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여기가 좋아//떼굴떼굴 뒹굴고 싶어라//뒹굴어/뒹굴어//저 비탈 아래 숯내 이르러/홀짝홀짝 울고 싶어라//뒷산 잔등에 올라” 고은 시인이 최근에 쓴 시 「세상의 시 578」이다. 집 뒷산에 올라 탄천 숯내를 내려다보며 즉흥적으로 터져 나온 듯한 시, 참 천진스럽다. 모든 것이 텅 비어가며 깊어가는 이 가을날 어린애로 돌아가고 있다. 탄천 깨끗한 물로 숯 검댕이 같이 더러워진 몸을 씻으면 혼이 자유스러워진다는 숯내 전설을 떠올리게 하며 기쁨과 슬픔, 어림과 늙음, 이승과 저승 등 우리네 삶을 재단하는 2분법을 단박에 뛰어넘는 시다. 세계 최고 시인으로 대우받다 나락으로 유폐된 시인의 심사도 보일듯하다. 며칠 전 고은 시인을 탄천 앞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스페인에서 세계적인 문학상인 레테오상을 ‘국제적인 시의 모범’이란 이유로 받고 돌아왔고 또 위 시가 실린 신작 시집 『세상의 시』 4, 5권을 잇달아 펴내 후배 문인들이 마련한 축하 자리였다. 그런 모임은 극구 사양하면서도 92년 생애 전 체험에서 진심으로 우러난 말들을 들려줬다. “이제 나, 자연의 인간인 나로 돌아온 것 같아 좋아. 사회에 얽매인 나를 내려놓으니 말이야”라며 털어놓은 한마
용인신문 | 지난 6월 기흥구 서천동에 위치한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항타기(지면에 말뚝을 박거나 뽑는 장비) 전도 사고의 원인이 부품 손상과 부실한 현장 관리로 밝혀졌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3일 항타기 전도 사고에 대한 민간전문가 조사단의 조사 결과 항타기 부품 손상으로 항타기의 지지 기능이 상실된 게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5일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0공구 현장에서 지하 굴착 공사 가시설 설치를 위해 현장에 배치된 길이 44m, 무게 70.8t의 항타기가 넘어가면서 인근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동 샷시와 벽면 등이 일부 파손됐고 주민 156명이 대피한 뒤, 추가 붕괴 사고 우려 해소를 위한 정밀안전 조사 등으로 1개월 이상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공단은 사고 원인이 장비 부품 손상과 현장 안전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결론내렸다. 조사 결과 항타기 우측 지지대 길이를 조절하는 유압밸브 내부 부품이 손상되며 유압유가 밸브 내부로 누유되고, 이로 인해 압력이 떨어져 지지 기능이 상실된 것이 직접적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직전 약 일주일간 항타기가 주박 상태로
용인신문 | 지난 8월 수지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살인 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이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 변호인은 지난 11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한 게 있었다”며 “그와 관련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긴 무력감 등이 이 사건 범행 동기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취지는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 피고인이 응한 부분이나, 피해자와 적극 합의 관련 얘기를 나눈 부분도 양형 사유로 주장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8월21일 오전 2시50분께 수지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B(30대·여·중국국적)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가 운영하던 가게 손님이었던 그는 B씨가 지난 5월 A씨를 성범죄 혐의로 신고하자 보복의 목적으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
용인신문 | 용인지역 내 금연 구역 내 흡연에 대한 단속이 강화 된다. 용인시는 지난 12일 금연 문화 정착과 시민 건강 증진을 위해 ‘금연구역 합동 점검 및 단속’을 다음달 6일까지 주·야간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국민건강증진법과 관련 조례 개정에 따라 신설·확대된 금연구역과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요 점검 대상은 음식점, 실내 체육시설, 복합건축물 등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 공동주택 금연구역, 도시공원·역사·절대보호구역 등이다. 특히 법 개정으로 금연 구역이 확대된 유치원, 어린이집, 초·중·고교 경계 30m 이내, 대안교육기관, 조례로 지정된 택시 승차대 100곳도 집중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단속 결과 경미한 위반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 조치하며, 고의적이거나 반복 위반 시설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금연구역 내 흡연자에게는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시 10만 원, 조례 위반 시 5만 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 홍보 활동을 통해 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민 모두가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들이 금연구역 점검·단속을 하고 있다.(용인
용인신문 |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 소방 자율점검 제도가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남종섭 의원(민주당‧용인3)은 지난 12일 열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동주택 세대 자율점검 과태료 제도가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소방청 차원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남 의원은 “공동주택 세대 자율점검 제도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는 것으로,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강화를 위한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며 “세대가 직접 기초소방시설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화재안전의식을 높이는 제도적 의미는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리사무소가 없는 나홀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고령자·장애인 세대 등은 점검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모든 세대에 일률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과태료 수준의 과도함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세대별 과태료는 최대 300만 원으로, 이는 대형물류창고의 자체점검 부실 시 부과되는 금액과 동일하다”며 “소규모 주거세대에 대형사업장과 같은 수준의 제재를 적용하
용인신문 | 웹사이트에 집주소만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전세 계약 과정을 분석해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알려주는 시스템이 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도에서 첫선을 보인다. 경기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디지털 기반 사회현안 해결 프로젝트’ 공모에서 도의 ‘AI 기반 전세사기 예방 시스템 구축 사업’이 최종 선정돼 총사업비 14억 원(국비 12억 원, 도비 2억 원)을 확보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웹사이트에 집 주소만 입력하면 인공지능 AI가 전세 계약 전 과정을 분석해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즉시 알려주는 사전 예방형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계약 전·중·후 단계별로 모니터링해 근저당 과다, 허위 소유권, 보증금 미반환 등 주요 전세사기 위험을 조기에 탐지·대응한다. 계약 전에는 웹사이트에 집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시세·근저당·신탁 등 공개 정보를 자동 분석해 계약의 안전도를 진단하고, 임대인 신용·채무 등 개인정보 항목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동의하에 분석·제공한다. 계약 후에는 등기부 변동 사항을 실시간 감시해 권리침해나 허위 소유권 이전 등 위험을 즉시 알려 피해를 사전에 차단한다. 도는 11월 중 NIA와 협약
