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라인하르트 할러는 법정신의학자로 감정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의 저술 다수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심층분석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출판사에서는 “병원보다 법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정신과 의사”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 중 『증오의 역습-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은 뇌과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에서 도출한 연구를 바탕으로 증오의 뿌리를 찾아 그것이 표출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저자는 증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들의 등장을 꼽는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에 빠진 인물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그저 자아에 중독되어 인정과 찬양과 칭찬에 도취 된다. 도취된 나르시스트는 현실에서 멀어져 환각에 빠진다. 그런데 이러한 환각은 광기를 품고 있기에 찬양과 숭배가 사라지는 순간 파괴적인 증오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파괴적인 행위들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화해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랑과 우정과 존중은 하나의 목표를 겨눈 공통의 증오만큼 강력하게 인간을 하나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안톤 체호프의 말을 빌어온 저자는 그만큼 화해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가상공간에서의 증오를 막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세 가지 실험은 평이한 결과이면서도 그 평이함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만든다. 마지막장에 제시된 증오를 멈추는 길을 이 시대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