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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업 30주년 기념전… 열정의 결정체 한자리

서양화가 김영란 화백 ‘꽃의 지문Ⅱ’
수수꽃다리갤러리 9월24~10월3일

 

 

 

 

 

 

아름다운 꽃과 조각보·골무

그리고 ‘살랑살랑’ 이불 홑청

수채화 작품 30여점 황홀경

 

[용인신문] 수채화로 꽃을 그리며 3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전시회를 시작한 지는 30년이 됐으니 이 유장한 삶의 흐름 속에서 꽃과 수채화라는 옷을 입고 참으로 향기로운 호사를 누렸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양화가 김영란 화백이 수채화업 30주년을 맞아 기념전 꽃의 지문를 수수꽃다리갤러리(처인구 낙은로 134)에서 24일부터 103일까지 개최한다.

 

150호 대작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꽃과 조각보, 골무, 그리고 바람결에 휘날리는 이불 홑청과 꽃비의 황홀한 수채화 작품 30여점이 김 화백의 30년 외길 화업을 환하게 밝혀준다.

 

꽃과 함께 골무를 그리면서 손을 보호하던 골무가 메마른 우리시대를 보호해 주길 바랬고, 꽃 뒤로 빨래를 그리면서 우리의 나날이 늘 햇살 가득하고 서로를 감싸 안는 세상이 되기를 염원해왔어요.”

 

그녀는 눈물과 희망 양면의 속성이 담긴 미묘한 색의 조화 속에 아름다움도 빚어내고 어두움도 자아내는 그림의 모든 과정이 우리네 삶과 닮았지만 화폭에 따뜻한 세상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색의 조화로움 속에 감사와 사랑과 내면의 향기를 담아 화폭을 밝혀왔다. 그녀는 화지가 꽃과 색으로 채워질 때 마음을 비워냈다. 아름다운 또 다른 색의 조화로 향기로운 꽃 세상을 시작했다.

 

시각적 조형적 모든 아름다움을 통칭하는 게 바로 미술이 아닐까요. 아름다울 미, 꾀 술, 아름다움을 꾀하는 삶을 미술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러나 그림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레임 가득한 행복을 안겨주는 수채화업의 화사한 이면에는 남모르는 고독과 인내와 창작의 고통이 늘 함께 했다.

 

고독과 인내와 창작의 고통이 뒤따랐죠. 뒤돌아보니 사랑과 인내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단단한 하나의 그림 세계를 창조해 낸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는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발품을 팔았다. 그녀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김영란이 걸어온 30년 시간의 촘촘한 과정이 응축돼 있다.

 

그녀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선택한 화제는 꽃이었고, 꽃은 30년을 한결같이 그녀와 함께 했다. 그러나 맑고 투명한 수채화 물감에서 피어나는 꽃의 정수는 결코 쉽게 태어나지 않았다.

 

고원에 피는 꽃, 물가에 피는 꽃, 양지식물, 음지식물을 찾아 꽃과 교감하는 오랜 숙성의 시간이 지나서야 김영란의 마음이 붓끝에서 꽃으로 움직였다.

 

그녀가 수채화업을 일궈가는 과정은 뜨락에 심은 수백종류의 꽃과 상응한다. 그녀는 뜨락에 수백종류의 꽃을 심어 키웠고 새벽이면 손톱에 흙이 들어가도록 풀을 뽑으면서 꽃과 마음을 나눴다. 꽃을 찾아 한국의 섬과 바다, 낯선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높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면서 고원에 피는 꽃을 만나는 신비를 체험하기도 했다. 멀리 시베리아를 횡단하며 우랄산맥을 넘고 볼가강을 지나며 이국의 꽃들과 조우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녀는 꽃을 그리는 수채화가라는 향기로운 타이틀로 30년을 꽃보다 향기롭게 지내왔다. 어쩌면 색의 조화로움 속에 피어나는 꽃과의 조우는 그녀에게 예견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꽃의 이름과 가녀린 꽃잎마다 지닌 특성을 기억하는 섬세한 감각은 김영란만의 천부적 재능에 기인한다.

 

그녀와 꽃과의 인연은 어린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어느새 마당 가운데 꽃밭 속을 노닐고 있는 어린 소녀와 마주한다. 그곳에는 어머니 손을 보호해주던 골무가 있고 꽃 뒤로 지렛대에 받혀진 높다란 빨래 줄에 널어놓은 빨래가 햇살 속에서 분부시게 펄럭이고 있다.

 

사람의 지문은 단 두 사람도 똑같을 수 없으며 일생 변하지 않듯이 나에게 있어서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꽃을 대할 때마다 향기도 설레임도 평생 그대로인 것은 내가 아주 어린 유년시절부터 꽃이 나에게 지문을 찍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화지 위에 꽃 세상을 그리며 나의 지문을 꾹꾹 찍어 나갑니다.”

 

거짓 없는 신의 지문을 화지에 찍어나가고 있는 김영란 30년 화업은 절정이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현란한 붓 터치가 화폭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농익은 꽃 춤을 춘다. 누구나 그녀의 열정이 송두리째 배어있는 그림을 보면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요한 새벽에 화폭을 마주한 김영란 화백이 꽃 속에 빠져 종내는 꽃과 몰아일체가 되는 순간을 화폭에서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꽃과 향기의 향연 속에 서서 하늘이 주는 햇살과 몸을 간질이는 바람, 몽환적으로 피어난 안개속의 각시취 비단 같은 사초들 사이로 걸으며 생은 그림이며 그림은 결국 나의 생이라고 단정짓게 됩니다.”

 

모든 이름을 불러낼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기억 저장소에는 무수히 많은 꽃과의 첫 만남이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나도냉이, 미나리냉이, 사위질빵, 물 철쭉, 겹 접시꽃, 왜성조팝, 털부처꽃, 푸른 산수국, 물레나물꽃, 구절초, 엉겅퀴, 개쉬땅, 물봉선, 궁궁이, 금강초롱, 너무 아름다워 시야를 흐려놓는 갖가지 빛깔의 수많은 수국, 은은한 향기로 유혹하는 산목련, 눈처럼 새하얗게 피어난 산딸나무 꽃, 노오란 안개같이 군락을 이룬 마타리.

 

나는 오늘도 황금 별처럼 빛나는 꽃의 수채화 정원을 산책합니다.”

 

지나온 30년 세월만큼 앞으로 그녀의 30년 수채화업 속에 어떤 꽃들이 만발할지 기대감이 크다.

 

김영란 화백은 수채화 개인전 28(1999~ KBS, 큰나무갤러리 초대전, 카포레초대전, 한화갤러리초대전 외), 단체전 및 초대작가전 390여회(1992~ 예술의 전당, 미국 플러튼 외), 경기미술대전 심사위원 2, 나혜석미술대전·행주미술대전·경향 하우징 페어 아트페스티벌 외 심사위원 10여회, 용인송담대학교, 그랜드백화점 수채화 강사, 2008 북경올림픽 초대전 자문위원 역임을 비롯해 한국, 일본, 필리핀 글로벌아트페어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협 수채화분과 이사,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 김영란 수채화 연구소 대표, 한국 회화의 위상전 자문위원, 봄의향연, 매여울수채화 및 7개 단체 지도교수, 한국 여류수채화가회 회원, 화홍작가회 회원 등을 지내고 있다. 저서로는 내 인생의 수채화, 꽃의 유혹’(2005, 심포지움 출판사), ‘수채화로 쓴 일기’(2014, 심포지움 출판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