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적계혈(赤鷄血)로 액막이 서(書)를
2017 정유년(丁酉年) 적게(赤鷄)의 해가 밝았다. 丁은 천간으로 하늘의 네 번째 기운이요, 유酉는 지지로 열 번째 운세가 사방으로 퍼진다는 땅의 기운이다.
본래 닭은 빛과 어둠의 경계조(警戒鳥)다. 끝 밤과 첫 빛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새다. 그러나 날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어둠과 빛의 경계인 새벽의 상징물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훌륭한 그가 어쩌다가 이름도 고약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2016년에 이어 떼죽음 행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모두가 사람의 어리석은 욕심의 결과이다.
예로부터 닭은 사람에게 유익을 준다하여 덕금이(德禽伊)라했다. 한영(韓嬰)은 한시외전 권2-23문장에서 전국시대의 노나라의 충신 전요(田饒)가 노나라 애공(哀公)에게 닭의 다섯 가지 덕을 예로 들어 말한 것을 기록해 놓는다.
일덕(文)머리에 벼슬이 있으니 학문을 하는 문이며(首帶冠文也). 이덕(武)발에 갈퀴를 달고 있으니 무이며(足搏距武也). 삼덕(勇)적에 맞서서 용감히 싸우니 용이요(敵在前敢鬪勇也). 사덕(仁)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이요(見食相呼仁也). 오덕(信)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알리니 신이다(守夜不失信也).
이를 옛 선비는 유학의 오상(五常)으로 비유한 바 있다. 일상(仁)상호취식인지덕야(相呼取食仁之德也) 서로 불러 함께 먹으니 인이요./이상(義)임전불퇴의지덕야(臨戰不退義之德也) 싸움에 임해 물러서지 않으니 의요./ 삼상(禮)정기의관예지덕야(正其衣冠禮之德也) 관<닭 벼슬>을 바르게 썼으니 예요./ 사상(智)상계방위지지덕야(常戒防衛智之德也) 항상 주위를 경계하니 지요./ 오상(信)무위시보신지덕야(無違時報信之德也) 변함없이 때를 알리니 신이다.
닭이 두 번 울자 베드로가 회개했다는 성서의 기록으로 보아 서양에서의 닭은 깨달음과 회개의 상징이요, 자로가 공자를 처음 만날 때 공자의 약코를 꺽겠다며 붉은 닭의 깃털로 짠 관 웅계관(雄鷄冠)을 쓰고 공자 앞에 나타났다. 이것으로 보아 동양에서의 닭은 강인함의 상징이다. 본래 적계(赤鷄)는 북두칠성의 다섯 번째 별인 렴정성(廉貞星)에서 금계성(金鷄星)이 나올 때 붉은 천으로 온몸을 감고 나왔다하여 적계라 하는데, 이 닭이 유일하게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하여 해마다 신년초가 되면 선비들 사이에서 일묵휘지<붓을 닭 피에 한번 찍어 글씨를 다 쓰는 필법>로 액막이 서(書)를 써 줌으로 한해의 운수대통을 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