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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그곳은 평화롭겠지ㅣ강 성 은


그곳은 평화롭겠지


강 성 은

 

이대 앞에 살 때 자주 봤던 두 사람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처럼 머리를 세운 거구의 남자

한여름에도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있던 까만 맨발의 여자

전철역 주변을 서성거리며 혼자 중얼거리다

가끔 하늘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밤이 되면 저들은 어디로 돌아가는지

밤이 되면 저들의 눈은 무엇을 보는지

 

언젠가 꿈속에 나는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거니 발로 차기도 했는데 어떤 낯선 얼굴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왜인지 나는 일어날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때 하늘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새들은 멀리 날아가고

왜인지 밤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곳은 평화롭겠지

 

강성은은 과거의 두 사람을 호명한다. 한 사람은 영화레닌그라도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의 젊은 뮤지션처럼 머리를 세운 거구의 남자와 한여름에도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있는 까만 맨발의 여자다. 두 사람은 비정상이다. 남자는 광고맨일지 모르고 여자는 광인일 것이다. 수많은 인파는 그들을 스쳐지나갈 뿐,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이대 앞의 소품쯤으로 취급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시인은 그러지 못했다.‘밤이 되면 저들은 어디로 가는지’‘밤이 되면 저들의 눈은 무엇을 보는지궁금했다. 궁금증은 호기심이 아니라 연민의 정이다. 저들이 밤에 보게 될 것들은 위안이어서 달빛 그림자일 수도 있고 별빛의 호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을 것이고 밤의 위안으로 다시 낮의 거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생각 하는 시인이다.

저들의 길바닥 삶은 시인의 꿈속에 재현된다. 길바닥에 누워 있는 시인에게 지나가던 사람들은 동전을 던지거나 바발로 차기도 했다. 앞의 두 사람이 매일 겪고 있는 슬프고 서러운 삶의 모습이다. 낯선 얼굴이 시인의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과 눈은 사람과 사람이 건너가는 다리다. 시인은 아마도 까만 맨발의 눈을 보고 속으로 울었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 평화로웠던 하늘은 꿈속의 하늘이다. 꿈속에서 새들은 멀리 날아가고 밤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곳은 평화롭겠지의 그곳은 이대 앞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