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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5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뇌가 멈춘다면?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 : 질 볼트 테일러 / 출판사 : 윌북/ 정가 : 13,800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나의 뇌가 멈춰버렸다? 상상만 해도 두렵다. 그런데 뇌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달랐다. 찌르는 듯한 두통으로 시작된 어느 날 아침, 하버드대 연구원이던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의 뇌가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는 생각한다. “뇌졸중을 체험한 뇌과학자라니, , 멋진데!”라고. 아무리 과학자라 해도, 자신의 뇌졸중 경험을 기회로 삼아서 인지능력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살펴보려는 사람이 흔할까? 이 책은 자신의 한쪽 뇌가 무너지는 과정을 하나씩 경험해가면서 인간에게 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몸소 알게 된 바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스스로를 운 좋은뇌과학자라 말하는, 지적이며 아름다운 뇌졸중 체험기.

흔히 의사들은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녀에게는 보기 좋게 빗나간 얘기가 된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너짐과 일어섬을 통해 뇌의 학습과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는 걸 보여준다. 뇌가 잠깐 멈추어도 우리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인다. 그건 물론 그녀가 긍정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에 속한 사람이기에 가능했다. 뇌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뇌가 지닌 힘을 역설한 그녀의 이야기는 TED 무대에 소개되어 500만 조회수 인기 강의가 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소개되어 환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우리는 평소 뇌의 존재를 자각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공기나 물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뇌가 이상을 일으키면 인간은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뇌가 멈춘다는 건 우리 자신이 멈춘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 즉 의식 없는 환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것과 한번 손상된 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 뇌가 우리의 감정과 반응을 결정한다는 것 등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녀는 보여준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래서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성숙시킨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 고통을 통해 그녀가 말한 모든 뇌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게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