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22-책과 나 사이에 당신이 들어올 빈자리는 없다! ◎ 저자 : 슈테판 볼만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정가 :16,000원 그녀들은 무슨 책을 어떤 이유로 읽고 있는 것일까?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독서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매력적인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림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스마트폰에 밀려 아무리 책이 외면당하고 있고 출판계과 서점계가 불황인 시대라지만, 현대 사회에서책 읽는 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독서하는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이 살던 시대에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고 남자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간은 금기시된 일에는 더욱 욕망을 불태우는 법이다.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지적 능력을 지닌 특정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책을 쉽게 구할 수도, 읽을 시간적 여유도 없던 시대에 남성보다 열등한 대우를 받고 있던 여자들이 책을 잃는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화가들은 현실과 상상을 드나드는 책 읽는 여자들의 모습에 매혹되었고 그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겼다. 미켈란젤로, 렘
최은진의 BOOK소리 21-깊이없는 깊이에의 강요 ◎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출판사 : 열린 책들 / 정가 :10,800원 향수, 좀머씨이야기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세간의 관심을 피해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인터뷰는 물론 사진촬영조차 기피하는 소설가.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세 편의 소설과 한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읽은 책을 왜 기억하지 못할까? 살면서 순간순간 스치는 고민이지만 말 그대로 순간에 지나쳐 버리기 쉬운 삶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다시 한 번 짚어준다. 거짓깊이로 혹은 얕은 깊이로 깊이를 강요받는 시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깊이이며, 그 깊이는 얼마나여야 되는가?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깊이에의 강요는 깊이가 없다는 어느 평론가의 의미 없는 한마디에 예술적 고뇌에 몸부림치다 자살하는 여류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얼마나 평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그것으로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승부는 인생의 축소판인 체스 게임의 진행과정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묘사했다. 체스 고수와 그에 도전
최은진의 BOOK소리 20-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정가 :12,000원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라고? 이렇게 위험하고 강렬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눈치 보지 않고 쏟아내는 사람은 일본의 독설가로 알려진 작가 마루야마 겐지. 주관없이 흔들리는 사람,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채 무너져 가는 사람, 그리고 감상적인 사랑 놀음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쓴 약이 될 그의 말들을 들어보자.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라든가 신 따위, 개나 줘라라든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등의 말들은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남의 손에 급소를 내준 인생들에게 그는 말한다.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다., 자신의 껍데기를 깨부술 힘은 자신에게만 있다., 자유와 함께하는 삶만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비소리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런 거침없음은 그의 말과 그의 삶이 일치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는 1966년 여름의 흐름이라는 작품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을 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신고식을 치렀지만,
최은진의 BOOK소리 19 -즐거운 나의 집은 어디에? ◎ 저자 : 김윤영 / 출판사 : 자음과 모음 / 정가 :11,000원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에서의 집이란 살기 위한 곳이나 안식처가 아닌, 투자나 경제가치의 지표로 자리잡게 되었다. 돈냄새가 나는 집은 사람들이 귀신같이 찾아내어 투자처가 된다. 눌러앉아 살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주어 가치를 이끌어 내는 끝내주는 상품이 되었다. 빚보증으로 인해 남편과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주인공 송수빈. 방귀 냄새 하나로 스테이크인지 파스타인지 서로의 점심메뉴를 알아맞출 경지에 이른 진정한 소울메이트 남편의 실종, 그리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아빠의 부재에 대한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버린 딸. 이 위태로워 보이는 삶의 끝에서 주인공 송수빈은 괴짜 자산가인 정사장을 만나게 되고 집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성공시키기. 삶이 담긴 곳이 집이라는, 잊고 있던 우리의 안식처를 일깨워주는 여러 가지 일화들을 주인공의 미션스토리를 따라가며 읽어보자. 돈 이야기가 가진 흡인력과 사람냄새, 땀 냄새가 배인 이야기가 주는 잔잔한 감동으로
