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참 야구를 많이 했다. 나는 근사한 야구배트와 글러브가 너무 갖고 싶었고 어느날 어머니께 사달라고 하루 종일 떼를 썼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형편 얘길 하시며 징징거리던 나를 주변에 잡힌 물건으로 마구 때리셨다. 처음으로 크게 화를 내신거라 무척 놀라기도 하고, 이런 집에 태어난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 펑펑 울다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다음날 야구배트와 글러브를 사오셨다. 사주실거면서 왜 때리셨는지 그때는 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가을야구가 한창인 요즘 배트도 없이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본다. 그때 잠들어있던 내 모습을 보며 느꼈을 아버지의 마음이 밀려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 안작가 길위의 풍경 진지하다는것은 사회에서 바르다라고 통한다. 나는 다른 감각이나 감정이 차려자세를 하듯 경직되는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진지하다는것..다른 인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없는 상태. 인생에 있어 단선적인 사고로 성공은 할수있지만 행복할수는 없는것 같다.
▲ 안작가 길위의 풍경 진지하다는것은 사회에서 바르다라고 통한다. 나는 다른 감각이나 감정이 차려자세를 하듯 경직되는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진지하다는것.다른 인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없는 상태. 인생에 있어 단선적인 사고로 성공은 할수있지만 행복할수는 없는것 같다.
60~70년대에 많이 먹었다는 소다빵은 나에겐 생소했다. 하지만 검정색 유성매직으로 적당히 쓴 글씨가 아닌, 자유롭고 울긋불긋한 글씨는 나를 매료시켰다. 글자마다 다른 서체와 색깔, 크기, 자잘한 그림의 배치는 놀라울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또 일반적으로 용기 안에 있는 라벨지는 버리는데 반해 아저씨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보이게끔 했다. 설탕이 회오리처럼 녹아가는 모습도 그 달큰한 향도 좋았지만 소다빵을 사서 한입 베어 물었다. 빵의 맛은 아주 달달하고 바삭했다. 삶에 하나씩 덧씌우는 작은 아름다움들은 더욱 더 진하고 찡하다.
푸른 아이스박스가 쌓여있는 곳에 열매 하나가 달린 토마토화분이 서있다. 박스에 그려진 숲은 토마토줄기와 섞여 마치 그럴듯한 한 풍경으로 느껴진다. 가상과 실재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권주자들의 이전투구가 예상되는 요즘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명확히 보는 혜안이 절실한 때인듯 싶다.
딸키우기 너무 불안한 요즘 할머니와 놀고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다. 심심했는지 나를 반기려 낮은 담을 넘으려한다. 참 미안하구나. 네가 앞으로 살아야할 바깥 세상이 여자로서 안전하고 자유롭지 못해서... 부디 이 아이와 우리의 딸들이 무사히 잘 클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안작가 길위의 풍경30 태풍 볼라벤의 위력을 보도를 통해 듣고 게임에 빠져있는 막내를 채근하여 함께 창문에 신문지를 붙였다. 과연 이 신문지가 45m/s의 강풍을 견딜 수 있을까하며 분무기로 열심히 뿌렸다. 창문은 왜 이리 많은지 그나마 대형 평수에 살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 오랜만에 아빠로서 무엇을 대비한다는 것에 대해, 산다는 것의 잡다함에 대해 교훈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비바람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신문지는 모두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별 탈을 은근 기대한 나로서는 45m/s의 허탈감이 강풍보다 더 독하게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