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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한 승리는 패자만도 못할 때가 있다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일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하늘이 내기에 앞서 시대가 부르는 것이다. 왕조시대의 세습이 아닌 다음에야, 더욱이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이 나오게 되어있다.

 

그 시대 국민의 눈높이가 이만큼이면 이만큼에 맞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눈높이가 요만큼이면 요만큼에 맞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참새가 아무리 짹짹 소리를 낸다 해서 그것이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예는 없다. 이쯤 되면 누구를 원망하고 자시고 탓할 일도 아니다. 그저 팔자소관으로 돌릴밖에 별 묘수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은 자신의 잘못이란 견해를 밝혔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전술적 승리라도 전략적 실패가 될 수도 있다.’라고 이해되는 말이다. 그러면서 “제가 못났고, 눈이 어두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가 덧붙인 고해성사를 뛰어넘는 참회록 같은 말속에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 보고 싶었으리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 그날 이후로 그와 그의 가족의 삶은 어쩌면 고통과 괴로움을 일용할 양식 먹듯이 일상이 되었으리라.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최선을 다해서 악몽 같은 일들을 빨리 잊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잊는다고 잊히면 얼마나 쉬우랴, 잊으려 발버둥 치면 더 또렷이 악악대며 기억에 남는 것이 있어서다.

 

그래서 모두는 세상을 살면서 겁 좀 내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와 그 가족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지금의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데 있다. 더 이상, 그 무엇도 어찌할 수 없는 지존 중의 지존인 것이다. 이 기막힌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시대에나 두 영웅은 한 하늘 아래 함께 존립할 수 없는 법이다.

 

문제는 ‘항룡유회’라 했다.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이미 다 올라간 용은 이젠 더 오를 데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후회를 한다고 한다. 다음 말은 조금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영불가구야’라 했다. 가득 찬 것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공자시대 노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계환자는 노나라 대부로 임금도 갈아치우는 실세 중의 실세다. 그에게는 가신 양호가 있는데, 그는 공자와 같은 마을 출신으로 공자보다는 5~7년 연배다. 여타의 문헌에 따르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행사함에 주저함이 없었고 형벌을 집행함에 가차 없이 척결하는 과단성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 정도 되니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기를 저승사자 보듯 했으며 그런 양호 덕분에 노나라 관료든 백성이든 계환자는 무슨 일을 하든 거칠 것이 없었다. 사실 사람을 다루는 데는 법보다 매력적인 것은 없다. 푸른 솔에 사는 청학이라 해서 어찌 이슬만 먹고 살았겠는가. 가끔은 산속의 옹달샘 물도 먹지 않았겠는가.

 

어느 주머니든 작심하고 털면 먼지는 나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계환자는 그렇게 충성하는 양호가 매우 흡족하여 그에게 더 많은 권력을 준 것이다. 양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그 누구에게도 법의 칼끝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자신이 모시던 주군인 계환자까지 붙잡아 감옥에 가두고 장장 3년 동안 노나라를 다스리는 기염을 토한다.

 

계환자는 감옥에서 하룻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뒤늦은 후회를 하는데 이미 역사와 가문에 죄인이 된 뒤였다. 이제 불과 서너 개월 후면 모든 정치인은 국민의 심판대 위에 선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중간평가의 성격인 셈이고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에 처지에서 본다면 그간의 성적표에 대한 국민의 회초리인 셈이다.

 

누가 국민으로부터 우수한 점수로 선택될지는 국민만 안다. 사실 선거라는 것은 이긴다기보다는 희망을 얻는 거라고 말한다. 고래로 역사는 승자 편이요, 또 승자는 심판받지 않는다지만 인정받지 못한 승리는 차라리 패자만도 못할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