최은진의 BOOK소리 18 - 이제 좌파 우파 말고 정의파 ◎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출판사: 은행나무/ 정가:10,000원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이 책은 이 당찬 세 문장으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당당함은 전율과 함께 부러움을 자아낸다. 월든 호숫가에서 소박한 숲속 생활을 하던 소로우는 어느 날 구두를 고치러 마을에 갔다가 붙들려 감옥에 수감된다. 그가 6년 동안 거부해 온 인두세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미국정부의 흑인 노예제도와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에 반발하기 위함이었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부분의 우리는 법과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을 통해 그것은 어쩌면 세뇌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마땅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리를 겸허히 한번 돌아보자. 기껏해야 선거 때 값싼 표 하나를 권리라는 명목하에 던져주고 정의로운
최은진의 BOOK소리 17-시인의 동물감성이 우리에게 꼬리친다. ◎ 저자 : 권혁웅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15,000원 뱀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고막은커녕 귓구멍도 없다. 대신에 땅의 진동을 아래턱과 내이로 듣는다. 소리가 아니라 진동으로 듣는다 이거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손잡은 그이가 떨고 있을 때, 그이는 내게 말을 건네는 거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들이 때로는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서, 때로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면서 우리에게 꼬리친다.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란 부제를 달고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저자는 친숙한 동물은 물론, 이름조차 낯선 동물에 이르기까지 500여종이 넘는 생명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시인의 눈을 투영하여 한편의 시로 완성한다. 웃다가 가슴 먹먹해져 눈가를 적시다가 곧이어 깊은 삶의 의미를 잠시 고민하게 만드는 시를 닮은 동물사전쯤으로 이 책을 설명하면 될까? 도무지 장르를 꼭집어 파악하기 힘든 이 책은 간결한 문장으로 생동감 있고 유머스럽게 동물을 표현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백과사전으로, 어른들에겐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들려주는 삶의 메시지가 담긴 철학책으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저자가 동물
최은진의 BOOK소리 16-자살여행의 끝에서 삶을 붙들다 ◎ 저자 : 아르토 파실린나 출판사 : 솔 출판사 정가 : 9,500원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울한 한국인들에게 한때 자살률 1위였던 핀란드 작가가 기발한 자살여행을 보여준다.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라는 첫 문장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자살 시도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두 사람, 렐로넨과 켐파이넨 대령은 외로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단체로 시도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공동의 시도라는 암호명으로 모인 자살 희망자들은 고급 버스를 타고 멋진 죽음을 위해 북극해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추락하려는 버스에서 본능적으로 정차 스위치에 브레이크를 눌러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이미 치유된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핀란드가 자살 1위 국가였던 때를 풍자했는데,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회는 현재 한국의 실태와 너무도 닮아 있다. 핀란드는 소문과 수다라는 면에서 축복받은 땅이라는 작가의 말은 남의 이목을 신경 쓰고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복
최은진의 BOOK소리 15-시인의 눈에 담긴 바다를 엿보다 ◎ 저자 : 손택수 출판사 : 아이세움 정가 :12,000원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155종의 바다생물들에 관한 기록을 남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시인의 시선을 빌려 와 쓴 책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의 번역본이 아니라 일부 원문에 시인 손택수의 단상이 곁들였다. 원작을 깊이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고전을 지루하지 않고 감성을 더해가며 읽을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이백 년 전 바다를 항해하다라고 머리말을 쓴 저자는 우리에게 뗏목을 타고 무한한 바다로 잠시 항해하게 해 준다. 바다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시인의 바다에 대한 애정이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다. 현대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화를 더하여 바다생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도왔으며, 그려넣은 세밀화가 그 생생함을 더해준다. 단순한 바다생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인생을 성찰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된 중심이 사실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전에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지구나
