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자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김영민이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저자가 그간 출간했던 다수의 산문집에서 보여주었던 점잖은 에세이의 이면에서 하지 못한 말들을 열 두편의 이야기에 쏟아낸다. 표제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가 보여주듯 이야기 속에서 어떤 어휘의 표면적인 의미는 이야기를 거치며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제목에 인용된 ‘인생의 단맛’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가치관을 표상하는 말로 생의 우여곡절을 인내한 이에게 돌아가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인식해 왔다. 그러나 소설 속 ‘단맛’은 이야기를 통과하며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이야기는 선대로부터 전승되어 온 아부 기술을 이용해 독재자를 무너뜨려야 하는 일을 맡기려는 조직과 이를 거부하고 싶은 주인공과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는 진지하게 진행되다가도 자주 방향을 틀어 삶의 희로애락을 거치고야 마무리 된다. 소설집이라고는 하나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사건보다 「추석이란 무엇인가?」(2018년 9월 21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처럼 통념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이보다 수다스러운 등장인물이 또 있을까?’ 라
용인신문 |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인식.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는 명제처럼 알지만 생각과 행위로 이어지기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현대는 인간을 위한 수없이 많은 도구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사회에서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국회도서관에 큐레이팅 되어 전시될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다름. 류해나의 저작을 통해 그 다름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ADHD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가진 증상의 진단 과정과 치료, 현실에서 만나는 문제들, 함께 찾아오는 복합적인 증상을 소개한다. 마지막 단원은 ADHD를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반대로 생각하면 몇 가지 시사점이 보이기도 한다. 목표를 수행함에 있어 대단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또 있을까? 그 일을 수행하다보면 경직되지 않고 소통이 잘 되는 이는 또 몇이나 될까? 일이 급하면 모든 감각기관이 긴장하고 평소와 다른 이상 증세를 보인다. 다만 ADHD를 진단받은 이는 조금 더 그 정도가 예민하기 때문에 주변의 친절이 조
용인신문 |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을 팔지 못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정부의 지원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통해 삶을 재생산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때 다른 무언가가 바로 공통장이다. 정부의 지원이 위로부터의 지원이라면 공통장은 아래로부터의 재생산이다. 예술가들이 지원을 거부한 원초적인 이유는 그들의 자유로운 창작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예술은 도시를 재생·발전시키고,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데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창작자들은 작품을 상품으로 팔지 못할 경우 예술활동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을 맞기도 한다.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예술가들은 공통장이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모색했다. 공통장을 통해 자원은 공유하지만 그 속에 삶이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예를 들면 문래예술공단의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추진된 물래예술공단은 낮에 보면 철공소의 모습이지만 셔터를 내리면 독특한 그림이 나타나 주말에는 특별한 작품을 만나기 위한 방문객이 찾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업을 추진한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인 문래예술공단은 한계는 있었지만 ‘아래로부터의 재생’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이들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서울특별시는
용인신문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의 개봉과 함께 대중은 호메로스의 저술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호메로스 저술 읽기 모임이 생겨났고, 유명 강연자들은 인간의 삶과 호메로스의 저술을 엮어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최근 22년 간의 번역을 갈무리한 책 『오뒷세이아』의 저자 강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오뒷세이아』의 서두에 수록된 해제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해제에는 작가 소개 외에도 번역을 하는데 저본으로 삼은 비평서와 그 작품의 의미를 소개하고 번역가의 특별한 고민을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지금의 문화가 다르고 언어까지 달라서 번역은 새로이 작품을 쓰는 것보다 때로 고된 작업이 이어지기도 한다. 해제는 그러한 22년 간의 고민을 소개해 독서 동기를 강화한다. 전체적인 서사는 주인공 오뒷세우스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던 일들이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것은 이타카 지역에 입성하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시작은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로부터 시작하고 뒤이어 오딧세우스의 모험이 펼쳐진다. 마지막은 오뒷세우스가 고향에 돌아와 수많은 구혼자를 물리치고 아내에게 돌아가는 것과 지
