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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헌혈증 필요해요” SOS… 이웃들 ‘사랑의 기적’

안타까운 사연 접한 주민들
앞다퉈 기증… 200여장 모여
김민경씨 160여장 기탁 눈길

용인신문 |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지난 연말,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단체 채팅방에 간곡한 사연 하나가 올라왔다. 아픈 가족을 위해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를 헤매며 헌혈증을 구하고 있는 한 이웃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이 작은 울림은 순식간에 파동이 되어 지역사회 전체에 거대한 온기를 만들어냈다.

 

사연을 접한 주민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 톡방을 시작으로 처인구시민연대, 고림미래연대, 드마크데시앙 발전위원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힘을 보태며 온·오프라인 카페에 소식을 공유했다.

 

상가 카페 사장님은 흔쾌히 헌혈증 수거 장소를 내주었고, 주민들은 추위 속에서도 헌혈증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조용히 헌혈증만 두고 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 한밤중에 찾아온 ‘천사’ 김민경 씨

그렇게 단 하루 만에 43장의 헌혈증이 모였다. 하지만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 밤, 한 주민이 개인적으로 소중히 간직해온 헌혈증 160여 장을 한꺼번에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로써 단 하루 만에 모인 헌혈증은 총 200여 장에 달하게 됐다.

 

160여 장의 헌혈증을 기탁한 주인공은 주민 김민경 씨였다. 김 씨에게 이 헌혈증은 단순한 종이 이상의 의미였다.

 

과거 남편이 투병할 당시, 주변의 따뜻한 도움으로 간절하게 모았던 ‘생명의 줄기’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세월이 흘러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당시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직접 헌혈한 것도 아니고, 이제 우리 가족에겐 필요 없어져 내놓은 것뿐인데 이렇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다”며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일부를 남겨둘 법도 한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전량을 내어준 결정은 지켜본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때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았던 간절함이, 이제는 다른 이웃을 살리는 희망으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 처인구 시민단체, 감사패 전달

이 따뜻한 사연에 화답하기 위해 처인구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4일, 김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번 전달식은 관공서의 주도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마음을 모아 이웃 시민에게 예우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김 씨의 자녀도 함께 초청되어 나눔의 가치를 공유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자녀도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망설임 없이 내어주는 뒷모습이야말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라며 “이러한 조용한 나눔이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탄절의 기적으로 시작되어 새해의 감동으로 이어진 이번 사례는,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연대’와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한겨울, 처인구에서 피어난 작은 온기가 도시 전체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160여 장의 헌혈증을 기증한 김민경 씨와 아들 한바다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