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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열린시학기획시선 34번 작품집으로 출판한 조성심씨의 ‘바람의 신발’은 조 작가가 그간 자신의 가족사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한 ‘벌레먹은 푸른 능선’, ‘달’, ‘막힌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등 87점의 작품이 실렸다.
사물을 응시하는데 얇지 않은 사고의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조 작가의 이번 작품집에 대해 경기대학교 이지엽 교수는 “조성심의 작품에는 존재의 이면을 투시하는 힘이 있다”며 “이 상상력은 흡인력이 강하지만 결코 과격하지 않으며 내밀하고 부드럽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시인에게 있어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그 구체적 공간인 ‘무덤’에 대한 인식은 타자와의 교통이 이루어지는 공존의 공간”이라며 “여기에 시인 특유의 시적 상상력이 놓여있어 모두에서 언급한 폐쇄적 동일성이 아니라 대립하는 것의 공존이 상상력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회 용인문학회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조성심 작가는 충북 중눙?출생으로 지난 1994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미즈카*
조성심
무겁게 가라앉은 원삼 막걸리를 흔들어
고향의 냄새를 그리워했을
투박한 잔에 가득 술을 따랐다
그 옆에 주문진에서 사온 북어포 한 마리
곱게 눈을 감았다
뼈를 모두 발라내고 바다를 건너온 북어포
미리 예정된 만남에 그저 어깨만 들썩였다
들녘에서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마셨을
막걸리를 뿌리자
소리 내어 쓰러지는 꽃잎
오늘까지 눈물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나 보다
몸은 어디로 갔는가
가는 손목에 만져 볼 수조차 없는 물방울 하나 남겨두고
잎새와 줄기가 사라진 희귀한 역사의 꽃
파르르 내 앞에서 떨었다
그리움이 찾아올까봐 잠들지 못하고 먼 바다를 향해 깨
어 있었다
네발 달린 산짐승처럼 찢어진 십이만 육천 개의 꽃잎, 꽃잎
그대로 돌아설 수 없는 목마른 아침이여
광목치마 두른 어머니가 맨발로 뛰어 나왔을
비온 뒤 더욱 푸른 고향의 흙냄새여
오늘을 기억하라.
*귀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