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중동아시아에 『천일야화(千一夜話)』가 있다면 한국에는 『대동야승(大東野乘)』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천일야화』와 『대동야승』이다.
설화·야사·전기의 본질은 이야기다. 서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일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되, 어떤 특정한 사실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 서사의 특징이다. 설화·야사·전기가 특정 사실에 기반한 서사라면, 소설은 변주와 확장을 통해 그 서사를 극대화한 장르이다. 많은 서사 양식 중에서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다. (사) 한국작가회의 소속 소설가들이 새롭게 중·단편소설로 쓴 한국민중운동사를 들고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5집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1: 전통시대편』에서 김민효의 「운명에 이끌리다」는 묘청의 난을, 유시연의 중편소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는 만적의 난을, 엄광용의 중편소설 「전설이 된 숨은 용」은 삼별초의 난을, 김주성의 신작 「과녁 없는 살(薩)」은 임꺽정의 난을, 정수남의 중편소설 「꺼지지 않는 횃불」은 홍길동의 난을, 백영의 단편소설 「활빈도의 길」은 장길산의 난을, 김세인의 「작변(作變)」은 이필제의 난을, 채희문의 「녹두꽃 지던 길」은 동학농민전쟁을, 김찬기의 「불이 붙는다」는 평안도농민전쟁을, 김민주의 「민란(民亂)」은 이재수의 난을 각각 작품화 하고 있다.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2: 근현대편』에서 마린의 「민주의 씨앗」은 3ㆍ1운동을, 하아무의 중편소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오」는 형평운동을, 김현주의 「암태도의 푸른 불꽃」은 암태도의 소작쟁의를, 배명희의 「암전」은 대구 10월 항쟁을, 은미희 「붉은 섬」은 4ㆍ3항쟁을, 정우련의 「손:1960년 그해 봄」은 4ㆍ19혁명을, 박숙희의 「우아하고 난폭하게」는 부마항쟁을, 김종성의 중편소설 「검은 민들레: 검은 봄 3」은 사북항쟁을, 이진의 「기나긴 터널」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강윤화의 「가장 잘하는 일」은 6월항쟁을 각각 작품화하고 있다. 20명의 소설가들이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민중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무엇을 입고 있었고,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 보이고 있다.
용인시는 수많은 역사인물들의 서사를 품고 있는 고장이다. 그동안 용인시가 『용인시사』 등을 통해 역사 인물들의 삶을 기록해 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적인 정보로만 가득차 있는 관찬 서적들은 독자들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방대한 분량의 『용인시사 총서』나 『용인군지』만 펼쳐 봐도 역사인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한결같이 용인의 역사인물들의 모습은 인사동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인물화처럼 액자 속에 박제되어 있는 것 같다.
학술지에 실려 있는 인물에 대한 서술과 같은 글에는 인간의 숨결이 없다. 인간의 숨결이 없는 시지나 군지의 역사인물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작업을 이미 많은 시·군들이 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시·군에서는 소설가들에게 역사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시·군청의 누리집에 연재하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가 하면, 세종시처럼 소설가들에게 세종과 연관이 있는 역사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쓰게 하여 단행본을 출간하는 사업을 하기도 한다.
110만 용인시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용인시에도 이야기가 있고, 역사인물들의 삶의 발자취가 도처에 남아 있다. 언제까지 용인시의 역사인물들을 액자 속에 박제시켜 놓고만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