이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04시 30분 국무회의 의결을 앞둔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주도한 친위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될 때까지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로 몰려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이번 쿠데타는 전격적이었다. 국방부 장관 김용현 지휘하에 육군 참모총장 박안수 계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 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부 사령관 등 군부의 극소수 인사가 동원되었다. 윤 대통령은 군대를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에 동원, 국회를 점령하는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190명 국회의원의 단호한 결단으로 저지되었지만,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적 취약

12월 5일, 국회 국방위와 행안위에서 드러난 비상계엄의 불법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제도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과 12.12 군사 반란 단죄 이후 대한민국 군대는 30년간 군사독재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선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군을 친위 쿠데타에 동원함으로써 여전히 총구를 국민에게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계엄군은 국회를 장악하여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무산시키고 중요 정치인을 과천 방첩사령부로 연행할 계획을 수립하고 100여 명의 사복 체포조를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군은 10시 35분 과천 선관위와 선관위 수원 연수원에도 300여 명의 계엄군을 급파했다. 계엄군이 선관위를 점거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해 왔던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솔깃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계엄군은 충정로 김어준의 뉴스 공장 사옥과 대법원에도 배치되었다. 이것은 비상계엄의 명분인 종북 분자 척결 명분을 뉴스공장에서 시작하고, 선관위의 4.15 총선 기록을 확보하여 22대 총선은 조작되었다고 우기면서 국회를 해산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천우신조로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음모는 저지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군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과제로 남는다. 현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죄 중요 혐의자로 출국 금지되었고, 민주당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법 내란 핵심 공범’으로 고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야당 ‘내란 범죄’ 규정 대반격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 범죄’로 규정,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직위 유지 여부를 국민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신속한 수사를 통해 수사, 체포, 구금, 기소 처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루 전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통령 윤석열을 내란죄로 입건하고 수사를 지시했다”라고 밝혔고, 6일 검찰은 ‘비상계엄 사태’ 특수본을 구성키로 했다.

 

외신들도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단행한 비상계엄을 군사쿠데타로 규정했다. 특히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은 “윤석열 대통령은 심각한 오판을 했고, 한국의 국회와 시민들은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저지했다”라고 발표했다.

 

7일 탄핵소추안 결과와 상관없이 전국에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구속 수사하라”는 촛불 시위가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사망했고, 남은 것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와 법적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 개헌·새로운 정부 나서야

정치권과 사법당국은 12.3쿠데타의 진상을 밝히고 두 번 다시 군이 정치에 동원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외신들조차 “한국은 쿠데타를 국회에서 제압할 훌륭한 시스템과 성숙한 민주 의식을 가진 훌륭한 국민을 가진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여전히 군에 취약한 구조를 동시에 드러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국의 정치는 지나치게 양극화된 것이 문제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는 윤석열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인 정치철학도 없는 급조된 대통령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목도했다. 신속하게 권력을 분점할 수 있는 개헌을 포함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누가 정권을 잡느냐보다 훨씬 중요하다. 개헌을 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 정치권의 경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