최은진의 BOOK소리 14 - 기억의 풍경을 스케치하다. ◎ 저자 : 정기용 출판사 : 현실문화 정가 : 18,000원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로망이 있다. 아름다움을 접하면 그때의 감응을 나만의 감성으로 스케치로 그려내고 그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게 멋진 문장으로 남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겐 그 아름다움을 그려낼 수 있는 그림실력이 없다는 것이고, 그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숙한 글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간편하게 셔터를 몇 번 누르는 것으로 그 로망을 대신하곤 한다. 그런 우리의 로망을 대신해 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흔한 여행 사색노트가 아니라 깊은 사유와 고뇌가 담긴 책이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의 주인공인 정기용 건축가가 평생동안 여행하면서 작은 스케치북에 순간순간을 정직하게 기록했다.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고 그린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그의 스케치북을 살펴보자. 공간의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스케치를 따라 가다보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건축물은 딱딱한 고형물이 아니라 시
최은진의 BOOK소리 13-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 ◎ 저자 : 리샤르 벨리보 외 출판사 : 궁리 정가 : 25,000원 세상의 모든 철학자와 시인, 그리고 과학자가 사랑과 더불어 매혹되는 그것, 바로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담으려 한 책이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든 죽음을 외면하고 살고 있는 우리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무관심도 허락하지 않는 엄숙한 주제인 죽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실존의 끝이기 때문이고, 마지막 순간에 겪을 고통 때문이다. 죽음을 예견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미리 방지하는 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두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삶을 충분히 향유하고 죽음을 이해하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라고 책머리에서 밝힌다. 인간은 왜 죽는것인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이지를 논리적으로 알려준다. 생의 마지막 비밀인 죽음현상을 과학적, 의학적, 예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죽음을 둘러 싼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으며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도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죽음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정보 전달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풍부한 시
최은진의 BOOK소리 12-그 시절, 그녀는 정말 악녀였을까? ◎ 저자 : 돌프 페르로엔 출판사 : 내 인생의 책 정가 : 10,8000원 이 발랄한 제목의 소설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내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30분만에 다 읽은 후 3일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을 방문하면서 흑인노예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짐했으며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생일선물로 꼬꼬라는 노예와 채찍을 선물 받은 열네 살의 소녀 마리아가 담담하고 순진한 말투로 써내려가는 일기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눈부시게 하얀 천 위에 한 점 얼룩 같은 사악함의 소녀 마리아, 할아버지가 아픈 것을 걱정하는 인정 많은(?) 마리아는 채찍질을 당하는 노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맛있게 후식을 먹는다. 아빠가 총애하는 여자노예의 얼굴에 하이힐 뒷굽이 박히게 하고 피를 흘리는 노예를 계단으로 밀치며 어쨋거나 저게 이젠 이쁘지 않게 되었구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엄마도 있다. 반성과 자기 성찰을 모르는 소녀의 일기는 순진한 말투와 문체로 인해 악행이 더욱 부각
◎ 저자 : 마크 롤랜즈 출판사 : 책세상 정가 :18,000원 최은진의 BOOK소리 11 - SF영화 속에서 소크라테스를 불러오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인터스텔라가 천만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난해하고 생소할 수 있는 우주과학을 상업영화에 적절하게 엮은데다가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가 만약 마크 롤랜즈의 이 책을 펴내기 전에 상영했다면 분명히 상당히 많은 지면을 이 영화에 할애했을 것이다. 철학은 추상적이고 난해하다? 그렇다면 흥미진진한 SF영화로 철학의 맛을 느껴보라. 저자인 마크 롤랜즈가 제안하는 철학은 데카르트칸트쇼펜하우어의 원서를 펴놓고 밑줄 백 번 긋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팝콘을 튀긴 다음, 외계인과 싸우고 로봇들이 때려부수는' SF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것이다. 매트릭스를 통해 이 삶은 어쩌면 단순히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데카르트의 존재와 인식에 관한 철학을 접할 수 있다. 또,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삶의 의미를,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스타워즈를 보며 선과 악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그 외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 터미네이터, 할로우 맨, 반지의 제왕, 인디펜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