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는 근세에까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왔다.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대외적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을 모시고 나선 첫 해외순방에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짓을 저질렀으니 국내외적 망신을 사는 게 당연하다 할 것이다. 언론을 비롯한 여론은 몇 가지 점에서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 오기인사를 한 결과이니 만큼 대통령이 직접사과를 해야한다든가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한다는 지적 등이다. 또 일부 언론은 정권을 잡은 덕에 얼떨결에 권부에 입성한 인사들의 완장의식을 거론하며 이른바 친박인사들의 자중과 진중함을 권고하기도 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후 수습과정에서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들어 청와대 내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정작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태가 지연보고됨으로써 드러난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윤 전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순방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12일 이탈리아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그의 사퇴는 유럽 전체를 강타한 경제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사실은 유럽에서 정치 후진국 이탈리아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는 과거 찬란한 로마제국의 후예 국가이지만 정치, 경제적으로는 유럽에서도 가장 문제적 국가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는 겉보기에는 국내총생산 세계 7위로서 G8 소속국가인데다 1인당 GDP 3만4059달러(2010년)로서 손색없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난해 정부 부채비율이 GDP대비 119%로 EU국가 중 최상위권인데도 개인소유 재산 규모는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재정이 악화하고 부가 편중된 이유는 만연한 탈세와 공무원들의 공공연한 비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적 원인 보다 더 큰 문제는 기형적으로 편재된 미디어 권력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담합구조다. 이른바 권언유착이라 할 수 있는 문제의 핵심 장본인이 베를루스코니였다. 베를루스코니가 누구인가. 그는 1994~1995, 2001~2006, 2008~2011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13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원래 건설업으로 부를
야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올 시즌에 숱한 화제를 낳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는 올 시즌 목표치인 600만명을 훨씬 넘어서 680만명을 돌파했다. 양적인 흥행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새롭게 등장한 류중일, 이만수, 양승호 등 한국 프로야구 2세대 감독들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린 점이다. 특히 삼성 류중일 감독의 경우 데뷔 첫해에 우승까지 일궈냄으로써 한껏 성가를 올렸다. 삼성의 우승 원동력은 무엇일까? 야구 전문가들은 홈런왕 최형우를 축으로 한 한층 강력해진 타격, 세이브 왕 오승환 등 철벽 불펜진, 그리고 김상수, 배영섭 등 신인들의 대활약 등을 꼽는다. 물론 투타가 잘 조화를 이루고 노장과 신인들이 좋은 팀웍을 이뤘기 때문에 우승고지까지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감독의 비중이 유난히 큰 야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류중일 감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선동열 감독의 전격 퇴진과 함께 팀을 넘겨받은 류 감독은 삼성을 크게 변모시켰다
서울시장 등 10.26 재보궐선거로 정국이 뜨거운 가운데 내년 4월11일 치러지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일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특히 10월13일자로 선거일 실시 180일(6개월) 전을 넘기면서 출마 입지자는 물론 선거관리위원회도 바쁜 모습이다. 그런데 정작 일부 지역 출마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문제는 법정시한을 넘겨가면서까지 아무런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올해도 역시 표류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4조 2항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획정위원회를 구성하되, 총선 6개월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토록 돼있다. 또한 이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특위, 이번 경우에는 국회정치개혁특위가 최종안을 확정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국회는 보고서 제출시한 불과 1달여를 남긴 지난 달 6일에야 뒤늦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했고 1차례의 회의와 공청회를 마친 채 법정보고시한인 13일을 넘겨버렸다. 국회의원선거구제의 변경이나 의원정수의 조정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그 제출기한을 연기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
