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전국 지자체 중에선 마련한 ‘용인시 개발사업 검토 매뉴얼’을 두고 시 집행부와 관련 업계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시 측은 용인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인 난개발 방지 및 100만 도시에 맞는 계획적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방침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측은 ‘법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시는 최근 용인지역 토목·건축 설계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용인시 개발사업 검토매뉴얼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공청회장은 업계 관계자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시 측이 제시한 개발사업 인·허가 기준을 살펴보면 그동안 지역 곳곳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돼 온 부분에 대한 보완사항이 다수 담겨져 있다. 그러나 업계 측은 개발행위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사실상 관련업계가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생존권 문제’라는 주장이다.
시에서 마련한 기준안을 살펴보면 앞으로 용인지역에서 3000㎡이상 주택단지를 조성하려면 폭 6m이상 차도와 폭 1.5m이상의 보행용 인도를 설치해야 한다.
언덕에 들어서는 주택단지의 경우 주 진입로 오르막 경사(종단 경사)를 12% 이하로 완만하게 설치토록 했다. 그동안 시 측은 경사도 17%까지 허용해 왔다. 일부 전원주택 단지의 경우 진입로 경사도가 높아 장마철 및 동절기 결빙 등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왔다.
또 개발부지 앞에 택지나 농지가 있으면 경계에서 일정 거리 이상을 떼어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 건축물 뒤 임야에 옹벽을 설치하려면 건축물에서 2m 이상 떼어야 한다. 최소한의 일조권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시 측의 설명이다.
또 자연환경 훼손방지를 위한 제한도 생태지역도 2등급지역 내 국토환경성 평가 2등급 구역의 경우 현행 50%에서 30%로 강화했다.
* 규제완화에 따른 난개발 ‘폐해’ … 계획적 개발유도 ‘목적’
시 측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규제완화 정책 기조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전원주택단지 형태의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 역시 처인구 지역에 대한 난개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처인구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지구단위 및 도시개발사업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태다.
시 측이 사실상 ‘극약처방’을 꺼낸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토부 등 관련 부처 문의 결과 그동안 용인시에서 시행 해 온 개발행위 허가 기준이 관련법령과 맞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것.
산지법과 농지법, 도로법 등 개별법령에 명시된 내용으로 인·허가를 진행했지만, 상위 개념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내용과는 상충된 부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완성된 주택단지 거주민들의 민원도 한 몫 했다. 대부분의 주택단지 시행사들은 공동주택(아파트)과 달리 분양 후 관리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각종 민원을 외면해 왔고, 해당 민원은 고스란히 시 행정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화가 진행된 수지·기흥도 비슷한 양상의 난개발이 있지만, 임야가 많은 처인구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앞으로 개발여력이 많은 처인구 지역에 대한 정부의 수도권심의가 어려워 질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 토목·건축업계 ‘강력반발’ … 상위법과 상충된 ‘규제’
토목·건축설계업 관계자들은 즉각 반발하는 모습이다. 시에서 제시한 매뉴얼이 사실상 ‘통보’수준인데다,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한을 훨씬 뛰어넘는 과도한 규제라는 설명이다.
토목·건축설계 업계에 따르면 시 측이 제시한 6m이상 도로확보의 경우 현 건축법에는 도로길이가 36m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택지나 농지가 인접 부지 개발시 이격거리 규정 역시 건축법에 50㎠로 규정돼 있고, 토지 소유자의 개발여력을 제한함은 물론 지적법상에 명시된 분할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토목협회 관계자는 “용인시의 개발제한은 토지매매 제한 등으로 이어져 도시개발 침체와 서민 및 근로자의 민생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또 일자리 창출과 규제완화로 가고 있는 국정방행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강화된 기준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밥줄을 놓으라는 식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업계 측은 조만간 정찬민 시장과 면담을 갖고 개발행위 매뉴얼 시행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 측의 이 같은 기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시와 토목·건축 설계업계 및 개발행위 관련법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회를 만들어 용인시 실정에 맞는 매뉴얼을 재구성 하자는 제안도 할 계획이다.