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이합집산: 헤어졌다가 모이고 모였다가 헤어짐을 반복하는 모습. 국어사전에 정의(定義)된 이합집산에 대한 설명이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익숙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내고 축출되어 개혁신당 창당작업을 준비하는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 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여권 이탈 그룹. 이재명 대표와 대립하여 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민주당을 탈당하여 활로를 모색하는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이 얼마나 결속하느냐가 22대 총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빅텐트를 치고 결속하면 22대 총선에서 적지 않은 파괴력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단일대오를 꾸릴 수 있느냐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늘상 있었던 일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운 신당 추진 세력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주류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는 데서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출신성분이 다르고 총선에 임하는 셈법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당면한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칠 수 있다면 중도층과 현재의 보수 양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지지를 상당히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 정치는 윤석열,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정치지도자에 의해 양분되었고, 끊임없는 충돌을 벌여왔다. 대화는 실종되었고 대결과 반목이 되풀이되었다. 여야에서 이탈 세력이 발생하여 총선을 앞두고 이합집산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정치력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 선거를 함께 치른 당 대표를 내쳤고, 이재명 대표는 이른바 비명계로 불리는 당내 비주류에게 적절한 지분을 나누어 주고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인색했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분열한 것은 따지고 보면 한국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두 정치지도자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총선은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총선을 맞이하는 일반 국민은 기존의 양대 정당은 물론 새로운 신당이 만들어진다 해도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야는 타협이라는 것을 아예 배운 적이 없는 것처럼 사사건건 충돌해 왔고 민생은 실종된 지 오래다. 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맛도 없고 서비스도 엉망인 두 개의 대형식당과 신장개업을 준비하는 새로운 식당 중에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 것이냐가 고민이고 관건이다. 습관처럼 맛없고 불친절하지만, 단골식당에서 계속 밥을 먹을 것이냐, 아니면 신장개업을 준비하는 식당의 차림표가 나오면 그것을 보고 단골을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신당이 성공적으로 신장개업을 한다고 해도 기존의 정당을 압도할 파괴력은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이 내세운 후보자들의 면면이 그럴듯하다면 제3세력으로 캐스팅보트를 쥘만한 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당이 또 하나의 보수정당을 창당하는 것에 그친다면 유권자는 맛이 없더라도 기존에 이용했던 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신당 추진 세력은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과 이것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그간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보면 어느 당의 공천을 받느냐가 당락을 갈라왔다. 신당 추진 세력은 습관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선거 구도를 먼저 깨트려야 한다. 신당은 ‘그 나물에 그 밥’에 식상한 유권자에게 먼저 산뜻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믿을만한 비전을 제시하고 창당 과정에서부터 이합집산이 아닌 명분과 목표에 따라 국민에게 희생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는 너무 오랜 세월 습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에 대한 기대는 국민의 잠재의식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기왕에 신당을 만들려면 이합집산이 아니라 기존의 정당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구태를 탈피하고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