새삼스럽게 청와대 홍보수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8일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특정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된 후 홍보수석이라는 직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무수석, 민정수석, 경제수석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가장 중요한 수석비서관 자리다. 특히 대통령의 대국민메시지 등 이미지 관리를 총괄하는 한편 대언론관계를 책임져야하는 자리여서 폭넓은 인맥과 뛰어난 정무감각 등을 겸비해야한다. 때문에 역대 홍보수석은 예외 없이 중진언론인 출신들이 맡았으며 이들 모두 대통령의 최측근참모 역할을 부여받았다. 역대 홍보수석(김대중 정부 이전까지는 공보수석으로 불렸다)의 면면을 보면 노태우 정부시절의 김학준, 이수정을 비롯 김영삼 정부시절의 주돈식, 이경재, 윤여준, 김대중 정부 때의 박지원, 박준영, 박선숙 등 쟁쟁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해성, 이병완, 조기숙, 이백만, 필자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인이 현직에서 곧바로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하지만 현직을 정리하고 선거 캠프를 거쳐 임명직에 가는 것과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것은 사안이 다르다. 공정보도가 생명인 현업에 있다 일정기간의 휴지기 없이 곧바
미국 워싱턴DC 서북쪽 100Km 지점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는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캠프 데이비드에는 골프장부터 수영, 사냥, 승마, 산보코스 등 대통령이 외부와의 격리하에 심신을 달랠 수 있는 모든 휴양시설이 완비돼있다.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이곳에서 달콤한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진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됐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이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을 찾은 외국 정상들에게도 가끔 문호를 개방하곤 하는데 그 빈도가 매우 드물어 이곳에 초청받는지 여부가 미국정부의 환대수준을 재는 척도로도 작용했다. 그 시초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3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를 초청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9년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이곳에서 환대했고 로널드 레이건은 대처 영국 총리를 이곳에서 만났다. 최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총리를 이곳에서 영접했다. 2008년 4월 갓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첫 미국 방문에 나섰을 때 바로 이 명소에서 부시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한국
서울시 주민투표가 법적 투표율 미달로 끝났다. 오세훈 시장은 이로써 정치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 그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 여러 가지 전망이 제기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제 그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재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25.7%의 투표율은 사실상 여권의 승리라며 앙앙불락하는 일부 보수세력들이 복지 포퓰리즘에 단기필마로 맞선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나는 한 때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치러진 당시 총선은 여야간에 인재 영입전이 치열했다. 그 와중에 환경운동가 출신 방송진행자로 인기를 모으던 젊고 잘생긴 오세훈 변호사는 여야 모두에게 영입대상 1순위였다. 그는 1991년 아파트 일조권침해 소송을 맡아 승소함으로써 처음 유명세를 탔다. 이를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의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MBC의 인기 법률프로그램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성가를 올렸다. 장외 블루칩으로 주가를 올리던 그는 한나라당을 선택해 서울 강남을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그는 소장파들과 함께 미래연대를 구성, 검찰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내정자로 지명되자 한 내정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사법연수원 13기 출신 검사장들이 2일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검찰 총수가 바뀌면 검찰총장과 사법고시 동기들이 옷을 벗는 관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이날 퇴임한 고검장급 간부들은 퇴임식장에서 역시 관례대로 거룩한(?) 퇴임사를 남겼다.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한 내정자와 경합했던 차동민 서울고검장은 조선 초 무명선사와 맹사성의 일화를 소개하며 검찰 후배들에게 국민을 위한 검찰이 돼 줄 것을 당부했다. 차 고검장은 무명선사는 어린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우쭐한 마음에 찾아온 맹사성에게 찻잔이 넘치도록 물을 따르다가 맹사성이 이를 지적하자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치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라고 말했고, 맹사성이 당황해 급히 나가다 문에 부딪히자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인용했다. 차 고검장은 이어 국민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따뜻한 시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가감 없이 반영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으로 백번 지당한 고언이
