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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BRICS) 시대, 한국의 선택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대안으로 브릭스(BRICS)가 부상하고 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디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6개국이 브릭스의 회원국이 된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머릿 글자로 현재 실질적인 국가 GDP에서 G-7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6개국이 공식적으로 합류하면 이들 11개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경제 블록이 된다. G-7은 이제 형해화(形骸化)되어 명목만 유지하고 있고 미국에 면피하기 위해 정례회의만 개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G-7에서도 독자노선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국가이고 이탈리아도 언제든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실질 GDP 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크게 앞질렀고 인도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경제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이 형식상 유지되는 것 같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미국의 패권은 이미 상실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미·일과 G-7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는 노태우 정부의 최대치적인 북방외교의 성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앞으로 미국보다는 중국과 친밀해지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중국이 섭섭해할 만큼 홀대하면서 한·중·일을 한·일·중으로 부르면서 일본에 밀착외교를 펼쳤다. 그런데도 미국무성은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반박했다는 뉴스는 듣지 못했다.

 

한국은 대륙에 속하는 나라다. 일본은 제국주의 후발 국가로 조선과 중국을 침탈하면서 국력을 키워왔고 현재도 해양국가로 미국과 같은 노선을 걷고 있지만 한국은 경우가 다르다. 미국과 일본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와 균형 외교로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와의 관계는 최악이다. 잘 아는 지인이 러시아에 약간의 돈을 송금하려 했으나 ‘은행 송금이 막혔고 항공노선도 중단되었다’고 하소연하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자본주의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금융거래를 제한한다는 것은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게나 중요하지, 우리와는 있으나 마나 한 나라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의 편을 들어 러시아와 최악의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러시아와는 원수지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일본은 외형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엄중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이익은 곧 우리의 국익이라는 듯이 처신하고 있다. 미국의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브릭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브릭스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브릭스에 가입하는 문제도 선택지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타이완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타이완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50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다. 타이완의 대다수 국민은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는 타이완 분리주의자들이 친미·친일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2024년 1월 13일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통일을 강령으로 하는 국민당이 승리한다면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한미일 공조 체제를 서둘러 구축할 일이 아니다. 타이완 총통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시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런 조언을 한다고 귀담아듣지도 않겠지만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영원한 동맹도 없는데 하물며 혈맹(血盟)은 더욱 성립되지 않는다. 형제간에도 원수지간이 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