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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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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서재

어느 시인이 가족을 추도하는 낯선 방식

백현주 기자

용인신문 | 하나의 죽음이 하나의 이유와 짝을 지을 수 있을까? 하나의 슬픔과 짝지을 수 있을까? 앤 카슨의 『녹스』는 이를 거부하는 책이자 묘비이다. 저자 앤 카슨은 시인이면서 번역가이다. 저자에게 찾아온 오빠의 부고는 며칠간의 애도로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슬픔을 하나의 단절로 볼 수도 없는 『녹스』는 길고 긴 아코디언 북으로 완성해 낸 하나의 비가이기도 하다. 책은 관에 고인을 안치하듯 회색빛 상자 안에 고이 접어 보관된다. 어떤 면에는 고대어를 풀이한 사전과 같은 말들이 등장하고, 어떤 면은 주고받은 편지의 우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불현듯 찢어진 편지의 일부가 혹은 메모가 등장하기도 하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글은 또 다른 공간의 글과 단절되는 것 같지만 이들은 내면의 쓸쓸함을 공유하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망각에 맞서기 위해 잠금장치를 만들고자 역사를 기록했다는 인용은 오빠의 기억을 영원히 남기고자 함이 아닐까. 하나의 단어는 여럿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를테면 quae라는 라틴어 속에는 한 면을 차지하고도 남을 만큼의 의미들이 나열되고 또 나열된다. 결국 존재의 이유도, 죽음의 이유도,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