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임신을 하면 괜히 마음이 어수선하다.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순간, 기쁨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곧바로 이런 생각이 따라붙는다. “혹시 유산되면 어떡하지?” 그날부터 검색창은 갑자기 산부인과가 된다. ‘유산 확률’, ‘초기 유산 증상’, ‘아랫배 콕콕 괜찮을까’. 검색을 하면 할수록 마음은 이상하게 더 조급해진다. 임신은 분명 축복인데, 그 축복을 마음껏 반가워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불안해진다.
사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었다고 해서 모두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정란이 건강하지 않다면 자궁내막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착상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과정이다. 배아의 염색체 상태는 괜찮은지, 세포분열은 리듬을 잘 타고 있는지, 자궁내막과의 신호 교환은 원활한지. 이런 조건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이 단계에서 탈락하는 수정란은 꽤 많고, 대부분은 우리가 임신 사실을 알기도 전에 지나간다. 그래서 착상이 되었다면, 임신이라는 여정의 첫 관문은 이미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후의 유산이다. 유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유산은 인체가 가진 판단 과정에 가깝다. 생명이 자라기 위한 최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인체는 무작정 끌고 가지 않는다. 착상 이후에도 인체는 건강한 배아인가를 계속해서 점검한다. 세포분열이 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치명적인 염색체 이상은 없는지 등을 하나씩 확인한다. 이 과정은 임신 초반 내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인체는 임신을 유지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유산의 상처를 가볍게 만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원인이 ‘산모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자연도태’라는 표현은 다소 차갑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보다 정상적인 시스템도 없다. 실제로 심각한 기형이나 치명적인 염색체 이상이 있는 배아가 유산 없이 임신기간을 끝까지 유지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임신 12주 이전에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래서 임신 주수에서 12주는 그토록 중요한 숫자인 것이다. 임신이 되어서 12주를 무사히 넘겼다는 것은 배아의 기본 설계와 초기 발달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물론 이후에도 변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 이후부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한 발쯤은 물러나도 된다.
유산을 걱정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 걱정이 커질수록, 임신부는 자신의 몸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태교는 결국 내 몸을 믿는 연습이자 실천이다. 인체는 생각보다 정교하고, 무책임하지 않으며, 아무 이유 없이 생명을 밀어내는 시스템도 아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스스로 책임지려 하면서, 필요 이상의 불안을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임신 12주를 넘겼다면, 이제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유산을 걱정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을 키우기보다, 이미 여기까지 온 과정을 한 번쯤은 인정해도 된다. 태교란 결국 무언가를 더 하려고 애쓰는 일이 아니라, 내 몸과 이 아이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믿어주는 데서 비로소 시작된다. 임신은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불안에만 휘둘리지 않는 연습에 가깝고, 태교는 그 연습을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해나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태교가 시작되기에, 이 시기는 충분히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