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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변방, 소수민족, 이슈현장 등 그는 늘 그늘진 현장, 소외된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대를 기록으로 남김을 업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순간은 지나가도 생생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 역사를 증언하고 사회를 환기시킨다는 사명.
그는 글 솜씨도 좋아서 사진에 글을 더해 호소력 있는 책으로 남기고 있다.
용인 수지구 고기동 광교산 자락에 스며들어 사는 지 2년 된 그를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자 마침 기다렸다는 듯 함박눈이 쏟아졌다. 광교산자락이 금 새 흰 눈으로 뒤덮여버리는 다소 이국적인 느낌마저 주는 순간에 그는 손 안에 들고 나온 라이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인사를 마치고는 서둘러서 카메라를 치켜들고 광교 안쪽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그를 보면서 시베리아, 중국, 동남아시아의 변방 오지 1만㎞ 이상 되는 길 위를 숱하게 오가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그의 몸에 밴 사진가 기질을 느꼈다.
‘이상엽의 실크로드 탐사’ ‘레닌이 있는 풍경’과 같은 사진 에세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상엽 작가는 현재 이곳 고기동에서 서울 충무로에 있는 작업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부부가 정한 원리원칙대로 자동차와 에어콘은 20년 동안 사지 않고 지내다가 최근에 아이들 통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는 작은 소형차를 샀다.
그는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출퇴근 하는 데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러시아워시간을 피해 다소 여유롭게 서울을 드나들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적 없던 그가 용인 행을 택한 것은 큰애가 이우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다.
그의 용인 생활은 아직은 낯설고 익숙치 않다. 집 주변의 탐색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용인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어쩌면 나이 들어서는 작업장까지 옮겨올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막내가 다니는 고기초등학교 앞 동막천이 수생 생태조사 한번 없이 맘대로 파헤쳐지는 것이나, 영락없이 생태계를 파괴할 것으로 보이는 낙생 저수지 수상 골프장이나 도무지 맘에 들지는 않지만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어지간한 인연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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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을 공부한 그는 1990년대 초에 ‘사회평론 길’에서 글을 쓰면서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을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사진 기자가 그만두면서 일을 맡게 됐지만 천직과도 같이 사진을 잘 찍었고, 또한 사진은 그를 사로잡았다. 사진에 대한 갈증은 마침내 1996년 프리랜서 활동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했다. 사회 깊숙이, 시대 깊숙이, 역사 깊숙이, 변방 깊숙이 발길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는 다큐작가로서 시대를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기록하는 책임을 느낀다.
“당대에는 의미가 없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를 갖는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시대변화와 더불어 시대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는 특히 우리 땅의 것,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강하게 비판하고 싶어 한다. 비록 시정되지 못할지라도 강하게 요구하고 싶어 한다. 해외의 것은 타인이기 때문에 바꾸라고 요구할 입장은 못 되고 다만 그들의 삶과 역사를 동정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서 우리에게 얘기해줄 꺼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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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남부 소수민족과 윈난성, 쓰촨성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인류 최고의 교역로였던 차마고도,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취재하기만도 3년여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5년 전부터는 다시 국내 작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프로세스가 후진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뉴타운, 4대강, 신자유주의 심화, 비정규직 심화 등 안전시스템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은 그를 해외에서 한국으로 급히 눈을 돌리게 했다.
그는 지난 10월에 전시 ‘변경’을 했다. 그는 지리적 변경, 심상적 변경, 신자유주의적 변경을 다뤘다. 지리적 변경에서는 DMZ, 제주 강정마을, 연평도 NLL, 서해 5도 등을 다뤘다. 심상적 변경은 4대강이나 용산 뉴타운 문제 등 우리 안의 내재된 눈이 만들어내는 타자화 된 변경을 다뤘고, 신자유주의적 변경은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특히 비정규직문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다루기가 매우 힘들다.
이들은 머지않아 책으로 출간된다.
현재는 국내 비정규 노동문제와 중국 동북3성을 병행해서 취재하고 있다. 신년 하반기에는 노동문제로 전시회를 가질 계회이다. 중국 동북3성 취재는 최소 5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접경 지역까지 10회 정도는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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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인은 변방인을 보고 싶다.” 그는 중국사를 다시 보게 만들고 싶어 한다. 물론 오래 걸리는 기획이다.
그의 삶은 아직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인 용인의 삶과는 매치가 안 되는 듯 해 보인다. 사회적 다큐를 하는 그는 여전히 중앙에서 다룰 거대 담론에 천착 하기에도 바쁘다. 아직 젊은 그가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손을 놓기는 아직 이르니 천천히 기다려도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