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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정현종

거리에 여기저기 있는
구두 수선소,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은 한결같이
평화롭다.
마음은 넘친다-
바라보아도 좋고
앉아 있어도 좋다.
작아서 그럴 것이다.
낮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들 보다 더한 성소(聖所)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비로소
제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현종은 우리들에게 낮은 자리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거리에 여기 저기 있는 구두 수선소, 그곳에 구두를 수선해달라고 맡긴 사람들의 표정은 성소를 찾아온 사람들의 표정처럼 평화롭고 넉넉하다. 구두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치고 헐벗은 삶을 고스란히 지문으로 담고 있어 발바닥이 지나간 온갖 거리와 지형을 기억하고 있는 구두이다. 삶의 지문이 그대로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구두가 낡고 헐어 찾는 곳이 거리의 구두 수선소이다. 낡은 구두의 수선이 끝나면 새로운 삶을 위한 질주가 시작될 것이지만 지금은 다만 진지했던 삶의 반추로 평화롭고 넉넉한 것이다.
작아서 넉넉하고 낮아서 평화로운 곳, 그곳이 성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작고 낮은 곳이 우리들의 본향이 아니겠는가. 정현종의 깨달음이 빛나는 것은 이처럼 작고 낮은 삶의 아름다움을 우리들에게 전하게 때문이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