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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 서주태 원장의 번식이야기

마당쇠는 왜 정자까지 건강할까?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흙 묻은 손, 갈라진 어깨,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 남자라면 왠지 씨앗도 듬뿍 뿌릴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마당쇠는 정력이 세다.” 단순한 농담 같지만, 의학적으로 따져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정자의 여정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수억 마리가 출발하지만, 난자에 도착하는 건 단 한 마리다. 문제는 현대 남성의 정자는 출발선부터 지쳐 있다는 데 있다.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있으면 골반 혈류는 막히고, 지방은 늘고, 고환은 뜨거워진다. 고환은 체온보다 1~2도 낮을 때 가장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러나 의자와 바지는 작은 찜질방이 되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밭에서 땀 흘리는 마당쇠의 고환은 천연의 ‘냉각 장치’를 달고 있는 셈이다.

 

발기력만이 정력일까? 아니다. 진짜 힘은 임신으로 이어지는 능력, 곧 수태력까지 포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남성은 정자 수와 운동성이 높고, DNA 손상은 적다. 농부의 정자가 난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은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반면, 책상 앞 남성의 정자는 현미경 아래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머리가 휘어지고 꼬리가 힘을 잃은 정자, 제자리만 맴도는 정자가 눈에 띈다. 마라톤 주자가 아니라 출발선에서 헉헉대는 달리기 선수 같은 모습이다.

 

호르몬 차이도 분명하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욕과 발기, 정자 생산 모두를 관장한다. 근육을 쓸수록 분비되고, 땀을 흘릴수록 충전된다. 마당쇠의 하루는 일상적인 호르몬 주사와 같다. 반면, 복부 지방은 테스토스테론을 빼앗고 여성호르몬을 늘린다. 배가 나오고 어깨가 좁아질수록, 남성의 몸은 점점 둔해지고 정자는 힘을 잃는다.  (복부비만은 정력의 최대 적이다. 복부 지방은 단순한 저장고가 아니라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테스토스테론을 소모시킨다. 배가 나오고 허리가 두꺼워질수록 성욕은 줄고 발기는 시들해진다. 마당쇠의 삶은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살이 붙을 틈이 없고, 자연히 호르몬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심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보고서와 회의에 쫓기는 남성의 뇌는 늘 경계 상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정자의 적이다. 수가 줄고 DNA 손상은 늘어난다. 결국 마음이 불안한 남자는 몸속 세포들까지도 불안해진다. 반대로 땅을 갈고 땀을 흘리는 삶은 단순하다. 몸은 고되도 마음은 편안하다. 숙면은 깊고 자신감은 높다. 침대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난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책상에 앉은 도시의 남성은 모두 무기력해지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현대판 마당쇠가 되는 방법은 있다. 헬스장에서 땀 흘리고, 틈만 나면 달리면 된다. 정력은 약초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자는 약물이 키우지 않는다. 결국 생활 습관, 땀, 그리고 근육이 모든 차이를 만든다. 

 

결국 정력은 단순히 타고난 운명의 영역이 아니다. 몸을 얼마나 쓰느냐, 근육을 얼마나 지키느냐, 혈관을 얼마나 건강히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삶은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일지라도, 그 대가로 약해진 혈관과 줄어든 호르몬을 방치한다면 마당쇠와 같은 활력은 요원하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땀을 내며 근육을 단련하고, 체중을 관리한다면 ‘현대판 마당쇠’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