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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에 칼질… 자신의 권력엔?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시골 땅에서 괭이와 호미를 벗 삼아 흙을 일궈 씨앗을 뿌리며 세상 물정 모르도록 순박하게 살던 청년이 있었다. 그의 아비는 낙양 땅 작은 고을 현의 현령이다. 아비가 죽고 가세는 더 기울어 이름만 허울 좋은 황손가의 후손일 뿐, 가문은 으리으리하나 처지는 한미했다.

 

그런 그가 무武가 빛나는 황제라는 이름의 광무제가 되기까지는 민심이 있었다. “큰일을 하는 자는 작은 원한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직 민심의 향배만 따를 따름이라.”라는 옛말을 가슴에 새긴 탓일까. 그는 민심을 분명하게 읽어낸 것이다. 민심을 읽어낸다는 것은 고래로 권력에서 비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면 그 어떤 권력도 민심을 거슬려서 살아남은 권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민심을 일러 백성의 역린이라 부른다. 모인 것을 다 건드려도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심을 건드리면 건드림 당한 민심은 돌아서게 되어있다. 자유민주 국가라고 해서 그깟 민심쯤이야 했다가는 권력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가 있다.

 

국민은 앞선 권력 문재인 정권에서 두 눈 똑똑히 뜨고 본 기억이 있다. 본래 정치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은 권력이다. 권력에서 가장 센 것은 폭력이다. 폭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법과 원칙이다. 그러하기에 법치국가에서는 법을 쥔 자들이 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명실공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법가들의 치국이다. 한때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며 강철 군화를 신은 군부들이 득세하던 시대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자유의 피를 먹고 자란다며 민주화를 외쳐대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군부도 민주투사도 아닌 법가들의 판이다.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들이 있는 거다.

 

사실 지금의 대통령 윤석열을 키운 것은 9할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다.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과 그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집안이 망가지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목격자이며 집행자이며. 또 수혜자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없을 수 있다. 왜냐, 자신의 직위가 그랬고, 또 법이 정한 법률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집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도화선은 지방대 표창장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보다 더한 법률적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적 인식은 그랬다는 말이다.

 

그렇게 일국의 법무부 장관의 직위에 오른 집안이 풍비박산 난 후 대통령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그 선택은 내가 원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각 사람이 한 표씩 도장을 꾸욱 눌러서 국민에 의한 선출인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이를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역린이 건드려지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잡음이 그것이다. 그중 하나가 명품 백 수수 사건이다. 그깟 백이 뭐라고, 일국의 대통령 부인쯤 되신 분이 그런 일로 국민의 입방아에 오른다는 자체가 한편으론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임금님 시대처럼 폐서인해서 사가로 내 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선택지는 하나다. 모르쇠로 일관하든가, 아니면 시선을 돌릴만한 엄청난 뉴스를 찾아내던가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김건희 여사의 눈물 쇼를 재방영하는 것도 하나의 묘수는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여느 집 남편이라도 불편하기는 매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는 순간 나름의 꿈이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 노릇을 폼나게 하고 내려가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어느새 배우자를 감싸는, 또 처가 식구와 측근을 챙기는 대통령이 되어가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당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민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살아있는 권력에도 꺾이지 않는 기개다. 이제는 본인이 살아있는 권력이 됐다. 막상 살아있는 권력이 되어보니 앞의 권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또한 똑같아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