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그 배우자의 이기적인 욕망에 따라 좌지우지되거나 측근들의 감언이설에 판단을 그르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전날 마신 술이 덜 깨 다음 날 출근을 못 할 지경이 되었다면 법률이 정한 규정에 따라 출근 못 하는 사유서를 제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빈 차에 경호 차량을 붙여 마치 대통령이 출근하는 것처럼 연출해 다수의 국민에게 의혹을 사게 했다면 이는 굉장히 멍청하면서 사악한 짓이다. 물론 대통령 노릇을 이 따위로 하는 자는 세상에 없겠지만 말이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가는 자리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국민의 부름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준 표로 만들어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이 국민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대통령이 된 후에는 국민에게 마음을 열어주어야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국민을 적대적 상대로 보고 안하무인격이거나 저급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 국민이 바라는 것을 위해 애쓰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렵게 사는 국민을 보면 부모의 마음으로 굽어볼 수 있는 성군의 심장을 지녀야 한다.
요임금은 백성이 굶으면 자신도 굶었다고 했다. 백성이 아프면 자신도 함께 아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요임금을 향해 공자께서는 『논어』 「태백편」 8-19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도다, 요임금의 임금 됨이여! 높고 높도다. 오직 하늘만이 크거늘 오직 요임금도 그를 본받아 그 덕이 넓고 넓으니 백성들은 요임금의 이름조차도 몰랐지만 요임금이 이루어 놓은 공덕은 찬란하도다."
쉽게 말해서 요임금은 하늘의 뜻을 그대로 본받아서 백성들을 평화롭게 다스리는 정치를 했다는 말이다. 『십팔사략』 6장에는 피 튀기는 전쟁도,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궁중의 암투도, 천하를 거머쥔 영웅담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깊으면서도 그윽한 울림이 있다. 하찮을 것 같은 어느 시골 노인이 부르는 격양가(擊壤歌)가 그것이다. 하루는 요임금이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고 있는지, 백성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복 차림으로 몰래 다녔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시골 노인이 밥을 배불리 먹고 나무 그늘에 누워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드리고 또 한 손으로는 땅을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이랬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먹고 사니 임금이 나에게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참으로 옛날, 그 어둡다고 할 만한 그런 시대에 이런 태평성대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임금이 백성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고했다는 말이다.
시골 노인이 불렀다는 격양가가 주는 함의는 무겁다. 임금은 누구를 위해 사는가를 묻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요임금이 정치를 너무 잘하니까 백성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사느라 바빠서 임금이 누군지조차 기억할 틈이 없었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정치인이 술수를 부리면 패가망신할 것이고, 군주가 술수를 부리면 감옥에 가거나 사지가 찢겨 죽는다고 했다.
맹자는 말한다. 임금이 정치를 못 하면 백성들은 난폭해지고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공자는 임금이 정치를 잘하면 백성들이 정치를 논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비가 숨겨두고 읽는다는 옛 글에 썩은 정치인 셋을 언급했는데, 첫째는 자신과 가족, 측근의 이익만을 챙기는 정치인, 둘째는 권모와 술수로 자기를 정당화하는 정치인, 셋째는 하는 짓마다 백성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정치인이다. 이 중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한 가지를 들라면 아마도 백성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잘못된 정치는 많은 백성을 억울하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의 첫 8.15 특별사면은 의미가 깊다. 본디 사면이란 임금의 시혜(施惠)다. 임금이 백성에게 베푸는 은혜라는 말이다. 이는 임금의 권한이다. 국민투표 시대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하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 맞다. 왜냐하면 그것까지 하라고 국민이 뽑아줬기 때문이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는, 늘 꿈꿔왔던 애민(愛民)의 정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