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학부모 교복 부담 해방
의회 "지방선거 겨냥한 포퓰리즘"
시민반응 긍정적. . . 정치권 '눈치'
“지역 내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모두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정찬민 용인시장이 전국 최초의 중·고교생 무상교복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 시장은 지난 4일 시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그나마 학비 부담이 덜하지만, 고등학교는 수업료에 교복까지 더하면 학부모 부담이 매우 크다”며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고등학교 신입생 모두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이 실현되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시 측의 설명이다.
선별적 복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다소 생소한 정책이지만, 내년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교육지원정책 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시장의 무상교복 지원정책은 다소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성남시의 중학생 무상교복 지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보건복지부 협의나, 시의회 사전 협의 등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기조변화를 보이고 있는 보건복지부 협의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 집행부의 예상이다.
시의회 측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이라는 시선이다. 그러나 시의회 운영 주도권을 갖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와 중앙당 당론에 따른 복지정책 기조가 '보편적 복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 역시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당론과 배치되는 정책이지만, 실행 시 예상되는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같은 당 소속 단체장과의 관계 등에 대한 계산이 복합해지는 모양새다.
정 시장은 이날 “용인시는 그동안 과도한 빚 때문에 시민에게 많은 복지혜택을 드리지 못했는데, 지난해 말 채무 제로를 달성해 이런 복지제도 검토가 가능해졌다”며 “이번 무상교복 추진도 채무 제로로 인한 혜택을 시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무상교복 지원예산은 중학교 신입생 1만1000여명, 고등학생 신입생 1만2000여명 등 총 2만3000여 명에게 1인당 29만 원씩 총 6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오는 10월께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 시의회·보건복지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례 및 관련 예산의 시의회 통과 여부다. 시의회 측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조례를 부결하거나 관련 예산 삭감시 학부모단체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용인시 무상교복조례 제정을 위한 용인운동본부’는 정 시장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시의회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성명에서 “용인시의 발표가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용인시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소속 정당을 떠나 불필요한 대립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와 고교의무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워 교육부도 과거와 달리 무상교복지원사업을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며 “시의회도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무상교복지원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 집행부 역시 시의회 측이 반대하지 못 할 것을 예상했다는 반증이다.
한 시의원은 “정 시장이 또다시 깜짝 발언으로 시의회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며 “매번 시의회 측과 협의를 요청해왔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