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국가란 무엇인가?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이나 공자로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한결같이 생각했던 명제가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4월이 되면 우리는 다시 이 명제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4·3, 4·16, 4·19 등 이러저러한 국가적으로 고단한 기억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다 최근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는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철학자의 답이다. 저자는 다수의 철학자들이 짚었던 국가의 존재 이유를 들어 세월호 참사를 성찰한다. 공자는 국가가 선의(善意)를 전제로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백성을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홉스는 생명 유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며 최우선 과제라 여겼다. 그 과정에서 비자연적이고 사회적인 불평등에 의해 자연권이 파괴·침해되는 것을 국가가 막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이는 루소였다. 이 같은 철학자들의 성찰은 참사를 통해 드러난 불완전한 국가의 모습을 반추에 ‘완전한 국가를 도모’하는 것이 그 목
용인신문 |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대의학에서 PTSD가 질병으로 인정받은 시기는 20세기 초반으로 알려졌지만 길가메시 신화에도,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의 기록에도 비슷한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PTSD는 시간이 갈수록 개인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은 저자 채정호의 30년이 넘는 연구를 기록한 사회적 트라우마와 그 대응방안을 수록한 저술이다. 저자는 생을 압도해버리는 사건을 겪은 이들이 점점 고립되는 이유를 밝히며 이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문제임을 피력한다. 이는 ‘우리’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우리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삶이 조직, 지역사회, 국가 등으로 확대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TSD는 개인을 너머 사회구조적 모순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므로 해결의 주체가 개인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PTSD의 극단에는 더 이상이 위험에 노출되기를 꺼려서 고립되는 개인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들을 고립되지 않게 함께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
용인신문 | 라인하르트 할러는 법정신의학자로 감정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의 저술 다수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심층분석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출판사에서는 “병원보다 법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정신과 의사”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 중 『증오의 역습-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은 뇌과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에서 도출한 연구를 바탕으로 증오의 뿌리를 찾아 그것이 표출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저자는 증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들의 등장을 꼽는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에 빠진 인물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그저 자아에 중독되어 인정과 찬양과 칭찬에 도취 된다. 도취된 나르시스트는 현실에서 멀어져 환각에 빠진다. 그런데 이러한 환각은 광기를 품고 있기에 찬양과 숭배가 사라지는 순간 파괴적인 증오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파괴적인 행위들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화해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랑과 우정과 존중은 하나의 목표를 겨눈 공통의 증오만큼 강력하게 인간을 하나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안톤 체호프의 말을 빌어온 저자는 그만큼 화
용인신문 | 18세기에 시작된 산업사회에서는 보편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1970년대를 지나면서 보편보다는 단독화 혹은 특수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단독화 현상은 소비도, 여행도, 취미도, 심지어 직장에서의 직무조차도 개성 있고 특별함이 강조되며 가시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의 단독성을 정의하고 설명한 도서가 『단독성들의 사회』이다. 이 책은 보편의 논리와 구분되는 단독성 혹은 특수성을 정의하고 우리 시대가 단독화의 특징이 두드러지기까지의 과정을 세계사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면 기술적으로 검색엔진과 디지털 연결망을 이용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보편적인 것이지만 사용자의 움직임을 기록해 특수한 소비성향이나 정치적 태도를 확정하고 사용자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단독화의 사례이다. 그렇다면 단독화를 우선가치로 놓는 사회가 더 좋은 것일까?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단독화 혹은 특수화를 더 높을 가치로 여기는 사회를 지향하긴 하지만 보편적인 것과 단독적인 것이 상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인종, 종교, 정치적인 집단들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극단은 오히려 사회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용인신문 | 작가에게 경험은 새로운 작품을 위한 하나의 모티브가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한강의 연극관람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남았다. 작품이 발표되던 2008년으로부터 십여 년 전에 한강이 본 연극은 『눈물 상자』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탄생시켰다. 눈물 많은 아이가 주인공인 『눈물 상자』. 눈물이 많은 아이 때문에 부모님은 걱정을 하지만 아이의 눈물은 조금 특별했다.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 소리”같은 것들 때문에 울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는 자신을 찾아온 검은 옷의 사나이와 그의 새를 만나게 되고, 이들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중 아저씨가 보여준 눈물은 빛깔이 다른 눈물이었다. 어떤 눈물은 너무 매워서, 후회해서, 그리워서, 기쁨에 겨워 등 20년 동안 모은 눈물은 영롱하게 빛난다. 아저씨는 이제 순수한 눈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 “세상의 모든 눈물들 사이에 고인” 눈물. 이들은 과연 순수한 눈물을 만나 노래하지 못하던 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굳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제를
용인신문 |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소설들은 한결같이 짓눌린 개인의 삶을 통해 문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드러낸다. 사회적 참사는 ‘참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은 개인의 죽음이 동반되며, 그로 인해 다수가 트라우마의 언저리를 배회하게 된다. 그럴 때 현장에서 살아온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관계에 따라 트라우마는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그 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그려낸 작품이다. 고등학생 이연서는 현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일을 당한다. 2023년 여름 오송, 호우에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자 지하차도가 잠겨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소설에서 연서가 당한 일을 구체적으로 오송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비오는 날에 대한 묘사와 버스에서 친구와 그 친구의 엄마가 죽었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오송의 사건과 겹쳐진다. 연서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아빠도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이고, 선생님의 가식적 태도에는 환멸을 느끼며 친구들의 태도마저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도 참사의 현장에서 겨우 살아왔으면서 죽은 친구를 애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자신에게 문제를 느끼기도 한다.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