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34 사랑, 그것 또한 화학작용의 하나일 뿐..... 호모 케미쿠스 ◎ 저자 : 손병문 강한기 / 출판사 : RHK / 정가 : 15,000원 세상을 움직이는 화학이야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화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호모 케미쿠스로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돌아보고 살아가는 법과 나아갈 방향을 한번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복잡한 화학식만 보면 머리를 지끈거렸던 보통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화학란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들어가는 곳, 욕실 안의 거의 모든 세제와 화장품이 화학제품이다. 우리가 입는 옷, 불을 켜는 스위치, 습관적으로 손에 잡는 리모콘 등등이름도 모르는 화학물질을 바르고 입고 먹고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자들은 사랑도 두뇌 활동의 일부이며, 그 감정은 화학원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랑의 시작은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의한 것이며, 사랑의 대표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은 상대방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콩깍지 현상의 주범이다. 끌림의 단계에서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은 행복한 기분을 만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연민 ◎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 출판사 : 지식의 숲 / 정가 : 13,000원 사랑의 심리학자라고 불리는 세계최고의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평소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를 주로 다루었다. 프로이트의 친구이자 열렬한 팬이었던 그가 파헤쳐 놓은 인간의 연민,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연민이 사실은 나를 포장하기 위한 이기적인 감정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었다는 뿌듯함에 보상심리까지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호프밀러의 불행은 시작된다. 신체적 결함이 있는 에디트를 위한 작은 호의로 시작된 호프밀러의 연민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 과정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보자. 연민에서 시작된 호프밀러의 감정은 의도치 않게 책임을 요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그가 택한 방법은 도피뿐이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의사 콘도로의 조언은
최은진의 BOOK소리 32 이웃집에 사이코패스가 산다! 이웃집 사이코패스 ◎ 저자 : 폴 롤랜드 / 출판사 : 동아일보사 / 정가 : 12,800원 오늘 내가 만난 평범한 사람 중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옆집 사는 숫기 없는 청년이 연쇄살인범이라면? 저자인 폴 롤랜드는 오랫동안 강력범죄를 연구하며 프로파일러들의 증언이나 조언과 경찰들의 수사방식을 담아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라는 부제를 달아 이 책을 선보였다. 미드(미국드라마) 인기순위에는 라든가 크리미널 마인드같은 수사물이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그래서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같은 단어들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그들이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같은 사이코패스그들은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본색을 감추고 살아온 이들은 다행히 잡혔지만 아직도 잡히지 않은 수많은 사이코패스가 나의 옆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은 정신병자나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절대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 사이코패스가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으며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난 노예로 죽을 팔자란다. 표백세대의 대표 주자인 주인공 세연이 하는 주장이다.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가 표백 세대다. 더 이상 보탤 것도 변화될 것도 없는 완전한 사회에서 폭력적으로 주입을 받아온 표백세대들은 꿈이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 세대를 보고 기성세대들은 분노할 줄 모르고 치열하지 않으며 노력하지 않는다고 멸시한다. 그래서 세연을 필두로 한 이른바 표백세대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세연이 만든 자살사이트는 동조를 하는 많은 청춘들에 힘입어 회원수가 폭주하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살해하는 청춘이 늘어간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몰아 붙였을까라는 사회적 책임을 느끼게 한다. 자살이 패배나 갈등을 견디지 못해 하는 극단적 선택이 아닌, 능동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것으로 자살을 정당화한다. 어둡고 말하기 껄끄럽고 퇴폐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청춘은 아픔을 표현할 줄도 모른다. 극단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는 이론과 세계관이 나름의 체계와 논리가 있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게 한다.
