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성해나의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가 출간되었다. 2024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혼모노」와 2025년 젊은 작가상을 받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비롯한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혼모노」는 진짜를 잃어버린 가짜의 마지막 몸짓을 다루는 소설이다. 30년째 장수할멈을 몸주로 모시는 문수. 장수할멈은 생화를 좋아해 문수가 제단에 꽃을 바칠 때마다 ‘혼모노(ほんもの)’라며 좋아한다. 그런 문수가 두 달 전부터 접신이 되지 않고 있다. 십 년 전부터 고객이었던 정치인 황보가 큰 굿을 맡기려 하지만 문수의 상태를 눈치채고 건너편에 이사 온 신애기를 찾아간다. 질투에 눈먼 문수는 신애기의 굿판에 뛰어들어 자신도 굿판을 벌인다. 소설은 ‘혼모노(ほんもの, 진짜)’와 ‘니세모노(にせもの, 가짜)’라는 말을 이용해 삶의 진짜와 가짜를 오가는 문수를 조명한다. 정성을 다하고 신에 대한 경외심을 가졌던 문수의 첫 마음은 진짜였기에 장수할멈과의 접신으로 영험한 무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작품의 말미에 접신을 못하면서도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되어 가볍다고 고백하는 것이 이 소설의 아이러니다. 어쩌면 바나나
용인신문 |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경험을 모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정의하기도 하고, 그런 현재의 자신을 밑거름 삼아 미래에 대한 자기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항상 진실만을 담고 있을까? 김애란이 소설은 때로 거짓말이 오히려 더욱 진실한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관계를 가깝게 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게임을 한다. ‘나’를 설명하는 다섯 가지 문장을 만든다. 단,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한다. 상대방은 ‘나’의 거짓말을 골라내야 한다. 어느 날 전학 온 고등학생 오채운에게 담임은 자기 소개를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으로 하게 한다. 오채운의 등장에 그의 본질적인 정체를 한 눈에 알아본 소리, 그리고 오래전 오채운을 먼 발치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지우가 이 소설의 세 중심인물이다. 세 주인공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인생은 미리 생각한 이야기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좌절하고 무력해지기도 한다. 지우는 “내가 조금이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보겠다”(214쪽)고 말했지만 삶은 자신이 정한 방향과 달랐다. 채운은 자신의 상황이 “무서운 이야기에 갇힌”(134쪽
용인신문 | ‘털보 관장’으로 유명한 저자 이정모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등 총 12년의 관장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책 『찬란한 멸종』에서 저자는 지구가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생명체는 ‘찬란하게 진화’했다고 말한다. 『찬란한 멸종』은 세 PART에 걸쳐 다양한 생명체의 화자가 등장해 자연사와 인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첫 번째 파트는 2150년부터 2100년 시기의 이야기이다. 가상의 미래를 다루는 이 부분은 지구멸망의 위협으로 추진된 화성 이주에 관한 내용이다. 두 번째 파트는 과거 자연사에 등장하는 생명체의 이야기이다. 세 번째 파트는 대멸종 속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생명체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 책은 인간이 장대한 생물의 역사에 아주 짧은 시간을 차지했음에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신체적 조건이 열악했지만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중대한 역할이 있음을 소개하기도 한다.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이 멸종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생물은 죽는다’는 명제처럼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인간의 입장으로 보면 지금은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래
용인신문 |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답하는 수많은 강의와 책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소통이 어려워 갈등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패널과 대중과의 소통은 더욱 어렵다. 김혜진의 소설 『경청』은 소통의 의미에 대해,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15년 상담경력의 자신감 넘치는 임해수. 방송에도 출연할 만큼 이력을 쌓았다. 그랬던 해수는 1년 넘게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편지는 “언제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한 글이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은 그럴 마음도 별로 없는 글이고, 그러므로 폐기되어 마땅한 글”(64) 이다. 해수의 은둔은 방송에서 읽은 대본으로 인해 한 사람이 자살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아니, 어쩌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250쪽) 중 어느 쪽일까? 길고양이 순무를 돌보며 자신의 문제를 반성하는 해수의 방식은 고요하다. 어떤 사안을 두고 단번에 방향을 정하는
용인신문 | 지나가는 사람과 까치에게 말을 걸다 혼나는 토토가 창가에 서 있었던 이유는 교실 밖으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엉뚱한 토토는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 고바야시 선생님의 도모에 학교에 가게 되고, 그 학교에서 받은 사랑과 배려 덕분에 건강하게 성장하게 된다. 『창가의 토토』는 당시 일본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성장소설이었다. 『창가의 토토, 그 후의 이야기』는 전작에 등장한 토토가 42년 후 할머니가 되어 성장기를 회고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일본이 전 세계를 제패하던 강대국이었을 호시절에서 시작하지만 곧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1970년대까지를 아우른다.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기 전의 토토는 비교적 넉넉하면서도 문화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지냈다. 하지만 전쟁은 토토가 하루에 고작 콩 열 다섯 알로 버텨야 할 만큼 혹독한 시기를 보내게 만든다. 그 속에서 10대를 지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토토는 자신의 개성과 가식 없는 투명함으로 점차 사랑받는 인물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꿈을 만들어 나간다. 10대의 토토는 “꽃을 피우는 것은 내 임무”라고 생각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지만 헤프닝으로 끝날 때도 있었다. 처음 토토가 연기자로 채용된
용인신문 | 그림책은 읽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책이라는 매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펼쳐볼 수 있다. 게다가 점점 아동을 너머 전연령이 즐기는 추세이기도 하다. 『바위와 소녀』도 같은 맥락에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곤란한 물건 배달 전문”. 어느 날 소녀는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받는다. 그것은 크고 무거워서 옮기려 해도 도무지 요지부동인 바위였다. 꼼짝도 않는 바위를 보고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거들지만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찾기 어렵다. 바위를 버리고 빵을 만들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녀. 과연 소녀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바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바위를 버리려고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소녀의 고단함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소녀는 자신의 바위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돌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돌과 함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봐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그는 바위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었어. 배낭처럼 말이야./'그런다고 더 가벼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소녀가 물었어./'물론 그렇죠. 대신 두 손이 자유롭잖아요.'” 소녀는 사람들의 방식을 배우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