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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에 폭탄이 떨어졌다

타티아나 본지 객원기자

[용인신문]  조선일보 12월 19일 기사에 한국·러시아 다문화 자녀 1만여 명 ‘불법체류자 신세’라는 기사가 실려 유심히 살펴보았다.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면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아무개(19) 씨는 두 나라에 모두 출생신고가 됐지만 한국 국적을 기준으로 살아왔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주민등록증도 받았다. 그는 한국 여권으로 5차례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올해 초에는 병역을 다하기 위해 신체검사도 받았다.

 

그런데 최 씨는 입대를 위해 지난 6월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려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다가 ‘불법체류자’ 통보를 받았다. 한국 국적은 말소되고 러시아 국적만 가진 상태에서 불법으로 한국에 체류했다는 판정이었다. 최 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살아왔는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한국 국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구청과 주민센터에서는 “여권과 주민등록증을 잘못 발급해 줬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최 씨처럼 자신도 모르게 불법체류자가 된 사례는 최대 1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사례는 2002년 러시아가 국적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최 씨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영토가 아닌 제3국에서 태어난 경우는 러시아 국적을 후천적으로 부여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자 부모님에 의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였고 이중국적자가 되었다. 최 씨는 군대에 가기 위해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거꾸로 한국 국적의 박탈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러시아 다문화 자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남아 다문화 자녀들에게도 해당한다.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18세에 한 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거나 미국 국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서약하면 된다.

 

러시아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USSR)이 해체되어 15개 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하자 중심국인 러시아는 심각한 위기를 느꼈다. 인구가 급격하게 격감하자 해외에서 태어난 러시아인 2세에게도 국적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인 엄마는 자녀에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도록 했다. 18세가 되면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거나 권리 포기 각서를 쓰면 되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년의 아이돌 스타였던 유승준은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여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고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입국이 불허되었다. 병역 문제는 한국 국민에게는 성스러운 것이다. 유승준은 한국인의 신앙과도 같은 입대를 목전에 두고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하여 국민의 공분을 자초했다.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로 병역을 담당할 젊은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곧 인구절벽에 부딪혀 인구 감소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형편이면 이중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해서라도 인구 감소를 멈춰야 한다.

 

한국 정부는 최 씨 같은 경우의 국민에게 즉각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 언제까지 단일민족을 말하며 글로벌시대를 살아갈 것인가? 한국은 지금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필요한 때다. 안그러면 머지않아 나라의 문패를 떼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