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한 때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숭고하게 받들어지고 그 목적이 아름답던 시기가 있었다. 굳이 과거형을 빌어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숭고함보다는 이해관계가 더 강조되는 듯한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경민의 『앤서』는 가상의 시간과 사건을 빌어 숭고와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 유이가 사는 세계는 아르굴이라는 괴물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방벽은 점점 무너졌고 방벽 안의 셸터는 물자가 부족해 서로 반목하고 있다. 마낙은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마낙은 다른 셸터까지 침략한다. 마낙은 유이가 있던 발안 셸터에 들어와 유이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다. 반면 파비언은 포털를 이용해 앤서의 여론을 만들어 정책을 수행해 나가는 대통령이다. 여기에 제3의 인물 킨은 사람들을 이야기로 매혹시켜 원하는 일을 추진하려 한다. 유이는 마낙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마낙과 같은 인물들이 남발한 “달콤한 약속에 자기 욕망”을 투영해 마낙과 같은 인물을 지도자로 올린 이들을 생각한다. 파비언은 누구라도 이용가치가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유이가 한 때 사랑했던 킨은 어떨까? 킨의 목적은
용인신문 |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유상아 작가의 청소년소설 『판데모니움』은 디지털 세계의 화려한 껍데기 뒤에 감춰진 청소년 범죄의 어두운 이면과 그 안에서 상처받고 연대하는 소년들의 투쟁을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화이트 해커를 꿈꾸는 소년 은호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선정이와 친해진다. 선정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은호는 '메피스토'라는 존재가 지배하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를 쫓게 되고 '판데모니움'이 그 배경에 있음을 알게 된다. 판데모니움은 불법 도박과 사채, 마약 유통, 그리고 성 착취 동영상 유포까지, 현대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디지털 범죄를 자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은호의 친구와 가족들은 어떤 이유로 판데모니움에 발 딛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선정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메피스토와 용서할 수 없다던 파우스트를 쫓는 큰 줄기 안에서 은호의 서사와 주변인물들의 사연이 얽히고 설키며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판데모니움』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온갖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고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려는 악마 메피스토와 메피스토의 유혹에 고뇌하는 파우스트, 그리고 타락한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주는 그레트헨을 차용하여 작가적 해석을 반영
용인신문 | 《동시마중》(격월간), 《오디오 동시마중》, 도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주간), 웹진 《땡감나무》의 편집자 이안의 동시 참고서 『따라 읽다가 저절로 쓰는 동시 쓰는 법』이 출간되었다. 어린이를 포함한 동시 작가 90인의 200편이 넘는 작품이 수록된 이 도서를 저자는 “동시 참고서”라 밝힌다. 이 책의 구성은 동시를 쓰는 이의 기본소양을 비롯해 말과 글자의 세계, 어린이 혹은 동심 혹은 독자, 스타일, 퇴고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마당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동시의 깊이를 전달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동시에 필요한 개념과 예시 작품, 좋은 사례, 예의 주시할 점 등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이의 사정을 고려해 기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태도와 방향’은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기본 자세와 만나는 지점도 있다. 아동을 위해 가장 순수한 언어를 정제해 표현하는 동시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어야 한다는 호소는 얼룩진 아동문학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린이가 구사하는 언어는 결코 미지근한 후방의 언어“가 아니라며 “당신이 쓰는 시 앞에 정확히 어린이가 앉아 있나”를 묻는다. 꼭지마다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작
용인신문 | 예의 혹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는 우리. 그러나 그런 예의나 배려 혹은 상황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오늘의 책에 나오는 요한이가 그렇다. 꼭 해야 할 말조차 못하고 사는 현빈의 입장에서 자폐스펙트럼의 하나인 아스퍼거를 가지고 있는 요한이는 거슬리는 존재이지만 어쩐지 부럽기도 하다. 게다가 어쩌다 방문하게 된 요한이네 집은 온갖 부러운 것 투성이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아스파라거스』는 고등학생 현빈과 그의 아빠가 타인의 모습에서 자기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위로와 돌파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고등학생 현빈의 아빠는 너무 예민해서 직장생활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무직인 아빠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는 최근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 모셔야 하는 일까지 더해 머리가 아프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현빈은 아빠가 “자기 편한 대로만”산다고 생각하며 어릴 적부터 그렇게 살면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고 있다. 소설 속에서 현빈이는 요한이를 보며 아빠를 이해하고, 아빠는 요한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엄마는 요한이와 현빈이 얽힌
용인신문 | 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속도 역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떤 이는 끊임없이 내면을 가꾸고 외적 위치를 바꿔가며 시대의 흐름을 쫓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이는 그러한 변화에 환멸을 느끼며 어딘가에 정착하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제자리’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을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탐색한 저작이다. 저자 클레르 마랭은 ‘제자리를 지키는 것’과 ‘탈주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욕구 모두에 각기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여정이며, 머무는 행위조차 그 여정을 구성하는 정서적·사회적·지리적·정치적 기착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자리라는 개념을 탐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특정 장소와 연결되기 마련인데, 때로는 그 장소 자체가 개인에게 억압이나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제자리를 벗어나는 탈주가 절실하다. 반대로 탈주 역시 능사는 아니다. 자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끝없이 방황하는 것 또한 존재의 안녕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탈주’의 가치에 좀 더 주목한다. 대개의 작가는 제자리를 지키는 것을 일종의 구속으로
용인신문 | 이보다 더 간절할 바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성인 아들을 둔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 간암 선고를 받고 여명 6개월을 이미 넘겨버린 벼랑 끝 아버지의 이야기가 『안녕, 피터팬』이다. 피터팬은 당연히 생각이 자라지 않는 아들일 터. 아들의 인지는 세 살을 넘기지 못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도서는 앞부분이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생애를 화자 꼭두와 함께 돌아보고 뒷부분은 자폐에 대한 이해가 중심이야기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보통의 시절을 보낸 보통의 아버지인 저자는 이제 특별한 아들을 돌보게 되었다. 자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기의 저자는 자폐를 회복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지해 “아들은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와 질병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장애는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아들이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전국에 장애인 수용시설이 1000곳이나 되지만 아들의 안식처가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무척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김장을 하는 아버지의 당찬 모습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안녕, 피터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