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그림책은 읽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책이라는 매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펼쳐볼 수 있다. 게다가 점점 아동을 너머 전연령이 즐기는 추세이기도 하다. 『바위와 소녀』도 같은 맥락에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곤란한 물건 배달 전문”. 어느 날 소녀는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받는다. 그것은 크고 무거워서 옮기려 해도 도무지 요지부동인 바위였다. 꼼짝도 않는 바위를 보고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거들지만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찾기 어렵다. 바위를 버리고 빵을 만들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녀.
과연 소녀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바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바위를 버리려고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소녀의 고단함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소녀는 자신의 바위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돌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돌과 함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봐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그는 바위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었어. 배낭처럼 말이야./'그런다고 더 가벼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소녀가 물었어./'물론 그렇죠. 대신 두 손이 자유롭잖아요.'” 소녀는 사람들의 방식을 배우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소녀에게 배달된 바위는 우리에게 찾아오는 버거운 상황을 은유한다. 삶이 버겁게 다가올 때 책을 들기란 쉽지 않다. 『바위와 소녀』는 어떻게든 그런 독자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무채색의 묵직함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