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만 되면 전국적으로 인명피해와 크고 작은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천재지변이야 예측하기 힘들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인지라 재난관리 체계도 다양하다. 봄철엔 산불 때문에 초비상이다. 건조주의보가 내리면 일선 지방 공무원들은 공휴일까지 반납해가면서 산불대기를 한다. 지자체에서는 산불감시단을 만들고, 소방헬기를 임대해 산불조심 계도까지 한다. 그래도 산불재난은 끊이지 않는다. 불은 물과 달라서 한번 타고 나면 짧아도 십년이상 걸려야 회복된다. 높은 수령의 나무일수록 회복 불가능이다. 따라서 산불은 돈으로도 절대 되살릴 수 없는 재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는 임도를 개설하거나 각종 산불진압 장비를 도입하는 등 산불과의 전쟁을 치른다. 산불보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다. 봄가을에도 장마철을 무색하게 만드는 집중호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더욱이 용인시처럼 면적이 큰 도시는 지역별 강우량도 천차만별이다. 용인시는 1990년대 초 전후 폭우로 인해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바 있다. 높은 산이 찢어지고 무너졌다. 그 흔적은 지금도 다 지워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액도 수백억 원에 이르
얼마 전 백남준은 세계에 내놓을 국가브랜드라고 주장하는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모임이 신문에 실렸다. 지난 주 칼럼에서 기자가 국가와 도시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터라 매우 반가웠다. 국가와 도시브랜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최고 브랜드를 꼽는다면 역시 백남준밖에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던 영화 춘향전을 세계 영화제에 내 놓았을 때, 세계인들로부터 섹스피어 명작을 능가한 수작이란 격찬을 받았음에도 정작 우리만 몰랐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비교할 상황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민족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을 공부해야 한다. 경기도는 백 선생 생전부터 백남준 미술관 유치를 추진했고, 작고 후 우여곡절 끝에 백남준 아트센터를 용인 땅에 개관할 수 있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용인시 입장에서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적인 국가와 도시들이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던 백남준 아트센터가 용인시에 개관했음에도 정작 대한민국은 물론 경기도와 용인시까지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달았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마인드 부재 탓일까. 아니면 정부와 지
현대사회가 국가브랜드와 도시브랜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경쟁과 비교우위를 통해 얻어지는 자산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무형의 가치임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기에 국가나 기업 모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순위를 세계 33위에서 2013년까지 15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민과 함께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만들기’를 국가비전을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국제사회 기여도 제고 △첨단기술·제품 확대 △문화·관광산업 육성 △다문화 가정·외국인 배려 확대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등 5대 분야의 10대 과제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낼 브랜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Dynamic Korea’를 국가브랜드처럼 대대적으로 홍보 했지만, 국내에서조차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지 폐기처분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을 한방에 인식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2013년까지 브랜드 순위를 15위까지 끌어올릴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브랜드 역시 천차만별이다. 외국인들에게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얼마 전 용인~서울 민자고속도로와 영덕~오산간 도로가 개통되었기 때문이다. 용인은 매년 지도가 확확 바뀌고 있다. 영덕~오산간 도로는 오산시에서 용인 기흥구 영덕동을 잇는 총연장 13.8km의 4~8차로다. 용인~서울 민자 고속도로에 연결된다. 용인시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마다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 왔다. 난개발이라는 불명예 역시 도로부족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통된 두개의 도로는 서부권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어느 정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용인지역 교통문제는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 차량이 대거 몰리면서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난개발 치유책의 일환으로 광역교통망 구축비 10조원 이상을 용인지역에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분당선 연장선이나 신분당선 등도 광역교통망 대책의 일환이다. 따라서 앞으로 3~5년 정도면 교통지옥은 면할 것이다. 특히 용인지역을 관통하는 화성, 오산 등의 교통량이 분산되면 지역 간 통행시간도 훨씬 단축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타까운 것은 동부권이다. 2010년 개통예정인 경전철이 반쪽짜리 교통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경전철이 분당