최은진의 BOOK소리 30-한 장의 담요가 주는 위안 ◎ 저자 : 크레이그 톰슨 / 출판사 : 미메시스 / 정가 : 24,800원 담요라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 그래픽 노블의 거장 크레이그 톰슨의 자전적 작품 담요는 제목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픽 노블의 고장인 미국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 주인공은 왜소한 몸과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하게 된다. 성장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 중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첫사랑 레아로 인해 주인공은 변화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선과 악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관한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크레이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을 재현해 낸다. 인생의 긴 시간 중 레이나와 함께 한 14일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주인공.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상황은 사랑하는 두 남녀를 순탄하게 해피엔딩으로 몰아주진 않는다. 떨어져 있는 동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들도 마음은 식고 사랑은 낡아가고 추억만 남겨진다. 그러나 크레이그에게는 그녀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담요가 남아서 외로운 빈자리를 채워준다. 모든 것을
최은진의 BOOK소리 29-홀로그램의 옷을 입고 사랑을 갱신하다 ◎ 저자 : 아멜리 노통브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10,800원 시간이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우리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시간을 앞질러 26세기로 소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이한 점은 소환된 작가 자신인 아멜리 노통브와 셀시우스의 대화만으로 이 소설을 끌고 나간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가 화산폭발로 지구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의문을 품는 아멜리. 1995년에서 2580년으로 소환된 그녀와, 그녀를 소환한 셀시우스의 엉뚱하지만 철학을 담고 있는 몇 시간 동안의 대화를 책 한권에 담아냈다. 그녀의 궤변은 소름끼치게논리정연하면서도 유쾌하다. 발상은 엽기수준으로까지 치닫는 면이 있지만 얼마나 많은 철학이 담겨 있는지 한마디 한마디가 거침이 없고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이렇다. 작위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노골적으로 계급화 된 사회, 차라리 인간의 위선을 걷어낸 독재를 하고 가치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파
최은진의 BOOK소리 28-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가 된다 ◎ 저자 : 애덤 고프닉 /출판사: 책읽는 수요일/ 정가: 18,000원 프랑스의 미식가이자 평론가인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먹는 음식을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매체에서는 먹거리를 소재로 한, 소위 말하는 먹방이 대세다. 우리를 유혹하는 음식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삼시 세끼는 어떠한가? 아침을 거르기 십상이고 직장인 최대의 고민이라는 점식 식사를 겨우 해결하고 나면 야근에 쫓겨 허겁지겁 하루의 마지막 끼니조차 그저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한다. 어쩌다 있는 회식자리는 즐거운 식사 자리가 아니라 괴로운 술자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탐닉하게 된다. 부모 세대들은 도저히 이해못할 오직 먹을 것만을 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게 이르렀고, 그것조차 사치인 사람들은 TV앞에 앉아서 남들이 먹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지금 우리의 식사는 즐거운가?를 묻고 있는 저자 애덤 고프닉은 프랑스 음식을 사랑하는 뉴요커다. 식탐을 넘어서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와는 다른 프랑스 요리와 음식문화를 담고 있긴 하지만, 동서
최은진의 BOOK소리 27 - 먹을 통해 멋을 보다 ◎ 저자 : 탁현규 / 출판사 : 디자인하우스 / 정가 : 13,000원 오늘도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눈을 뜬 순간부터 일터로 나가기 위해 몸도 마음도 바쁜 시작을 하지 않았는가? 집에서 노는 주부라고 다를까. 집안일에, 가족들 뒷바라지에 몸도 마음도 바쁜 건 매한가지다. 청년실업자도 마음은 누구보다 조급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쁘지 않으면 부족하고 한심한 사람 취급 받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원래 이런 민족이 아니었다. 풍류와 멋을 아는 선조를 둔 우리 한민족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간송미술관 비밀의 화첩에서 꺼내보는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여백이 주는 풍요로움을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즐겼는지 살펴보자. 저자인 탁현규는 일년에 딱 두 번만 문을 여는, 베일에 싸인 간송미술관의 30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그의 시선을 담아냈다. 우리 그림에서만 두드러지는 특징인 꽃, 보름달, 해돋이, 봄바람, 푸른 솔, 독락, 풍류의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눠 그림에 친절한 해설과 감상편을 곁들였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문화재로만 생각했던 우리 그림을 그림 그
