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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소비자 지갑 안 열고… ‘대목’ 사라져

불경기 고물가 … 손님도 상인도 ‘못살겠네’

추석을 앞둔 12일 용인시 처인구 중앙재래시장은 ‘대목장’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10년 전만해도 추석을 앞둔 재래 시장은 연휴 5일 전부터 대목장이 서고 발 딛을 틈 없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김량장동의 김인숙(31·여)씨는 “추석이면 어김없이 큰 장이 연이어 서고 추석빔이며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을 들렀던 기억은 명절의 또 다른 재미였다”며 “말린 고추며 얼굴만한 과일 등 재래 시장은 풍성함이 가득한 곳이 었다”고 기억을 떠 올렸다.

그러나 지난 12일 올 추석 연휴를 하루를 앞둔 중앙재래시장은 고물가에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러한 상황은 대형마트들이 입주하면서부터 수년째 계속 되고 있는 상황. 특히 올해의 시장 경기는 더욱 악화 됐다.

중앙재래시장상인회 박노인 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손님들이 찾는 횟수도 줄고 재수용품만 사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과일, 고기, 떡 등 어느 것 하나 잘 팔리는 곳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이를 뒷받침하듯 12일 찾은 중앙재래시장은 추석장을 보는 손님 보다 물건을 진열하거나 상인들끼리 올 추석 물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띠었다. 말 그대로 ‘추석 대목은 사라졌다’.

상인회 박 회장은 “최근 경기가 나빠진데다 예년 보다 이른 추석 탓에 날씨가 여전히 무더워 추석 차례상 준비가 늦어졌다”며 “지난해도 어려웠지만 지난해 보다 경기가 20% 정도 더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재래시장에서 10여년 넘게 식료품 가게를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IMF 때도 음식장사는 그나마 괜찮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도통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20년 전만해도 추석을 앞두고 발디딜 틈이 없던 시장에 손님이 끊기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라고 했다.

상인회에서는 “그 때는 손님이 일어서기가 무섭게 다음 손님이 자리에 앉았는데 지금은 먹으라고 애원할 손님도 없다”며 “거기에 대형마트가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중앙시장에서 옷가게를 수년간 운영해 온 구 선목(34·여)씨는 “이 맘 때쯤 되면 추석빔 사러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젊은 직장인들까지도 없다”며 “IMF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예년 같으면 추석 전 추석빔을 사기 위해 학생들로 붐볐을 옷가게가 올해는 텅텅 비었다”며 “지금 같아선 가게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추석 차례상의 필수용품인 제수용품점도 불황이긴 마찬가지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모든 품목이 1000원~3000원 정도 오른데다 예년 보다 이른 추석인 탓에 밤 등 과실 가격도 배 이상이 상승했다.

가격이 급등한 탓에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장만도 줄었다.

생선을 고르던 김영미(45·여)씨는 조기를 구입하려다 비싼 가격 탓에 차례상에 올릴 1마리만 구입했다.

김씨는 “대형마트보다 싸지 않을까 해서 왔는데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여기나 대형마트나 장보기가 무섭다”며 “다리품 팔아서 마트가 싸면 마트에서 구입하고 재래시장이 싸다면 재래 시장에서 장을 봐야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경기에 고물가까지 겹친 용인중앙재래시장은 평소에는 10시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하지만 추석을 하루 앞 둔 12일. 오후 7시 30분 경 문을 닫을 채비를 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