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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와 용인 르네상스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풍문이 한국 사회에 나돌기 시작한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방 대학의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에서 번지기 시작한 인문학 학과 폐과의 불길은 수도권 대학의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문예창작과로 번지고 있다.

 

작년 9월 초 필자는 남해군의 의뢰를 받아 남해군이 주관하는 김만중문학상을 심사하기 위해 남해유배문학관을 다녀왔다. 김만중문학상은 시와 소설로 나누어 심사가 진행되었고. 소설 부문의 심사는 대상 부문과 신인상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소설 부문 본심은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집들을 놓고 소설가 백시종 선생과 필자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 부문에는 김연수 소설가의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선정되었고, 신인상 부문에는 김지연 소설가의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가 선정되었다.

 

한편 필자는 올해 5월 초 안산여성문학회가 주최하고 안산시 등이 후원하는 안산전국여성백일장의 산문 부문 심사를 의뢰받아 한양대 에릭카 캠퍼스를 다녀왔다. 안산전국여성백일장은 시 부문과 수필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산문 부문 본심은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들을 놓고 신옥철 안산여성문학회 대표와 필자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 최우수 작품 1편, 우수 작품 1편, 그리고 장려상 2편이 선정되었다.

 

4만 391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남해군은 남해유배문학관과 김만중문학관을 품고 있고, 해마다 김만중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62만 616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안산시는 해마다 안산전국여성백일장대회를 지원하고 있다. 107만 932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용인시는 남해유배문학관 같은 문학관이 한 곳도 없고, 김만중문학상 같은 전국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 하나도 없다. 또한 안산전국여성백일장대회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 대회가 하나도 없다.

 

용인시는 진화, 정몽주, 박은, 허난설헌, 허균, 남영로, 홍사용, 박목월, 박완서 같은 문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죽어 자리잡은 터전이기도 하다. 용인시 이상일 시장은 시정 캐치프레이즈로 ‘용인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반도체 특화도시’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14세기∽16세기에 걸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유럽에 퍼진 학문상·예술상의 혁신 운동인 르네상스는 인간성의 존중, 개성의 해방을 목표로 하고, 그리스·로마 고전 문화의 부흥을 추구하여, 유럽 문화의 근대화에 사상적 원류가 되었다. 인간성의 존중과 개성의 해방을 목표로 하는 인문학이 한국사회에서 의학‧과학‧기술의 위세에 밀려 위기에 처해 있다. 용인시의 각종 단체들이 ‘이동‧남사읍, 원삼면 일대 반도체산업단지 건설 환영’의 펼침막을 대로변에 내건지 계절이 여러 번 바뀌었다. 반도체산업단지 건설로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이동‧남사읍민, 원삼면민들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줄 손길이 필요하다.

 

산업화는 생태계와 농촌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오고 인간성의 황폐화를 불러온다. 인간성의 황폐화는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을 일으킨다.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은 사람들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용인 르네상스’가 ‘반도체 특화도시건설’이라는 담론에만 매몰되어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을 일으킬까 저어된다. 용인시민들의 닫혀 있는 마음을 여는 것은 용인시가 ‘반도체 특화도시건설’이라는 담론에 매몰되어 있지 않고,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용인시가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고려후기 문단에서 이규보와 쌍벽을 이루었던 진화를 기리는 ‘진화문학상’을 제정하고, ‘용인시전국청년백일장대회’ 같은 대회를 개최하면 닫혀 있는 용인시민들의 마음을 열고, 나아가 닫혀 있는 전 국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