840억 원대의 지방채 발행이 예상대로 전액 삭감, 무산됐다. 용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고자 했던 표면적 이유는 국가 경제위기로 인한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계획과 과도한 세입 감소 등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예산 심의 초반부터 시 재정의 건전성과 예산 편성의 불· 편법 의혹 등을 지적하며 지방채 발행을 사실상 불신하기 시작했다. 이는 용인시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채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장의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시는 각종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시의회 측과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다. 문제의 발단은 방만한 예산운영을 지적했던 시의원들과 애써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던 집행부 측의 수평적 논조 때문이다. 양측에 잠재되었던 갈등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모두에게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원들은 주민대표다. 따라서 행정부의 예산행정을 꼼꼼히 따져보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에게조차 불성실한 고자세로 임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실례로 집행부는 그동안 여러 개의 부결된 안건을 수차례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재상정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리
국회나 지방의회나 회기 중의 풍경을 보면 한 결 같이 공무원 수십 · 수백 명이 의사당 곳곳에서 대기하느라 북새통이다. 더군다나 지방의회는 집행부 사무실이 의사당 코앞인데도 모두 몰려와 대기를 한다. 바쁜 업무처리를 하다가 순서에 맞춰 출석해도 될 법 하건만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상임위별 소관 부서마다 질의응답 시간이 틀려 시간 조정이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이젠 각 과 사무실에서도 TV모니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회의 진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의사당 풍경은 매우 소모적이다. 상임위원회가 소집되면 집행부 공무원인 담당 국장과 과장들이 대거 출석한다. 자연스럽게 실무 계장들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여러 의원들로부터 평상적인 질문 외에도 호통 수준의 집중 추궁을 당할 때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공무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그런데 더 볼썽사나운 것은 상임위 회의실의 질의응답 풍경이다. 예전에도 지적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개선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지적한다. 사실상 회기 중 주요 사안 결정은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결정된다. 그만큼 상임위원회는 중요한 커뮤니티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대표인 시의원이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 중인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시작부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과거 IMF실업구제책으로 실시된 공공근로 사업비보다 거의 배가 많은 2조 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6개월 동안 25만 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차상 위 계층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프로젝트임에도 일감 자체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경정비나 쓰레기 줍기 등의 허드렛일이다. 그래서 희망근로를 다녀온 노인들은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른 일에 비하면 힘도 덜 들고 시간만 때우면 된다고 자랑까지 한다. 반면, 농촌 지역이 많은 충청도에 정치적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사업초반 발 빠르게 성명을 내는 등 정부의 졸속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희망근로가 농번기와 겹치면서 농촌지역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용인지역에서도 농촌마을 노인정들이 과거와는 달리 텅텅 비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충청지역의 농촌 인건비는 3만~3만5000원이다. 반면 정부의 희망근로는 3만3000원의 일당과
당연한 말이 새삼 ‘헌법 제1조’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집회현장마다 인기리에 불리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그리고 헌법 제1조의 노랫말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도 맞다. 헌법 제1조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정부주의자라고 해도 공감할지 모른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난산한 사회 갈등이나 정치 분열 양상으로 인한 불신과 억압이다. 민주주의 핏줄이라 할 수 있는 ‘소통’이 안 될 경우엔 동맥경화 현상까지 불러 올 수도 있다. 소통은 인간의 육체로 따지자면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다. 물과 공기가 사라지면 생명이 죽듯이 민주주의도 소통이 없으면 죽음이다. 그럼에도 소통 부재로 죽음의 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광대들이 많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뒤에 나타난 사회 현상들을 분석해보면 정치·사회 모두 분열 양상이 심각하다. 단일 민족으로 똑 같이 모국어를 쓰면서도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 어떤 태생의 한계 때문일까. 