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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의 ‘통치’ 아닌 ‘덕치’를 소망하며…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하의 성인 공자께서 일생을 사시면서 사람을 잘못 보고 실수한 것이 두 개가 있다. 한비자 현학편과 공자가어 72제자해 편에 각각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언언이라는 공자의 직계 제자가 무성 땅의 재상으로 있으니 공자께서 제자 언언에게 이렇게 묻는다. “재상으로 있으면서 쓸만한 인물을 얻었느냐?” 하니 제자가 답한다. 자우라는 사람을 얻었는데 그는 길을 가더라도 사잇길로 가는 법이 없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의 집무실에 오는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자우라는 자를 만나보니 외모가 너무 추한 것이 여간 실망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생활을 보니 그를 스승으로 따르는 제자가 장장 300여 명에 이르렀으며, 그의 삶 또한 군자의 풍모가 잔뜩 묻어나는 것이 아니던가.

 

또 한번은 공자의 직계 제자 재여는 말씨가 정제된 언어를 쓰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고상하고 세련되기가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으나 함께 거하면서 그의 생활을 보니 그의 말솜씨와는 전혀 딴판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내가 외모만 보고 사람을 취했다가 자우에게서 실수를 했으며 말솜씨만 믿고 사람을 취했다가 재여에게서 실수를 했다. 위의 예문은 성인이신 공자조차도 사람을 겉모습이나 말솜씨만 보고서 바르게 읽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처지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강골 검사로서 헌법이 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과 상식을 좌우의 날 선 검으로 삼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기걸 찬 인물이다. 그런데 막상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고 보니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능력은 고사하고, 성품에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들리는 소리는 회의 중에 격노했다느니. 도대체 대통령에 오른 분께서 격노하실 일이 뭐가 있을까. 그냥 조용조용히 말하면 국무위원들께서 덤비기라도 하는가? 설마, 격노해야만 권위가 나온다고 여길 정도로 미욱한 것은 아닐테고, 참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우악스럽다고 해야 하나. 고래로 천 리 밖을 보려는 자 더 높이 오르려는 공부를 하라 했거늘, 들리는 말이라고는 시간나면 술 마시고, 틈나면 유튜브 보고, 만나면 격노하고,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어느 나라든 대통령에 오른 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런 자를 대통령으로 둔 나라는 심각한 정도가 훨씬 지난거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민의를 수렴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자리이다. 혹여라도 내 나라 안의 국민이 굶고 있지는 않은가. 혹여 어디라도 아픈 데는 없는가, 불철주야 두 눈 밝히 뜨고서라도 살펴보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본래 정치라는 것은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는 일이다. 지키지 못할 바엔 정치를 해서는 아니된다.

 

순자의 말에 따르면 군주의 무게라는 것은 물이라는 백성의 강에 떠있는 배에 지나지 않는 다 했다. 문제는 이 배를 뒤엎을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는 것은 오직 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논어에 나오는 위나라 군주 영공은 한참 모자라는 함량미달의 군주다. 그런 그가 나라와 권좌를 잃지 않고 장장 42년간이나 재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들이 풍족했다는 거다. 백성이 궁하면 민심은 등을 돌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임금은 굶더라도 백성은 배불리 먹여줘야 하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그게 아니고 백성은 굶는데 임금은 허구헌날 술이나 퍼마시고 있다면 그 임금이 죽기 전까지 백성들은 굶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이런 임금을 만난다면 이때는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행복이라면 함께 누려야 할 것이고, 그것이 고통이라면 이 또한 함께 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