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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우리가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ㅣ최백규

우리가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

                                                         최백규

 

지난 일이다 옥상 한가운데

서 있으면 멀리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늙은 내가 앉아 있을

서울행 열차를 향해 어린 내가

대구 육교 위에서 친구들과

돌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 이만한 크기였을 것이다 머리 위

비행기 항로를 틀었다 봄은

멀고 하늘도 높아 눈발이

날릴까

 

최배규는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창과를 졸업했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왔다. 창작 동인 ‘뿔’의 멤버이며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이번 시집이 그에게는 첫 시집이다.

「우리가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은 회고지향의 그림이 보이는 작품이다. 첫 행이 ‘지난 일이다’로 시작된다. 과거를 돌아보는 자세다. 옥상에서 화자는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며 서울행 열차를 향해 돌을 던지는 기억을 소환한다. 어려서 아이들이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 달리는 열차만한 크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리 위로 날아가던 비행기가 항로를 틀었다. 아직 봄은 멀고 하늘도 높아 눈발이 날릴지 모른다. 창비 간 『네가 울어서 꽃이 핀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