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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독도를 잃고 통곡하노라!

오호 통재라! 내 오늘 방성대곡하나니, 우리 모두 같이 봉당에 나앉아 같이 울어야 하느니. 우리가 생존할 때는 우리끼리 서로 이빨세울 즐거움도 있으나, 우리가 사라짐으로 우리 서로 다툴 일 없어 좋을 손가? 아니로다, 아니로다. 오늘 너무 설워 우는 도다. 이미 우리의 사라진 강토에는 우리가 서로 손잡고 울 일만 남았도다.

우리 토끼 귀를 잡고 있는 오랑캐 검은 손에게 우리 귀를 놓아 달라고 앙탈부려도 소용이 없도다. 우리 등에 가시 걸린 낚싯줄을 놓아달라고 기모노 입은 어부에게 매달려도 소용이 없도다. 그 때는 이미 귀도 잡히고 허리도 잡혀서 우리는 옴짝도 할 수 없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라 옛날처럼 행랑아범으로 나앉아야 하리로다.

이제 우리 정신 차리세. 우리 모두 깨어서 주변을 돌아보세. 우리끼리 조금 풍요해져 나태에 빠진 몰골을 돌아보세. 우리 마시고 노는 멍석놀이는 이만 집어치우고 배타고 바다로 나아가고, 말 등에 올라타고 만주로 치달리는 선구자 되어보세. 우리는 너무 일찍 우리의 기상을 잃어 버렸구려. 우리가 동북아세아를 호령하는 기마민족도 아니고, 장보고 기상을 이어받은 해양 민족도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로 간단 말이요.

이 작은 토끼 상을 호랑이 상이라도 으름장 놓아본다고 누가 떨기라도 한단 말이요. 천만에요, 천만에요. 용위호쟁해도 힘이 있어야 할게요. 권총 없는 서부의 명사수 어디 있갔수. 우리끼리 광대놀이 벌려 봐야 모두 웃잖소! 이제는 좌판을 뒤엎고 분연히 일어설 때요. 모두 말 타는 기상과 물 젓는 기백을 쫓아야 하오. 백두산을 장백으로 뺏기고, 독도를 죽도로 빼앗기면 어쩌 갔소. 이름을 잃으면 얼굴도 잃는 법이오. 대의명분이 자본론보다 못하지만, 선비는 뱃속의 고픔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하오.

우리는 이제 갓을 벗어던진 촌부에 불과한가요? 하얀 옷 숭고한 정신도 없고, 넝마 된 블루진 화려함에 모두 잊은 게요? 그 사이에 이미 우리 머리와 허리는 빼앗기고 있었소. 한강 이남에 만족하는 작은 신라의 화랑도로 전락하려오? 허리 이북에 색동옷 입은 우리 동포를 너무 에워싸다가 우리 하체마저 흔들거리진 않소? 물 밖의 낯 설은 형제들은 우리가 서로 싸우다가 모두 쓰러지길 기다리는 어부지리의 영악한 팔순 노인들이오. 어찌 우리끼리 뿔을 과시하다가 서로 멸망하려하오. 너무 멀어도 탈, 너무 어울려도 탈이란 걸 모르오? 차가운 머리로 저 영악한 외국정치 고단자와 대적藉?하잖소. 어찌 사회주의적 무정부적 열정과 발상만으로 이기려 하오. 어림도 없소. 가당찮은 말이오.

저들이 물려받은 군비의 유산과 재력을 보면 기가 질릴 것이오. 이제 저들은 자신의 먼지 묻은 옷깃을 털려 하고 있소. 그 먼지가 내 콧구멍으로 들어와도 얼굴조차 찡그리지 못하는 우리 신세를 생각해보시오.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서 슬금슬금 옆으로 물러나도 자꾸만 먼지 터는 저들에게 어찌 하겠소? 무슨 방도가 있는 거요? 없다면 지금이라도 명상해 봅시다.

단제 신채호의 음성을 다시 듣든가, 고구려의 말발굽을 확성기로 옮기던가, 도자기 굽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 봅시다. 우리는 파괴될 존재가 아니오. 우리는 하얀 머리(白頭)를 허연 긴 수염(長白)처럼 몸을 낮출 수가 없소. 우린 외로운 섬(獨島)을 대나무섬(竹島)으로 만들 수는 없소. 그러나 우리가 고집한다고 파도가 멈추지는 않소이다.
세상 이치는 물 밀 듯 닥치는 법. 쓰나미 지나간 한반도에 남은 깃발이 무슨 소용이오. 그 땐 너무 늦었소. 나 홀로 외로울 때 같이 울어줄 이웃이 있는가요? 우리는 제대로 된 친구도 없는 슬픔에 더욱 아파할 거요. 우리끼리 서로 힘 되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모두 잃어버린 지금에서 허망함을 느끼는 구료. 애닯소, 애닯구려.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불쌍하구려. 백두 잃고 꼬리 잃고 모두 사라진 인생이 허망하다고 은거할 금강산도 없으니 어이하리오! 내 비록 똥지게 미는 미천한 몸이지만 슬픈 운명에 어찌 눈물 아니 나리오! 한 거사가 섧게 운다.
■ 한 호/ 전 관동대 교수/ 시인·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