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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용인FC 엠블럼’ 잡았다

 

용인신문 | 110만 용인특례시 프로축구단, 용인FC의 첫걸음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시가 SNS를 통해 엠블럼 후보를 공개하자마자 “조기축구회만도 못하다”는 혹평과 조롱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엠블럼 제작 과정에서 전문가를 배제한 ‘관 주도 행정’이 빚어낸,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를 통해 드러난 내막은 더욱 실망스럽다. 당초 엠블럼 제작을 맡았던 전문 업체가 작업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놀랍게도 용인시청 체육진흥과 공무원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디자인 부분과 관련없는 용인FC 단장이 이 과정을 주도하며, 시청 직원이 만든 ‘비전문가’의 시안을 바탕으로 논란의 엠블럼 후보군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프로축구 엠블럼에 용인시 도시브랜드를 반영하라’는 요구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명확해졌다. 실례로 반도체 산업 비전을 시정 홍보하듯 축구단 정체성에 욱여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구단의 정체성과 팬덤의 상징성을 무시한 관료주의적 발상임에 틀림없다. 브랜딩 사업을 단순한 행정 과업 정도로 취급했으니 축구의 역동성과 팬심은 사라지고 행정 홍보물만 남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 용인시는 도시브랜드(CI)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비슷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시는 ‘예산 부족’과 ‘산학 협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전문가 그룹을 사실상 배제했고, 결국 비전문가 중심의 사업은 거센 비판 속에 백지화되는 수모를 겪었다.

 

실패의 원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바로 전문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오만과 무지가 문제다. 도시의 얼굴과 구단의 심장을 만드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과 철학이 필요한 영역이지 공무원 몇몇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태의 책임을 용인시와 용인FC 실무 담당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상부 지시를 따른 그들 역시 시스템의 피해자다.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전문가를 존중하기보다 행정적 통제가 용이한 내부 조직을 활용해 ‘관치 행정’을 펼친 고위직 결재권자들이다. 이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결국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행정력을 낭비한 것이다.

 

용인시는 스스로를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을 품은 미래 도시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집약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도시에서, 정작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은 이토록 아마추어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용인시는 엠블럼 선정 과정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팬과 전문가의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고, 최고의 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겨 용인의 자부심이 될 진정한 상징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