굳이 편을 가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양분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빈부 양극화보다 더 무서운 이념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필시 전쟁의 느낌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 故 노무현 前대통령을 추모하며 산중 그림자가 깊어질수록 더욱 흐드러지게 피었던 찔레꽃. 누가 순백의 찔레꽃을 보면서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다 했나요. 찔레꽃 향기는 왜 그토록 슬퍼야 했고, 또 밤을 새워 울어야 했단 말인가요. 찔레꽃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 땅의 영원한 대통령, 당신을 찔레꽃이라 부르렵니다. 내 아비와 똑같은 예순 셋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다 스러져간 노무현 전 대통령님. 찔레꽃처럼 아무도 돌보는 이 없었고, 따듯한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었던 내 아비와 당신을 동일시해봅니다. 그래도 당신은 용서하시겠지요. 내 아비와 당신은 내 인생의 희망이자 주인공이셨기 때문입니다. 가뭄과 홍수로 세상이 갈라지고 무너져도, 척박한 대지 위 가시덤불 속에서 순백의 꽃불을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주셨던 당신도 이제 떠나셨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수년 전 아비를 떠나보냈던 슬픔보다 더 가슴이 아팠고,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몇날 며칠 술을 마셨고, 몇 년 동안 끊었던 담배까지 줄로 피웠습니다. 당신을 좀 더 아끼고 지켜드리지 못한 자책감도 컸지만, 그것보단 우리 모두가 당신의 외로움과 죽음
세계는 지금 공공디자인(도시디자인, 경관디자인, 환경디자인) 전쟁 중이다. 아름답고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가난한 어촌으로 모래 바람만 불던 황량한 두바이. 이젠 사막 한 가운데 스키장이 들어서고 해변에 인공섬을 건설해 해변의 길이가 65㎞에서 1500㎞로 늘어났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사막 속의 뉴욕’을 건설한 것이다. ‘늙은’ 유럽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테랑 프로젝트’를 통해 파리를 유럽 관광과 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맥도널드 간판색이 도시디자인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간판조차 달지 않았다. 바로 이 같은 고집이 파리를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현란한 간판문화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술관 주변은 대형 호텔과 컨벤션 센터, 그리고 공연장 등이 집약된 ‘문화벨트’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시아에도 도시디자인 바람은 뜨겁다. 중국 상하이시의 푸둥은 차별화된 도시디자인 덕분에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성장했다. 그런데 정작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시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술 한 잔 하자고 갔던 곳은 양재천 변. 평소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지나갔던 기억밖에 없던 양재천을 내가 직접 야밤에 걷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으악’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밤 10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늦봄, 아니 초여름 분위기를 만끽하며 양재천을 걷고 있었다. 운동복 혹은 평상복 차림의 수많은 남녀노소들이 양재천의 밤을 누비고 있는 것이었다. 싱그런 수목 사이를 지나 큼직한 징검다리를 건너 양재천 변 즐비한 카페 거리까지 거닐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쭉쭉 뻗어 더욱 아름다운 초록의 메타세콰이어들을 바라보니 씩씩하고 늠름한 도시의 병정들처럼 느껴졌다. 불현 듯 가을단풍 속을 거니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양재천은 이미 연인과 가족나들이의 명소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란다. 그날 밤 나는 무엇보다 천변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눈에 들어왔다. 전남 담양에서 보았던 그 가로수 길 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양재천의 총 연장은 15.6km.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해 과천을 지나 서울 강남을 흐르는 한강 지류 중의 하나다. 현재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양재천의 생태계는 자연형 하천공법을 적용해 하
정말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눈먼 돈인가? 전국 지자체들은 민·관변 단체를 비롯해 기업· 학교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지방의회의 심의를 받았으니 꼭 필요한 사업에 적절한 예산배정을 했겠지만, 일각에서는 선심성 또는 낭비성 예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역 연고의 각 대학들과 관학 협력 사업을 많이 펼치고 있다. 용인시 역시 관학 협력을 빌미로 각 대학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시는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대학마다 특색에 맞는 사업을 찾아 적게는 수 억 원에서 많게는 수 백 억원에 이르기까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미래교육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 공익을 목적으로 대학에 사업예산을 지원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객관적인 명분과 공감만 충분하다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은 교육보다는 기업적 본질을 우선시하고 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들은 관학 협력을 빌미로 지자체 예산을 끌어낸다. 수많은 국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자체는 작은 용역사업부터 대규모 프로젝트까지 대학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 그러니 지자체들 역시 대학과 손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