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이사 와타나베는 페루에서 시인 아버지와 그림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사 와타나베는 문학과 일러스트를 공부하며 예술을 통한 사회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책은 2024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아동도서축제에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이사 와타나베의 『이동』은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절에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배경의 검은 색은 그 자체로 절망적인 상황을 암시한다. 어둠 속에 나무들은 잎사귀 하나 키워내지 못하고 앙상하다. 어둠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동물들의 표정은 비장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하다. 그 뒤를 따르는 유령 하나. 그들이 탄 배는 이편에서 저편으로 도착하지 못하고 와중에 숨을 거두는 동물들. 말이 없는 동물들의 이동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될 수 없는 깊은 어둠과 슬픔과 고통을 품고 있다. 『이동』은 그림책이라고 해서 죽음을 아름답게 위장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동물과 함께 하는 유령은 언제든 누구든 자신의 세계로 구성원을 불러온다. 책 속 인물들이 발견한 희망의 꽃은 이동하는 주인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평안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동』이
용인신문 | 2018년 『밀크맨』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애나 번스의 소설 『노 본스(NO BONES)』는 북아일랜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과 얽혀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개의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가 그렇듯이 독립을 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는 세력간의 다툼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내분이 작품의 후경에 자리한다. 소설은 평범한 어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은 전쟁이나 독립이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게 무엇이든 내일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소설이 중반부를 향해 갈수록 영국군은 어밀리아의 마을에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고 폭행을 일삼는다. 왜 그럴까? 게다가 어밀리아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영국군이 오면 그저 부부싸움을 크게 했을 뿐이라고 거짓말까지 해야 한다. 왜? 번역투의 문장이 어지럽지만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소설 속에 펼쳐지는 일들이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알콜 중독 선생은 아이들의 관심사보다는 학급 경연을 위한 시를 강요하고 있다. 어린 소녀는 고무탄을 자랑처럼 감추며 자신이
용인신문 | 4월 3일, 많은 이들이 용인의 판다 푸바오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다면 4월 8일은 이탈리아에서 이금이 작가가 스토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2주 전 허구의 삶 을 소개한데 이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소개하며 졸고를 쓰고 있는 기자도 그 염원에 동참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파란만장한 세계를 경험한 두 여성 수남과 채령이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한다. 부잣집 딸 채령의 몸종으로 팔려간 수남은 채령 대신 위안부에 지원하며 생의 굴곡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다고 해서 채령이 수남 덕분에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마지못해 한 준페이와의 결혼은 측은하고 슬픈 생으로 이어졌다. 두 여성은 소설 속에서 선과 악으로 나뉘어 갈등하기보다 그들의 개인적 소망과 역사의 흐름이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들은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이라는 힘없는 이로 태어났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가족을 지키며 역사의 회오리에 의해 한반도를 너머 만주를 포함한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까지 그 활동반경이 광대하다. 그 속에서 과연 생의 진실을 찾은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진실이란 무엇일까? 작
용인신문 | 인생 리셋(Reset)을 꿈꾸는 이들은 과거가 후회로 얼룩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닥쳐온 현재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의 필자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필자는 숲이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이생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필자가 책을 통해 소개하는 생물은 23가지이다. 필자의 관찰은 우리 숲에 사는 작은 생명체에서 전설을 품은 큰 나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생물에게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이 세계에서 번성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이 다치거나 죽는 것은 오히려 인간중심적 사고의 결과이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아주 작은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변화이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환경 탓으로 미루는 반면 생물들은 스스로 변화하여 공존을 모색한다. 예를 들면 몬스테라가 자신의 잎에 스스로 구멍을 만드는 전략이 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뭇잎에 골고루 햇빛이 필요한데 정글에서는 가장 위에 있는 잎만 빛을 보게 된다. 몬스테라의 구멍은 아래에 달린 잎까지
용인신문 |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수상의 의미가 깊은 안데르센 문학상(스토리 부문 최종 후보에 우리나라 작가 이금이가 호명되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전 세계의 아동청소년문학가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이 상은 수상 이전에 최종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금이의 스토리로 소개되고 있는 작품은 『유진과 유진』(2004),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 『망나니 공주처럼』(2019), 『허구의 삶』(2019),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등이 있는데 이중 『허구의 삶』은 현대인의 허위와 진실된 삶에 대한 갈망이 두 인물의 인생에 투영된 작품이다. 부잣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는 허구와 가게를 하는 외삼촌네 가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상만이 이 작품의 중심인물이다. 서울에서 이사 온 허구라는 인물은 학생들 사이에 선망과 흥미의 대상이었다. 그런 허구와 전혀 반대인 상만이 친해진 것은 우연이었다. 상만은 허구가 가진 재능과 관계를 얻어내지만 그때부터 상만의 삶은 점점 굴곡져 가기 시작한다. 상만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은 현재의 욕망을 기준으로 무언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
용인신문 | 공간은 비어있지만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은 혹은 구조물을 만들지 않아 생긴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권력과 욕망이 채워지기도 하고, 시민의 요구가 흐르기도 한다. 임우진의 『보이지 않는 도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조물을 열 가지 의문과 함께 들여다보며 보이지 않는 의도들을 발굴해 낸다. 필자는 공간을 소개하고 그곳의 인문적 배경과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면 동서양의 도로변과 도로에 대한 시각 차이를 제시하고 과거의 소산이 어떻게 다른 도로 문화를 만들었는지를 두루 살핀다. 잊지 않는 것은 우리의 공간에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과거의 문제를 설명하는 박물학적 입장 대신 시각을 달리해 바꿀 수도 있는 것 혹은 바꾸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제안하거나 실패한 계획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 현재에 적용하려는 시도 등을 적었다. 구성의 측면에서 내용의 전문성보다 보편성에 관심을 갖고 읽으면 좋은 도서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기 시작한 요즘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광화문 광장에 대한 기록들이다. 필자는 광화문 광장이 ‘광장’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광장을 둘러싼 다섯 면은 사람들이 머물러 공론에 집중하기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