중학교 졸업을 앞둔 197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겨울 방학 무렵이면 요즘도 그렇겠지만 그 때도 모두들 고교 진학문제가 최대의 화두였다. 단짝 친구가 어느 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대학에 갈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다니 좋겠다. 난 아무래도 집안이 어려운데다 동생들도 많아 공고를 가기로 했다. 난 그 친구와 인문계 고교에 함께 진학하기로 다짐하며 제법 열심히 공부해오던 차였다. 그런 나에게 그 친구의 풀죽은 목소리는 매우 충격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우수한 성적으로 그 지역의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몇 년 후, 난 그 친구의 소식을 듣고 또 놀랐다. 그 친구는 공고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갔고 이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된 그는 내게 말했다. 공고 출신으로 취업해본들 평생 고졸 공돌이 취급을 받는 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공고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인문계고를 거쳐 서울소재 대학을 졸업한 후 언론사에 취직해 다니던 나에게 그의 말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력차별의 실상을 다소나마 알게해준 셈이었다.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의 고졸 행원 채용 움직임이 은행권 전체로 본격 확산해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 후보에 백기완 후보까지 나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14대 대통령 선거일을 딱 1주일 앞둔 1992년12월11일 이른 새벽. 부산 남구 대연동의 초원복집에 검은 세단이 연이어 도착했다. 세단에서 내린 면면은 김기춘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시 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이상 당시 직책) 등 김 법무장관을 제외하곤 이른바 부산의 내로라하는 기관장 및 지역유지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김대중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은밀한 선거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공직자인 이들의 불법적 회동은 정주영 후보 측의 통일국민당에 의해 도청되어 일부 언론에 녹취록 전문이 폭로됐다. 반값 아파트 공약 등으로 다크호스로 부각 중이던 정주영 후보 측이 당시 민자당 정부의 관권선거를 폭로하기 위해 전직 안기부 직원등과 공모하여 음식점에 도청 장치를 몰래 숨겨서 녹음을 한 것이었다. 부산지역 기관장들의 적나라한 선거개입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필자가 한국일보 햇병아리 기자시절이던 1980년대 중반의 일이다. 통상 신문제작을 위한 편집국 부장단회의는 아침, 점심 직후, 오후 초판 마감직전, 초판 발행 직후 등 매일 네 번씩 열린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회의는 초판 마감직전인 오후4시 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1면 톱기사를 비롯한 주요기사의 배치와 기사제목 등 매우 민감한 신문제작 기조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 회의 석상에서 당시 모 편집국장은 항상 이상한 메모지를 꺼내들고 신문제작방향을 결정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면 그 메모지를 국장석 메모함에 이를 보관했다.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되던 1985년 가을, 특집과학부의 김주언 기자가 이 메모지의 정체가 궁금해서 몰래 이를 훔쳐봤다. 메모지를 훔쳐보던 김 기자는 놀라움과 분노로 달아올랐다. 메모의 내용은 이런 식이었다. 쪾 85년 10월 26일 - 국회의원 미행 도청 말라는 보도하지 말 것. 국회 야당의원 보좌관 3명 검찰 소환으로 국회 유회 공전된 것은 스트레이트 3~4단으로 보도. 스케치기사는 안 되고 해설 박스기사는 좋음. 야당 의원 의사진행, 신상발언 등을 모은 박스기사 보도하지 말 것. 정부는 국회의원 미행 도청 잠복하지 말라는 표현
나는 틈나는 대로 집 뒤의 광교산을 찾는다. 요즘은 햇살도 화사하려니와 신록마저 눈이 부시게 짙푸르러서 산길에 접어드는 순간, 모든 시름을 잊는다. 광교산은 관악산이나 북한산, 도봉산처럼 높지는 않으나 산세가 완만해 무릎에 별다른 무리를 주지 않아서인지 특히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수지성당 옆길을 통해 형제봉(448m)비로봉광교산백운산바라산을 거쳐 고기동 유원지쪽으로 내려오면 얼추 네다섯시간 걸린다. 고기동 유원지에는 값싸고 맛있는 밥집도 많다. 광교산 등산은 용인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행운 가운데 최고가 아닐까 싶다. 평일에 산행을 하다보면 유난히 많이 띄는 게 노인들이다. 노년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인지 거의 매일 빠짐없이 나오시는 분들도 많다. 가끔은 너럭바위에 앉아서 쉬는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답게 모두들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에 응해준다.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님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용인, 특히 수지구 쪽에 유난히 노년세대가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시에 알아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였다. 용인시 통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용인시 인구는 89만7,354명이다. 최근 5년간 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