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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칼럼/보신탕

장마가 끝나더니 살인적인 무더위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더 덥고 긴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월 20일은 초복이었고, 30일은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었으며, 오는 9일은 말복이다. 우리 한국인들에게 복날은 어떤 날인가? 나를 비롯해서 많은 한국인들은 복날이라면 보신탕을 생각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를 먹는다. 복날 보신탕을 먹지 않으면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아 허전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나는 보신탕을 매우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철이면 자주 먹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즐기셨던 것이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먹게 되었다. 내가 어릴 때 이맘때면 우리집 광의 바람이 잘 통하는 한쪽 기둥에는 개 뒷다리 하나씩이 걸려 있곤 했다.

냉장고라는 것이 없던 그 시절, 무더위에 상하지 않고 장시간을 보관할 수 있는 육류는 그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보신탕문화는 많은 외국인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동물애호가 중 한 사람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인들이 야만스럽게 개고기를 먹는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내 친구 중 하나?용인시내 모 대학의 미국인 교수는 내 앞에서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애완용이 아니라 황개(이걸 차마 X개라고는 말하지 못했다)라고 식용이 따로 있다는 등 변명(?)하기에 급급해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친구와 함께 보신탕을 자주 먹으러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나서 주로 조깅을 하거나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할 경우 대개는 내가 식당을 안내하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나는 그 친구를 놀려줄 생각으로 보신탕집엘 데려가 한국의 전통음식인 곰탕이라며 먹어보라고 했더니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너무 맛있게 그걸 먹는 바람에 그날 그것이 보신탕이란 걸 얘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여섯 번을 함께 보신탕을 먹은 다음, 그러니까 조건반사 중추신경이 작동해서 곰탕(?)이라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 때쯤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곰탕이 아니라고 고백을 했다. 내 거짓말의 대가를 걱정하면서…

그런데 그 친구의 반응은 참으로 의외였다. “No Problem(일 없어)!” 그게 그의 대답이었다. 그날 이후 이런 여름날이면 그 미국인 친구는 자주 내게 ‘맛있는 곰탕’을 먹으러 가자고 먼저 앞장을 선다.

내가 나가는 대학의 교수휴게실에서 보신탕을 주제로 다른 교수들과 어울려 잡담을 한 적이 있다. 생물학을 전공한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개의 세포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먹다 버린 것을 개가 먹는 등 인간과 가장 흡사하게 먹는 것이 개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개고기가 인간에게 가장 맛있는 고기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물론 이 말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는 산꼭대기의 만년설에 추락한 비행기의 승객들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다가 최후의 방법으로 죽은 승객의 인육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미국영화가 생각난다.
이홍영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