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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일본이 패망한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남해안 한려수도해상공원에는 일제가 남긴 군사시설물이 곳곳에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통영시 한산면 대매물도 장군봉 정상(210m)에 오르면 정상과 사방을 빙둘러 바위를 뚫어 만든 인공 동굴 6개가 있다.
이 동굴들은 1945년 경남 진해의 일본 해군통제부에서 대한해협 방어용 포진지와 관측소를 구축하기 위해 충청도 광부들을 비롯, 매물도 대항, 당금마을 주민들을 강제노역시켜 만든 군사시설이다.
장군봉은 정상에서 소매물도 등대섬과 선유도, 가익도, 욕지도 등 통영지역 부속도서는 물론, 날씨가 좋으면 일본 쓰시마섬까지 조망할 수 있어 당시 패색이 짙어가던 일본군은 연합군의 한반도 진출에 대비, 장군봉 정상에 군사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단단한 암반을 뚫고 만들어진 각각의 동굴의 크기는 어른 10명 이상이 들어가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이 동굴을 만들기 위해 동원된 섬주민들의 고초를 짐작케 했다.
완공을 앞두고 포를 설치하기 직전 일본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동굴은 실제로 사용되지는 못했지만 매물도 토박이들 가운데서는 아직도 당시 노역에 동원된 사실을 생생히 기억했다.
대항마을 김복두이(80) 할아버지는 “43년에서 45년 사이에 일제가 연합군의 침략을 막는다고 매물도 산꼭대기에 터도 닦고 굴도 뚫으면서 마을 주민들을 괴롭혔다”면서 “일본군이 조를 짜 돌아가면서 강제노역에 동원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마을 송우식(80) 할아버지도 “일본인 최고감독이 허리에 칼을 차고 일을 시켰는데 동굴 공사를 거의 끝내고 포를 설치할려고 할때 패망을 맞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항마을 김정동(58) 이장은 “당시 마을 아낙내들이 수십㎏의 시멘트 포대를 이고 산정상까지 올라갔다 왔다는 얘기를 어른들한테서 많이 들었다”면서 “일제가 군사적 목적으로 뚫은 동굴들을 역사적 유적으로 개발해 관광자원화 했으면 하는 것이 섬주민들의 희망이다”고 말했다.
일제가 판 이 동굴들은 일본이 패망한 뒤 방치되다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해상침투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이 장군봉 정상주변에 레이더 기지를 만들면서 다시 군사시설로 활용됐다. 하지만 해군이 철수하면서 쓰레기가 가득한 채 방치되고 있다.
한산면 사무소 관계자는 “일제가 만든 군사시설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해군이 장군봉 정상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운영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 통영신문 편집국장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