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서파 류희(1773~1837)의 인생관을 소개한 ‘서파 류희의 가훈과 인생관’이 김성태 편저로 글을읽다에서 출간됐다. 류희는 진주인으로 모현읍 마산리에서 출생해 유년기를 포함한 인생 대부분을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모현읍 왕산리에서 보냈고, 사후에도 ‘용인 태교의숲’이 조성된 외대 뒷산 노고봉 산록에 영면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목천현감을 역임한 류한규(1718~1783)이며, 어머니는 ‘태교신기’를 지은 사주당이씨다.
류희는 100여 권의 저술을 모아 엮은 ‘문통’이라는 거질의 문집을 남긴 대저술가로 문화체육부의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국학자이자, 동아시아 실학자 99인에 뽑힌 사상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류희가 말년에 후손을 경계하고 깨우치기 위해 남긴 가훈 ‘이손편’ 중에서 시의성 있는 인생철학 부분을 선별, 번역했다.
서파는 책을 남기며 “경전의 뜻을 풀이한 것, 용렬한 자질로 묻고 논변한 것, 이런저런 잡다한 기록, 평소 세상사를 겪으면서 깨달은 점을 적고 간간이 나의 박덕(薄德)을 드러내 남긴다”고 밝히고 있다.
서파는 글에서 “사람에게는 이빨과 손톱은 있으나 뿔과 발굽이 없다. 그러니 서로를 심하게 상해(傷害)하지 말라.”, “혀를 입술과 이빨이 막고 있다. 그러나 혀를 마음대로 놀리지 마라.”, “눈이 먼저 사물을 본 다음에 귀가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 마땅히 다른 사람의 표정을 살핀 후 말을 하라.” 등 선비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책은 저자가 중국과 우리 고전 속에서 비슷한 주제의 문장들을 보완해 설명하고, 해당 주제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더해 일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류희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지어 가난한 집안 살림을 꾸렸고, 생계를 위해 의술을 베풀며 살았다. 따라서 그의 인생철학은 생활인으로서의 경험과 의학 지식이 깊게 배어 있는 점이 남다르다. 서파의 가훈은 바로 그의 인생관이었고, 조선의 선비정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비정신에 대하여 잘 정리된 책이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이 지닌 진정한 학술적 가치라 할 수 있다.
편저자 김성태는 현재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이며 중견의 고고학자로 우연한 인연으로 문중사에 관심을 가져 앞서 ‘서파 류희와 진주류씨 목천공파(2021)’ 편저에 이은 집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