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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익숙하다는 고백을 듣는 나의 자세ㅣ고영서

어둠에 익숙하다는 고백을 듣는 나의 자세

                                                                      고영서

 

 

 

바람의 틈새를 뚫고 이미 뚱뚱해진 허무가 소리를 일그러뜨리며 다가오더니 생각 없이 늘어선 넝쿨에게 거친 키스를 마구 퍼부었어

 

새의 날개를 색칠하면 그것은 감추고 포장하고 거짓말하는 신기한 비밀이 된다고도 했어

 

아무 느낌이 없어서 그저 슬픈 경험으로만 쌓이고 마는 사랑을 끝내고 나면 무르익은 버릇처럼 보이는 건 모두 구멍이 되었으므로 달맞이꽃을 닮았다는 그녀의 고백을 웃으며 들을 수 있었어

 

제 한 몸 누울 온기를 찾지 못해 고통스럽게 숨을 끊어내고 있던 고양이는 동그란 창틀 곁에서 벼르던 말 한마디 끝내 게워내지 못하고 땅으로만 맴을 돌다 영정 없이 떠나고 말아

 

죽어가는 거미의 떨리는 다리처럼 미세하게 남은 체온이 마지막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붉게 찢긴 목소리라도 남기고 오겠다며 바다 모서리를 붙잡고 그녀는 기어이 섬으로 떠났고

 

나는 빈 벽에 매달려 죄인처럼 밤을 지새우는 덩굴풀만 바라보고 있었어

 

앓고 있던 비문증이 그녀로 가득 찼어

 

 

 

 

 

* 약력 : 용인문학회 정회원.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낭송반 책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