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 마지막 정례회를 진행 중인 제7대 시의회 의원들이 이른바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행정사무감사 등을 진행하며 현행법과 규정 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지적과 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행정감사와 무관하게 공직자들을 불러놓고 업무 시정지시를 한 뒤, 이를 시행한 공직자들을 나무라는 촌극도 벌어져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행정혁신실 행정사무감사현장. 이날 자치위의원들은 김재일 제2부시장 임용 과정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다가 시 측이 이를 거절하자 잠시 파행됐다. A시의원은 “기술직 부시장인 제2부시장에 기술전문가가 아닌 후보를 뽑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제2부시장의 채용과 관련해 4명의 지원자 이력서와 선발위원회 명단, 평가항목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 측은 “개인정보에 대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정회가 이어졌고, 일부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내용인 즉, “무슨 비밀이 있어 후보자 등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냐”는 것이다.
시 측은 “임용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해당 후보자 또는 시 측에 심각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이어갔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이를 본 공직자들은 한숨을 이어갔다. 기본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민낯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공직자는 “A의원의 경우 제2부시장 공모 자체를 반대했던 분 아니냐”며 “현 제2부시장이 아닌 다른 사람을 뽑았어도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공기업 직원임금, 도시공사가 직접 책정?
산하기관인 용인도시공사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도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졌다. 한 시의원이 도시공사 사장 및 임직원들의 급여 산정에 대해 질의하면서다. 이 시의원은 공기업 사장 및 임직원들의 급여인상 및 상여금 산정 등을 두고, “누가 이렇게 올렸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공사와 시 측이 ‘셀프’로 임금과 상여금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도시공사 관계자와 시 공직자들의 답변을 듣고 이내 사그라들었다. 공기업법상 임직원의 급여 및 상여금 등은 정부가 정해준 지침에 따라 산정토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임위 소속 한 시의원은 “밖에 나가서 ‘나도 시의원’ 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라며 “제7대 시의회 임기가 4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공직자들에게 목소리만 높이면 다인 줄 안다”고 말했다. 해당 시의원의 ‘갑질’을 인정한 셈이다.
△ 내로남불? … 제 발등 찍은 ‘촌극’
시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은 감사장 밖에서도 진행됐다. 일부 시의원들이 불법현수막 수거와 관련, 담당 공직자들에게 “불법광고물 수거포상 조례에 현수막도 포함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시행규칙에 빠진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치적 의도성을 따졌다.
정찬민 시장이 곳곳에 붙이는 각종 현수막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날 시의원들은 공직자들에게 즉각적인 불법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고, 공직사회는 이를 진행했다. 하지만 얼마 뒤 민주당 용인시을·병·정지역 소속 시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들 선거구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이 부착한 정당·정책 홍보 현수막이 대부분 철거됐기 때문이다.
기흥·수지지역 민주당 시의원들은 “정당법에 의해 당 정책 홍보 현수막을 붙일 수 있는데 왜 철거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법규 설명을 듣고는 잠잠해질 수 밖에 없었다.
현행 정당법 상 각 지역위원회 또는 지역 국회의원이 당 정책 등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게재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정당현수막은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명시된 단속 제외사유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의회 내부에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정찬민 시장의 현수막 홍보가 보기 싫어 현수막 문제를 거론했다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 집권당 시의원은 면책특권도?
시정질문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들먹이며 특정 기업을 호도했다가, 해당 기업체가 시의회 사무국에 소송을 위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민주당 소속 P시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지곡동에 콘크리트혼화제 연구소를 건설 중인 S업체를 거론하며 “거짓말로 시를 기만한 실크로드씨엔티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고발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또 S업체에 대한 건축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S업체의 경우 P시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지적한 폐수발생 문제 등을 이유로 시 측이 건축허가를 취소했다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심판의 경우 사법부와 똑같이 ‘일사부재리’ 원칙을 갖고 있다. 같은 이유로 다시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 측의 설명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3선을 지낸 시의원이 기본적인 원칙을 잊은 시정질문을 한 것이 의아하다”며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적인 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시정질문을 지켜본 시의원들은 “P 의원의 발언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며 “마치 집권당 시의원은 면책특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