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그릇이 아니면 전하지 않는다.
6세 때 춘추좌씨전을 배웠던 진나라 시황제가 이미 망해버린 위 왕 안릉군(安陵君)에게 땅 500리를 줄 테니 안릉 지방의 기름진 땅 사방 50리와 교환하자고 했다. 그러나 안릉군은 신하를 시켜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시황제가 대노했다. “천자의 분노를 모르는가?” 그러자 신하는 “천자가 안 되어 봐서 알 수가 없사옵니다.” 하니, 감히 황제에게 말 바둑을 둔다하여 말하길 “천자의 분노는 사자백만(死者百萬)이요 유혈천리(流血千里)임을 진정 모르는가.” 그러자 위 왕의 신하가 되받길 “황제께서는 선비의 분노를 모르십니까?
선비의 분노는 다섯 걸음 안에서 황제를 죽이고 자신도 죽지요.” 순간 시황제는 속으로 뜨끔해 하면서도 위 왕 신하의 배포에 감동되어 죄를 묻지 않고 정중히 사과 했다(戰國策)
대체 선비가 무엇이 길래 사자백만 유혈천리를 능가 한단 말인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방귀깨나 뀐다는 자칭 타칭 선비들이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들었다 놨다 한다.
만리에 뜻을 둔자 중도에 발걸음 멈추지 않고 천하를 도모 하려는 자 작은 속셈으로 큰 뜻을 그르치지 않는다. <志行萬里者 不中途而輟足 圖四海者 非懷細以害大. 三國志 吳書 陸孫傳>지금 강호에는 만리에 뜻을 둔자 <안철수>와 천하를 도모하려는 자 <문재인> 간의 노회(老獪)한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율사출신 문재인은 단일 후보 안되면 아무런 미련도 갖지 않겠다한다. 백면서생 안철수는 단일 후보 안되도 남은 생을 정치인으로 살아가겠다고 한다. 여기서 이미 답은 나왔다.
경력은 일천하고 지식은 턱없이 모자라고 소명은 충분치 않은 그야말로 천둥 벌거숭이 같은 정치 초짜들이 5000만 국민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마당에 이런 상황 속에서는 고전(古典)이 답이다.
모두(冒頭)에서 수천 년이 지난 호랑이 담배 물던 시대의 고사를 들먹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옛글 속에는 시대의 흥망성쇠를 통찰하는 역사적 안목이 있기 때문이다.
옛글이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땐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옛사람들이 결코 헛산 것은 아니다. 옛글에는 현대 사회에서 볼 수도 없고 감히 잴 수도 없는 엄중한 중량감 이상의 그 무엇이 존재 한다.
만리에 뜻을 두고 천하를 도모하기 전에 옛글 속에 숨어 똬리를 틀고 있는 그 한 수를 배워 오너라. 신(神)은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 입을 통해 말한다. 하늘은 그릇이 아니면 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