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저승엘 간다. 귀천을 무론하고 밥숟갈을 놓는 순간, 저승사자가 데려 간다. 인간이 세 번 태어나는 것을 법으로 막을 길이 없다고 갈파한 이는 가말리에 문도 사도 바울과 세존석가다.
삼세중생 제도불능(三世重生 制度不能)이 그것이다. 엄마의 겨드랑이로 태어나서 세발짝 뛰면서 천상천하하면 유아는 독존이라는 말을 했다는 불세출의 꼬마가 그다. 태어나서 울었다는 기록이 없는 사내는 인류에 딱 세 명 뿐이다. 석가. 예수. 그리고 조선 거유 포은 정몽주. 이중에 화를 내지 않은 인간은 포은 정몽주가 유일이다. 세존 석가는 출가 전에 화를 냈었고 예수는 성전에서 상다리를 업으면서 분노를 했다. 포은이 화냈다는 기록은 우문인지 모르나 아직 못 봤다.
묵계 전주후인 류복립도 내공이 상당하여 사소한 일엔 화를 내지 않았으나 국난을 당하여 나라를 위해 분노했다고 기록한다. 조선의 일개 선비조차도 어째서 화를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 쌓아 뒀을까. 다름 아닌 내세관 때문이다. 물론 유학(儒學)은 종교가 아니다.
구원관이 없기에 종교라 말할 수는 없으나 그들에겐 저승관이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염라대왕이아니라 저승사자다. 저승사자는 밥을 먹지 않고 화를 먹는다. 그러하기에 죽기 전에 화만 남겨두고 모든 사랑을 다 퍼주고 죽어야한다.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면서 배고플 때 마다 가슴속에 쌓여있는 화를 꺼내먹으며 간다. 화를 몸 밖으로 내뿜어서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화는 푸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 날려버린다며 화를 풀라 말 하는데 매우 위험한 말이다.
화는 가슴속에 켜켜이 쌓아놓았다가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데리고 갈 때 가슴에 쌓인 화를 한 켜 한 켜 꺼내먹으면서 저승길로 간다.
이때 화를 맛나게 잔뜩 꺼내먹은 저승사자는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지면 "네가 세상에 살면서 화를 안내고 잘 참고 살았구나."라고 칭찬을 하며 지옥이 아닌 좋은 곳으로 보낸다고 한다.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화를 냈다한다. 이제 대통령 된지 한 달 남짓인데 정치를 하면 화가 없을 텐데 통치를 하려니까 화가 생기는 것 아닐까. 천자의 화는 나라를 기울게도 한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