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디아스포라 라는 말은 대체로 슬픈 이유로 자신의 터전을 떠난 민족들의 모습을 말한다. 유대인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전 세계로 흩어졌던 사례가 그 시작이라면 오늘날은 분쟁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아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금이가 쓴 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와 『알로하, 나의 엄마들』,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을 떠난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이중 얼마 전 발간된 『슬픔의 틈새』는 사할린으로 떠난 소녀 단옥네의 이야기이다.
단옥의 고향은 충남 공주였다. 단옥이 건너온 곳은 화태. 그곳은 러시아가 사할린이라고 불렀으나 1905년 일본이 전쟁에 승리해서 차지한 후 ‘가라후토’라고 불렀으며 조선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적은 한자를 읽어내 ‘화태’라 했다. 그곳은 아버지가 탄광노동자로 와서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내는 곳이기도 했다. 소설의 전반부, 단옥네 가족은 화태에 모여 한 때 행복을 찾는 듯했지만 아버지가 다시 다른 곳으로 노동을 위한 강제로 이주를 하는 통에 그 꿈은 무산된다.
단옥의 여정은 거대한 강제이주와 노역의 역사를 따라가는 로드무비와 같다.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땅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아픈 이들이다. 이금이의 작품은 그들의 거대한 여정을 숨 쉴 틈 없이 따라간다. 이금이 소설의 소녀들은 바리데기를 닮았다. 바리데기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처럼 단옥 역시 집을 떠난 오빠 성복을 대신해야 한다는 마음,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꿈을 한데 모아 생의 슬픔을 불꽃으로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