용인신문 | 한 때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숭고하게 받들어지고 그 목적이 아름답던 시기가 있었다. 굳이 과거형을 빌어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숭고함보다는 이해관계가 더 강조되는 듯한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경민의 『앤서』는 가상의 시간과 사건을 빌어 숭고와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 유이가 사는 세계는 아르굴이라는 괴물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방벽은 점점 무너졌고 방벽 안의 셸터는 물자가 부족해 서로 반목하고 있다. 마낙은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마낙은 다른 셸터까지 침략한다. 마낙은 유이가 있던 발안 셸터에 들어와 유이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다. 반면 파비언은 포털를 이용해 앤서의 여론을 만들어 정책을 수행해 나가는 대통령이다. 여기에 제3의 인물 킨은 사람들을 이야기로 매혹시켜 원하는 일을 추진하려 한다. 유이는 마낙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마낙과 같은 인물들이 남발한 “달콤한 약속에 자기 욕망”을 투영해 마낙과 같은 인물을 지도자로 올린 이들을 생각한다. 파비언은 누구라도 이용가치가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유이가 한 때 사랑했던 킨은 어떨까? 킨의 목적은
용인신문 |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유상아 작가의 청소년소설 『판데모니움』은 디지털 세계의 화려한 껍데기 뒤에 감춰진 청소년 범죄의 어두운 이면과 그 안에서 상처받고 연대하는 소년들의 투쟁을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화이트 해커를 꿈꾸는 소년 은호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선정이와 친해진다. 선정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은호는 '메피스토'라는 존재가 지배하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를 쫓게 되고 '판데모니움'이 그 배경에 있음을 알게 된다. 판데모니움은 불법 도박과 사채, 마약 유통, 그리고 성 착취 동영상 유포까지, 현대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디지털 범죄를 자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은호의 친구와 가족들은 어떤 이유로 판데모니움에 발 딛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선정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메피스토와 용서할 수 없다던 파우스트를 쫓는 큰 줄기 안에서 은호의 서사와 주변인물들의 사연이 얽히고 설키며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판데모니움』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온갖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고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려는 악마 메피스토와 메피스토의 유혹에 고뇌하는 파우스트, 그리고 타락한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주는 그레트헨을 차용하여 작가적 해석을 반영
용인신문 | 《동시마중》(격월간), 《오디오 동시마중》, 도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주간), 웹진 《땡감나무》의 편집자 이안의 동시 참고서 『따라 읽다가 저절로 쓰는 동시 쓰는 법』이 출간되었다. 어린이를 포함한 동시 작가 90인의 200편이 넘는 작품이 수록된 이 도서를 저자는 “동시 참고서”라 밝힌다. 이 책의 구성은 동시를 쓰는 이의 기본소양을 비롯해 말과 글자의 세계, 어린이 혹은 동심 혹은 독자, 스타일, 퇴고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마당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동시의 깊이를 전달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동시에 필요한 개념과 예시 작품, 좋은 사례, 예의 주시할 점 등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이의 사정을 고려해 기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태도와 방향’은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기본 자세와 만나는 지점도 있다. 아동을 위해 가장 순수한 언어를 정제해 표현하는 동시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어야 한다는 호소는 얼룩진 아동문학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린이가 구사하는 언어는 결코 미지근한 후방의 언어“가 아니라며 “당신이 쓰는 시 앞에 정확히 어린이가 앉아 있나”를 묻는다. 꼭지마다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작
용인신문 | 예의 혹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는 우리. 그러나 그런 예의나 배려 혹은 상황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오늘의 책에 나오는 요한이가 그렇다. 꼭 해야 할 말조차 못하고 사는 현빈의 입장에서 자폐스펙트럼의 하나인 아스퍼거를 가지고 있는 요한이는 거슬리는 존재이지만 어쩐지 부럽기도 하다. 게다가 어쩌다 방문하게 된 요한이네 집은 온갖 부러운 것 투성이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아스파라거스』는 고등학생 현빈과 그의 아빠가 타인의 모습에서 자기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위로와 돌파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고등학생 현빈의 아빠는 너무 예민해서 직장생활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무직인 아빠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는 최근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 모셔야 하는 일까지 더해 머리가 아프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현빈은 아빠가 “자기 편한 대로만”산다고 생각하며 어릴 적부터 그렇게 살면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고 있다. 소설 속에서 현빈이는 요한이를 보며 아빠를 이해하고, 아빠는 요한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엄마는 요한이와 현빈이 얽힌
