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600년 된 팽나무가 지키는 포구의 어느 마을. 그곳은 미군기지 용지로 결정되어 철거된 ‘하제’마을이다. 소설가 황석영은 하제를 지키는 나무를 보며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4년이 지나 그 이야기는 『할매』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무가 하제에 뿌리를 내린 까닭은 팽나무 열매를 먹은 개똥지빠귀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딱딱한 굳은 씨앗은 부드러운 모래흙 속으로 들어가 스며드는 물기와 더불어 차츰 땅속으로 묻혔다.” 그리고 백년 쯤 지나 그곳에 자리잡은 스님 몽각이 팽나무에게 할매라 불렀다. 할매나무는 누군가의 몸주가 되기도 했다. 할매는 긴 세월, 하제 포구에서 살아낸 어부들과 농민들 곁을 지켰고,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응시했다. 그 속에서 천주교를 믿는 이들이, 동학당에 참여한 이들이, 바다와 땅과 사람을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씨를 굽어 살폈다.
그간의 황석영 작품이 특정 시기의 굵직한 거기사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썼다면 『할매』는 나무가 살아낸 시간을 짚어간다. 나무가 견딘 시간은 소시민들이 삶을 지켜낸 역사였다. 나무는 사람과 연결되었고, 그 나무를 근간으로 사람들은 서로 혈연으로 얽히고,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맺어갔다.
‘할매’라는 말은 어쩐지 정겹다. 휴일에 찾아간 바닷가 마을 집, 아랫목에 앉아 할매가 떼어주는 조기살 얹어 밥을 먹는 마음이 이 소설에, 그리고 600살의 팽나무에 들어있다. 그간의 황석영 작품에 비해 조금은 관조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