SK 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조성 ‘상생 퇴색’ 지역 건설사 뒷전… 고작 장비임대에 그쳐 용인시 인허가 하세월… 속터지는 기업들 도시계획위 위원들 현장 깜깜이 탁상심의 이상일 시장 ‘민관토론회’서 난국 풀어야 용인신문 | 용인시가 ‘반도체 메가시티’라는 거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지역 향토 기업들은 특수 대신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막대한 개발 이익이 대기업과 다른 지역 대형 용역사들에게만 집중되고, 정작 용인에 뿌리내린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본지는 용인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60일짜리 법정 기한이 6개월로 늘어나는 행정 난맥상과 심의 권력이 된 심의 기구의 비효율에 대해 지역 경제 동반 성장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장비 임대업자’로 전락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SK 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조성 현장에 용인 업체들이 참여하는 분야는 크레인, 포클레인 등 단순 장비 임대가 전부라는 것이다. 토목 감리 전문업체 대표 A씨는 현실을 직시했다. “장비는 여기서 쓰든 제주도에서 쓰든 필요한 만큼 갖다 쓰는 거니까 의미 없는 얘기다. SK 하이닉스에 용인 지역 용역업체가 몇 개나 참여하는지 행정이
용인신문 |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들은 과거의 작품이지만 현재 읽어도 손색없는 SF이자, 판타지이면서 이야기가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대다수이다. 출판사에서 SF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1순위 작가라고 평한 르귄의 걸작선 네 번째 『내해의 어부』는 르귄의 중후기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 「내해의 어부」(『투머로』, 1994년 발표)는 광속으로 진보하는 시대에 우리가 잃은 것을 알려주며 그럼에도 변함없이 지켜야 할 것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내해의 어부’는 주인공의 엄마가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이 작품이 전하는 상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바닷속 여행을 다녀왔더니 세월이 너무 지나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한적한 변두리 행성의 주인공 해대 오는 엄마가 들려주는 어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히데오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 고향 행성을 떠난다. 히데오의 연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 중 돌아온 고향별은 생각과 많이 달라져 충격에 빠진다. 히데오는 고향에 돌아오자, 자신이 먼 행성으로 떠나 연구에 몰입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지나 사랑하던 이가 변한데다, 고
내가 꼼짝 못하게 김상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바위가 있다. 구름 모양 같기도 하다. 길쭉한 모양 하트 모양 누구나 바위가 무겁다. 내 바위는 작업장에서 일하기. 근로자지원 선생님도 도와준다. 내 바위랑 잘 살 겁니다. 지적장애(중증) 2024년 『둥글둥글』 시집 출간
용인신문 | 드라마에서라도 부부싸움 장면은 보지 말자. 특히 남편의 윽박지름이나 폭언과 폭행은 더더욱 그러하다. 드라마니까 연출이니까 쉽게 넘길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임신부의 감정은 바람 부는 날의 바다 같다. 호르몬의 파도가 출렁이는 가운데, 남편의 스트레스가 덧씌워지면 순식간에 폭풍이 된다. 임신 중에는 남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너무 예민해졌어”라는 말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서 많은 부부가 “임신 중 가장 많이 싸웠다”고 회상한다. 문제는 그 감정의 파장이 배 속까지 닿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편의 행동과 말이. 의학적으로 임신부의 뇌는 배우자의 감정에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감 회로가 확장되면서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 목소리의 떨림까지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부부의 뇌가 일종의 ‘공용 주파수’로 연결되는 셈이다. 남편이 불안하면 산모의 자율신경계도 긴장하고, 남편이 지쳐 있으면 산모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함께 높아진다. 하버드대 연구는 부부 갈등이 잦은 가정의 태아가 심박동 변동성이 낮게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이는 스트레스 적응력, 즉 아이의 회
용인신문 | “고환에 지렁이 같은 게 만져져요.” 이른바 정계정맥류가 원인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압력 때문에 정맥이 늘어날 수 있으며(정맥류, 靜脈瘤),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기듯 고환에도 정계정맥류가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려보내는 정맥의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이 역류하고, 그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꼬이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 약 10~15%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되며, 한 연구에서는 40세 이상 남성의 48%에서 확인된 바 있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계정맥류가 있으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본래 고환은 체온보다 약 1~2도 낮은 환경에서만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래서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맥이 확장되어 혈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고환의 온도가 상승하고, 산소 공급이 떨어지며 독성물질이 쌓인다. 그 결과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감소하고, 형태 이상 정자가 늘어난다. 말하자면 고환의 냉각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임신이 힘들어질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생
용인신문 |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 왔다. 감과 사과, 토란, 고구마와 감자와 햅쌀이 나오는 계절이다. 올해 가을은 시골에서 보내서 밤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사먹으려면 비싼 농산물들이 시골에 오니 넘친다. 동네에 대추알바가 있다고 해서 돈 벌러 갔다. 나무에 성성히 달린 대추들을 따는 일이었다. 해를 본 곳부터 빨개지는 대추들. 조금이라도 얼굴이 빨개진 곳이 있으면 따면 된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재밌었다. 주렁주렁 열린 열매들을 따고 있으니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얼마나 많은지 감사하게 되었다. 대추는 마른 상태로만 먹어봤는데, 갓 딴 대추는 사과같이 아삭하고 달다. 시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맛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