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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의리와 변절의 경계는 무엇인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물밑에서는 크고 작은 빅뱅이 일어났다. 정치판의 현실을 보면서 두 분의 이름이 떠올랐다. 고 김근태 선생과 김지하 시인. 감히 내가 이들의 이름을 거명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不敬)일지도 모른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이라면 이 두 분에게 마음의 빚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음 한쪽이 먹먹해진다. 때론 죽은 자들을 통해 산자들이 눈을 뜨는 경우도 있다. 바로 김근태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런 그에게 미쳐 따라죽지 못한 산자인 쇠귀는 저승호적명부 명정(銘旌)에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구’라는 글로 속죄를 대신한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이 말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민주주의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선생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붙여지지 않았던 이름이다.

얼마 전 김영일 씨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무성했다. 일개 범부(凡夫)가 누굴 지지하면 무슨 상관이랴 마는 그는 일개 범부가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김근태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인물이다. 강호는 그의 공개적 발언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모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시인이 되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자유롭게 만드는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독재정권과 강철군화에 항거한 인물, 강호는 그런 그를 일러 김영일이 아닌 ‘저항시인 김지하’ 라고 불렀다.

감옥 드나들기를 흥부 집 마누라 끼니 거르듯 했던 시인. 그런 시인이 있었기에 의식 있는 사람들은 뒷골목 대포 집에 앉아서 새벽가지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들이키며 먹장보다 더 어두운 독재자의 하루를 견딜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그분이었기에 범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감히 제언한다. 그가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사상적 퇴행이든 아니든 이젠 그분을 놔주자고. 늙고 외로워지면 보수화가 된다는데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 때문이다. 소위 김대중 선생님의 복심이라는 한광옥과 리틀 DJ 한화갑. 그들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덕룡은 거꾸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 정치판에 진정한 의리와 변절의 경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