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 어머니와(55) 의붓동생(14)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뒤, 같은날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계부(57)까지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김 아무개(35)씨에 대해 뉴질랜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경찰은 김 씨와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했다가 지난 1일 자진귀국 한 아내 정 아무개(32)씨에 대해 존속살해 공모 혐의로 구속했다.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1일 오후 2~5시 사이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와 의붓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같은 날 오후 8시께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 계부(57)까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 25일 오후 10시10분께 숨진 여성의 여동생(44)이 “21일부터 언니가 연락되지 않는다”라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떠났다. 김씨의 아내와 2살, 7개월 된 딸도 함께 동행했다.
이후 김씨가 범행에 이용한 렌터카 GPS기록을 토대로 행적을 뒤쫓은 경찰은 계부의 살해 장소까지 밝혀냈지만, 계부의 시신이 발견된 강원 횡성군의 콘도 이후 김씨의 이동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9시께 콘도에 도착하기에 앞서 한 시간 전인 오후 8시께 계부를 살해한 뒤 콘도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인 22일 서울로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의 아내 정씨는 지난 1일 뉴질랜드에서 두 딸을 데리고 자진 귀국할 당시 김씨의 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이어진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남편이 범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달 21일 오후 묵고 있던 콘도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귀국 당시 정씨가 소지하고 있던 태블릿 PC에서는 ‘찌르는 방법’, ‘경동맥 깊이’, ‘망치’, ‘범죄인 인도 조약’ 등 범행 방법 및 해외 도피와 관련한 검색 흔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남편이 사용한 것이라서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 진행 상황을 아내 정씨에게 은어로 알린 점에 미뤄볼 때, 사전에 두 사람이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씨를 구속해 조사하는 한편, 금융·통신 내역 등을 두루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스쇼어 지방법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우리 수사당국의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받아들여 피의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기간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45일간이다.
긴급인도구속 청구란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범죄인 인도 심사 전까지 사건 피의자를 구금해 줄 것을 해당 국가의 사법당국에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 검찰과 경찰은 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김씨가 도피 엿새 만인 지난달 29일 현지 경찰에 곧바로 이런 절차를 밟았다.
김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이유가 2015년 경미한 절도 범죄를 저지른 데 따른 것이어서 바로 석방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우리나라와 뉴질랜드는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범죄인에 대한 인도를 요청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조약 진행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으나 법무부는 구금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 15일께, 즉 45일 이내에 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