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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아직 끝나지 않은 전두환의 화려한 휴가

우농의 세설

바람은 소슬하고 역수는 차가운데 장사 한번 떠나면 다시 오지 못 하리(風蕭蕭兮 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칠언(七言) 대구(對句) 열네 자로 된 이 시는 시황제를 암살하러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자객 형가(荊軻)의 절명 시 일수(一首)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비장미 넘치는 시의 백미(白眉)라 한다. 사마천은 그의 명저『사기』「자객열전」에서 형가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룬다. 그는 승리의 대풍가(大風歌)가 아닌 비극의 해하가(垓下歌)를 부르며 처절한 최후를 맞는다. 작금(昨今)을 무론하고 생존 인물 중에 승리의 대풍가와 비극의 해하가를 모두 부른 인물을 꼽으라면 이는 필시 박제된 악마 일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일(唯一)이다. 일해가 12.12 사태를 일으키면서 가슴에 좌우서로 담아두었던 명문(名文)이 있는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형가의 절명 시 일수라 한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이 사내는 분명 사나이 중 사나이다. 그런 사내가 역사에 오점을 남겼는데 1980년 서울의 봄을 피로 물들인다. 1980년 5월 18일 전라도 땅 광주에서 벌어진 강철 군화들로 짜여 진 작전명「화려한 휴가」가 그것이다.

역사는 이를 5.18광주 민주화 항쟁이라 한다. 그날 이후로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는 우리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어 지금까지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세상 사람은 그런 그를 일러「살인마 전두환」이라 부른다. 인간이 한평생 살면서 이름 석 자가 청사(靑史)에 기록은 못될망정 이름 앞에「살인마」이런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은 참으로 고약스런 일이다. 더군다나 그런 오명을 쓰고도 배 째라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며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범인(凡人)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여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후 곧바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이면에는 꺽였다는 의미의「훼(芔)」즉「촌놈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그의 절명(絶命)이 보도되면서 전두환의 살아있음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일해 전두환에게는 지울 수없는 두 가지 커다란 명제가 있다. 광주학살의 주범. 그리고 천문학적인 국가돈을 훔쳐간 원죄.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했다. 이제 그도 저승 문턱이 멀지 않을 나이가 됐다. 이제는 화려한 휴가도 끝내고 모든 걸 내려놓을 때가 됐다. 저승길에는 엽전 세 닢이면 족하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