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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칼같은 세상 속 ‘즉흥의 자유’ 위안

재즈 보컬 임미성 ‘삶, 틀려도 좋은자유’ 에세이집 출간

 

용인신문 | AI가 한 치의 오차 없는 정답을 내놓는 시대, 정답만을 강요받으며 매 순간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집이 나왔다.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 씨가 ‘삶, 틀려도 좋은자유’를 율리시즈에서 펴냈다. 재즈처럼 삶이란 정해진 악보의 재현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흐름을 타는 ‘즉흥’의 연속이므로 “틀려도 괜찮아, 삶은 즉흥이니까”라며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또, 획일화된 세상의 정박자에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고유한 엇박자로 춤추듯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결코 비뚤어진 걸음이 아니라 가장 나답게 걷는 자유의 스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음악을 넘어 일상과 인문학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독창적인 ‘재즈적 사유’에 있다.

 

저자는 파리의 낯선 골목을 헤매며 체득한 자유에서부터 니체의 철학, 마티스의 그림, 우리 식탁 위의 명태전 같은 일상의 소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재즈의 문법을 길어 올린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예술가들의 시도와 우리네 일상을 연결하면서, 악보의 여백인 ‘빈 마디’가 연주자의 창의성을 위한 공간이듯 삶의 결핍 또한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갈 가능성의 공간임을 역설한다.

 

저자의 시선이 닿으면 밥상 위의 반찬도, 딱딱한 철학책도 모두 흥겨운 재즈가 된다. 가령 저자는 명태가 건조 방식에 따라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로 이름을 바꾸며 변신하는 과정에서 재즈의 ‘변주(Variation)’를 읽어낸다.

 

기존 문법을 파괴하고 문장 부호마저 리듬처럼 사용했던 니체의 글쓰기에서는 자유분방한 재즈의 운율을, 점잖은 양반 사회에서 파격적인 문체와 해학으로 시대를 풍자했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는 비밥Bebop의 저항 정신을 발견한다.

 

또한 차가운 직선과 원색으로 뉴욕의 역동성을 표현한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에서 뜨거운 재즈 리듬을 찾아내고, 840번이나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야 하는 에릭 사티의 ‘짜증Vexations’에서는 지루함을 넘어 몰입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미학을 읽어낸다.

 

바흐의 대위법이 재즈의 뼈대가 되고, 허난설헌의 한 맺힌 시가 현대의 재즈 선율과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통해, 예술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삶 곳곳에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저자의 시선은 건축과 영화의 영역으로까지 거침없이 뻗어 나간다.

 

임미성씨는 파리 국제재즈페스티벌 등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1집 ‘바리공주’와 2집 ‘용비어천가’를 통해 한국의 신화와 고전을 재즈 컨템포러리로 재탄생시켰다. 3집 ‘오감도’에 이어 4집을 준비 중이다. 현재 숭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