최은진의 BOOK소리 26-마법같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라! ◎ 저자 : 리처드 도킨스 / 출판사 : 김영사 / 정가 : 22,000원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종교와 과학의 대립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말한다. 과학은 종교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이 평범하고 일상의 하루하루 안에는 종교에서 말하는 기적 혹은 마법이 존재한다고. 이 책에서 그는 그 마법을 과학이 밝혀놓은 가장 객관적인 진리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진실은 그 어떤 신화보다, 미스터리보다, 기적보다 더 마법적이다. 과학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 현실의 마법! 현실이란 무엇인가?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기적이란 무엇일까? 등의 종교와 과학에 관련된 12가지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는 종교와 과학이 전혀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러한 질문들에 과감한 어조와 지성으로 답하는데 놀랍지만 세상에 마법이나 기적은 없다는 사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마법 같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은 전혀 난해하지 않고 멋진 일러스트들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보통의 청소년 정도면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물론 과학이 세상의 모든
최은진의 BOOK소리 25-생명이 곧 진정한 부(富)이다. ◎ 저자 : 존 러스킨 / 출판사 : 아인북스 / 정가 :12,000원 경제학책임에도 이 책은 일단 쉽고 단순하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여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치와 철학을 담은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경제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간디의 영국유학시절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책으로도 유명한 이 책은 19세기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그 시대 경제학에 대한 강한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동료들과 심지어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엄청난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말이다. 러스킨 본인도 별나라에서 온 경제학이라고 언급했을만큼 출판 당시 대부분의 독자들로부터 거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존 러스킨은 머리말을 통해 한 점 부끄럼 없이 말하건대, 이 논문들은 내가 지금껏 써 왔던 어떤 글들보다 훌륭하고, 진실하며, 필요한 말들만 사용했고, 또한 사회에 유익을 주는 글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러스킨이 제시한 방법이라면 이 사회도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핵심을 잘 짚어내고 있다. 한편으로 보자면 그의 주장은 정
최은진의 BOOK소리 24-시간을 도둑맞을지도 모른채 더 빨리 만 외쳐 ◎ 저자 : 밥 타일러 / 출판사 : 주니어파랑새 / 정가 : 10,000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다. 어떤 사람도 사건도 자연도, 심지어 위대하다는 사랑도 시간 앞에서만큼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춰버린다면? 우리가 보는 세상은 인간들의 세상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어서 인간이 움직이는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인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국 그리니치공원을 산책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제와 인간이 보지 못하는 또다른 세계에 관한 저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멋진 판타지 소설이다. 이 책은 어린이의 눈으로도, 어른의 눈으로 읽어도 나름의 기준에서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시간에 쫓겨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어른들에게도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흥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을 지키려는 가디언들과 시간의 질서를 깨려는 지하세계의 악당족 뤠카족간
최은진의 BOOK소리 23 -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나요? ◎글:다비드 칼리/ 그림:세르주 블로크/ 출판사:문학동네/ 정가:10,000원 우리 삶은 수많은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다. 삶의 끈을 따라서, 기다림의 미학을 아름답게 그려낸,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가로로 길기만 한 이 그림책이 왜 이렇게 불편한 판형이어야 하는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해하게 된다. 스위스 출신의 작가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을.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 한 페이지에 문장 하나가 주는 깊은 여운이 오래 가슴이 멈춰있다. 빨간 털실의 기다림은 어린 시절엔 빨리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고 잘 구워진 케이크이고, 크리스마스이다. 그러다가 기다림의 끈은 사랑이었다가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가 한 통의 편지였다가 태어날 아기와의 만남으로 성장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우리는 기다린다. 미안해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아이들의 안부전화를, 괜찮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그리고 우리는 기다린다. 그 사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다시 봄이 오기를...굽은 허리를 한 그림의 사내는 초인종 소리를 기다리고 아이들이 그를 보러 오기를 기다리고 새 식구가 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