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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법 앞에서는 임금도 예외일순 없다”

<우농의 세설>

 

법 앞에서는 임금도 예외일순 없다

 

먹장 같은 밤 /바닷가에 나 홀로 서서 /외치는 파도소리 듣고 있노라 /이 몸을 던지랴 저 파도 속에 /내 귀를 막으랴 이 바닷가에서 /

 

4.19당시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던 아들이 이승만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가려 하자 너 아니어도 시위할 사람 많다.”라며 아버지가 대문을 가로막았다 한다. 이때 아들이 울면서 했다는 한마디 아버지 우남(당시 대통령 이승만 아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러고는 담을 훌쩍 넘어 시위대 속으로 사라졌다 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릴 수도, 그렇다고 권할 수도 없는 벼락같은 선택의 순간에서 아들이 떠난 뒷모습을 보면서 지었다는 일립一粒선생의 제하의 시 먹장 같은 밤이다.

 

지난 1112일 청와대 직선 1.3거리의 광화문 광장. 동상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칭 강남 임시정부의 대변인 노릇하는 청와대 당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의 구호는 하늘을 찔렀지만 결코 절제감을 잃지는 않았다.

 

국민이 청와대를 향해 외친 소리는 어이없게도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여타의 국가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문구가 하나 있다. ‘민주라는 말이다. 2항은 민주라는 말에 대한 부연 설명일 뿐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은 역사이며 단순한 사실의 집적이 아니다.

 

공자는 일생에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중 하나가 춘추시대 약250년 군신 관계의 기록인 춘추春秋. 춘추春秋에는 군주를 시해했다는 기사가 무려 서른여섯 군데나 나온다. 성리학에서는 이를 암군(暗君)도 폭군(暴君)도 아닌 혼군(昏君)의 시대라 불렀다. 세상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일러 혼군이라 했고, 맹자는 이런 임금은 갈아치우라 한다.

 

주역 36번째 괘는 명이(明夷). ()이 땅속()으로 꺼졌다는 말로 혼군을 만나면 백성들이 작살난다는 말이다. 명말청초 사상가 황종희는 10년에 걸쳐 쓴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에서 백성이 주인이고 군주는 나그네다라는 민주군객(民主君客)론을 말하면서 법 앞에서는 임금도 예외일순 없다라고 썼다.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 박근혜 현직 대통령이 단순 참고인이 될지 피의자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각본은 이미 다 끝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