용인신문 | 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속도 역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떤 이는 끊임없이 내면을 가꾸고 외적 위치를 바꿔가며 시대의 흐름을 쫓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이는 그러한 변화에 환멸을 느끼며 어딘가에 정착하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제자리’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을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탐색한 저작이다. 저자 클레르 마랭은 ‘제자리를 지키는 것’과 ‘탈주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욕구 모두에 각기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여정이며, 머무는 행위조차 그 여정을 구성하는 정서적·사회적·지리적·정치적 기착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자리라는 개념을 탐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특정 장소와 연결되기 마련인데, 때로는 그 장소 자체가 개인에게 억압이나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제자리를 벗어나는 탈주가 절실하다. 반대로 탈주 역시 능사는 아니다. 자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끝없이 방황하는 것 또한 존재의 안녕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탈주’의 가치에 좀 더 주목한다. 대개의 작가는 제자리를 지키는 것을 일종의 구속으로
용인신문 | 이보다 더 간절할 바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성인 아들을 둔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 간암 선고를 받고 여명 6개월을 이미 넘겨버린 벼랑 끝 아버지의 이야기가 『안녕, 피터팬』이다. 피터팬은 당연히 생각이 자라지 않는 아들일 터. 아들의 인지는 세 살을 넘기지 못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도서는 앞부분이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생애를 화자 꼭두와 함께 돌아보고 뒷부분은 자폐에 대한 이해가 중심이야기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보통의 시절을 보낸 보통의 아버지인 저자는 이제 특별한 아들을 돌보게 되었다. 자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기의 저자는 자폐를 회복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지해 “아들은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와 질병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장애는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아들이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전국에 장애인 수용시설이 1000곳이나 되지만 아들의 안식처가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무척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김장을 하는 아버지의 당찬 모습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안녕, 피터팬』은
용인신문 | 『읽는 교실』은 AI시대 “읽기와 문해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다룬다. 저자는 교실을 역동적인 공동체로 보고 교육 또한 그들에 맞게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 독서와 문해력의 관계를 설명하며 가정과 학교, 도서관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점점 대중의 독서 및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 초연결사회 속에서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등장하자 대중이 읽고 처리해야 할 정보는 더 많아진 가운데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해석으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 격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해맹 시대에 교실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적·문화적·언어적으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특성과 장점에 더하여 그만큼 제각각 결이 다른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을 문해력이 좋은 사람으로 유도하면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마주하며 타인과 더불어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자세를 갖게 되어 좋은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읽기와 쓰기 훈련은 여전히 강조된다. 인간이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기 위해 스스로 선택·분류·결
용인신문 | 소로의 『월든』을 사랑한, 33년간 생물학 교수, 미국 100마일 울트라마라톤 기록 보유자, 이들은 모두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 실험, 관찰을 망라해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를 저술했다. 식물 관찰에서 시작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몸으로 느꼈던 숲의 다채로운 변화를 색과 향을 보태어 그려낸다. 작은 곤충 하나도, 그 곤충이 먹고 간 잎새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변화를 밝혀내고 그 변화의 의도롤 유추해 나간다. 지루한 관찰보다는 느낌과 생각이 가미되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숲 이야기는 식물에서 시작해 작은 생물에서 점점 큰 생물로, 그리고 식물과 나무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어떤 생물이건 상호의존적이다. 마지막 단원에서 다루는 삶에 대한 전략은 거대한 생명의 우주 안에 깃든 인문학적인 배움을 소개하며서 인간이 가져야 할 생태에 대한 태도로 균형감각을 강조한다. “중요한 건 배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지, 전복을 막기 위한 바닥짐의 종류를 무엇으로 하느냐가 아니다. 어쩌면 그게 내가 숲에 서 얻은 깨달음인지도 모르겠다.”(329쪽)고 말한다. 숲은 나무만 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